뻑뻑한 눈을 감았다 뜬다. 이른 아침 출근하자마자 도핑하듯 들이키던 커피를 끊은지 어언 한달째에 접어들었다. 건강을 위해 제발 자기가 준비한 야채즙과 비타민제를 먹어달라던 애교 많은 애인의 간청에 버티지 못하고 고행을 받아들인 대가로 요즈음 미스즈는 몸이 제법 가벼웠다. 퇴근할 무렵이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로 겨우 집까지 이동해 기절하는 일상에서 퇴근 길 동무가 되어주는 연인과 차 안에서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대단한 발전이 아닌가.
수난을 겪은 몸은 아직도 여기저기가 삐걱거리지만 누군가 퇴근길에 마중 나오고, 집이 따뜻하고, 식탁에 따뜻한 일식 식단이 오르는 것에 익숙해졌다. 뼈다귀에 가죽만 씌운 듯 마른 몸에 조금씩 살이 붙고 있었고, 동료들이 안색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스물아홉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변화였다. 지독히 낯설지만 좋은 변화였다.
쯧.
미스즈는 속으로 혀를 찬다. 헤어지면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는 한탄은 덤이다. 입 밖에 낼 때마다 슬퍼하는 소이치로를 생각해서 되도록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하지만 버릇이 어디로 가진 않았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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