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S (*59. 춤추는 숲속의 소년) _with DUNKEL

 

 

 

 

 

 

 

 "하하,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공허한 웃음소리는 멀리 퍼지지도 못하고 흩어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카만 빛으로 휩싸인 작은 소년은 그저 허탈한 웃음을 뱉어낼 뿐 움직임이 없었다. 소년의 품안에는 반짝이는 금발의 소녀. 하이얀 드레스가 피투성이로 붉게 물들어버렸다. 작디작은 소년의 품안에 역시 작디작은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영원히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햇빛이 반짝이며 부서져 내리던 금빛 고수머리도 바람과 함께 춤추던 작은 발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고운 입도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기에 있지만 없었다. 소년의 창백한 손이 소녀의 어깨를 끌어안은 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소녀의 손가락이 작게 경련을 일으켰다.

 

 

 

 

 “미엘, 미엘. 계속 잠만 잘 거예요? 그러지 말고 오늘은 다 같이 소풍가요. 시안씨랑 같이 맛있는 샌드위치 만들었단 말 이예요. 네? 같이 가요―."

 “므…우…, 귀찮아. 안아, 이거 저기 버려버리고 와…….”

 “아하하하.”

 

 아침부터 일어난 소동에 언제나처럼 거실 탁자 위에서 곤히 잠들어있던 시엘 마저 무슨 일인지 보러올 지경이었지만 미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수가 있음을 인식한 탓인지 발을 들일 수 없을 만큼 어둡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밝다고는 할 수 없는 방안에서 금빛 고수머리의 소녀는 벌써 몇 시간 째 씨름 중이었다. 사이에 낀 시안은 그저 곤란한 웃음만을 흘릴 뿐 그 어떤 수도 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고집하나는 끝장나게 세기 때문에 중간 타협점을 받아들이게 할 수가 없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오히려 피곤해진다. 두 사람 모두와 긴 시간동안 함께 지낸 경험으로 시안은 그 사실을 눈물 나게 잘 알고 있었다.

 

 “난 잘래.”

 “아, 결정 나면 깨울게.”

 

 졸음에 반쯤, 아니, 거의 감겨있는 소녀의 눈을 보고도 붙들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시안은 일주일쯤 전혀 못 잔 듯 보이는 모습으로 바닥에 웅크려 순식간에 잠든 시엘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었다. 마스터인 미엘이 심심하면 아무데서나 쓰러져서 자기 때문에 청소를 하지 않아도 청결함은 물론 온도까지 완벽하게 조절이 되는 방이었으므로 걱정할 것은 전혀 없었다. 단지 이 방에서 자면 앞으로 언제 일어날 지 알 수 없다는 건 문제일까. 미엘의 방은 모든 환경이 잠자기 좋게 조절되어 있어 아무리 잠이 적은 사람이라도 한번 잠들면 일어나기 힘든 곳이었다.

 

 “아우우, 적당히 자고 좀 일어나요! 그렇게 자면 머리 안 아파요?”

 “전혀.”

 “나가자니까―요―!!!!!!”

 “귀찮아…."

 

 두 소녀의―소녀라고 불릴 수 있는 나이같은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실랑이를 바라보며 시안은 다시 허탈하게 웃었다. 두 사람이 하는 모양새를 보면 나들이는커녕 오늘 하루 종일 이러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듯 했다. 정 나들이가 가고 싶으면 미엘을 빼고 가면 될 것을 ‘함께’라는 말을 포기할 수 없는 여자아이는 어떻게든 그녀를 바깥으로 데려갈 모양이었다. 마침내 여자아이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미엘을 침대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축 늘어진, 그것도 본인보다 덩치가 큰 사람을 끌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녀는 미엘의 팔을 붙든 채로 몇 번이나 헛발질을 했다. 그때였다.

 

 “적당히 일어나주지 그래.”

 

 서늘한 목소리가 조금 장난스러웠던 분위기를 단칼에 잘라내었다. 언제, 어떤 곳에 있어도 한눈에 들어올 새빨간 머리카락이 햇빛을 반사해 자극적으로 빛났다.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갑자기 접한 햇빛이 눈부셔 시안은 눈을 가렸다. 스스로 빛을 내는 듯 한 붉은 두 눈이 미엘을 향했다. 여자아이는 자신을 향한 시선도 아니건만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에트리아스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미엘을 바라보며 작게 혀를 찼다.

 

 “어차피 져 줄 생각이라면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는 편이 좋아.”

 “부.”

 “일어나, 얼른.”

 “……칫, 에티는 봐주질 않는다니까. 매정해.”

 “그쪽에서 쓸데없이 고집피우지 않으면 안 그래.”

 “흥, 쳇, 피.”

 “그래서, 어디로 갈 건데?”

 “에, 에?”

 

 갑자기 자신에게 바통이 내밀어지자 금발의 여자아이는 까만 두 눈을 깜빡일 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에트리아스는 창문에 다시 커튼을 치는 미엘을 바라보며 한 번 더 말했다.

 

 “싫으면 말아.”

 

 

 

 

 햇빛이 나뭇잎사이로 광선처럼 한줄기 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맑은 날이었지만 무성한 나뭇잎 아래는 빛이 닿지 않아 아직 어둑어둑했다. 상록수 숲 특유의 촉촉하고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오솔길을 조금 기묘한 일행이 걷고 있었다. 선두에는 파티장이라도 나온 듯 화려한 남성용 예복의 여자아이. 콧노래를 흥얼흥얼,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걸었다. 그녀의 뒤로는 화사한 금발의 소년, 소녀가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웃음꽃을 피웠다. 소년의 가슴 정도밖에 안 오는 작은 소녀는 복슬복슬한 곱슬머리 위에 보닛을 쓰고 하얀 나들이 원피스를 팔랑이며 걸었다. 그녀의 조잘거림에 대꾸하는 소년은 남자아이치고 큰 키가 아니었지만 주변에 온통 고만고만한 키의 여자아이들뿐이었기 때문에 껑충하게 머리가 위로 솟아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뒤에 바짝 붙어 느릿한 걸음으로 전체의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 그의 동생. 손가락이 하얗게 될 만큼 소년의 옷을 꼭 쥐고 걸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와 떨어져 같은 일행이라 하기엔 멀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치기엔 애매한 거리에 초록빛 숲속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선홍빛의 소녀가 뒤를 따랐다. 평범하진 않았지만 즐거운 무리. 앞서 걷는 여자아이의 흥얼거림이 뒤쳐진 소녀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햇살은 따스하고 그늘은 서늘한 기분 좋은 나들이.

 

 “마스터, 어디까지 가는 건가요?”

 

 금발의 소년, 시안이 물었다.

 

 “갈 수 있는 곳까지.”

 

 흥얼거리던 박자에 맞추어 선두를 걷던 여자아이, 미엘이 대답했다.

 

 “나 힘들어.”

 

 시안에게 찰싹 붙어 걷던 시엘이 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꽤 머네요.”

 

 흰 원피스 자락이 하늘거렸다.

 

 “적당히 쉬었다 가는 게 어때?”

 

 붉은 입술을 빠끔거리며 에트리아스가 중얼거렸다. 앞서 걷는 다른 일행은 아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미엘만은 정확하게 알아듣고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안 돼, 안 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엘이 너, 시안이한테 땡깡 피우면 혼난다?”

 “흥.”

 

 시엘은 와락 시안의 팔을 끌어안았다. 시안이 넘어질 뻔하며 작은 소란이 일어났고 소녀의 까르륵하는 맑은 웃음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흥얼흥얼흥얼, 노랫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하늘 높은 곳까지 가지를 높고 넓게 펼치고 있었다. 나뭇잎이 무성했고, 그 둘레는 평범한 성인 남성 30명이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서도 모자랄 것 같은 굵은 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늘을 떠받힌다는 전설 속의 나무처럼 엄청난 크기. 번듯한 집 한체가 안에 들어앉아있대도 믿어버릴 것 같은 나무를 미엘은 살며시 쓰다듬었다. 사랑하는 이를 만지듯 부드러운 손길이 차가운 나무껍질을 스쳤다. 소녀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스며든다. 그녀는 휙 돌아서 돗자리를 깔고 바구니에 담아온 것들을 펼치기에 바쁜 세 사람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앞으로도 이 이상 넘어가면 안 돼. 다들 기억해둬.”

 “왜?”

 

 모두를 대표해 시엘이 물었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묻는 듯한 눈으로 미엘을 바라보았다. 미엘은 대답 대신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그녀의 입에는 어느 샌가 아직 꺼내지도 않은 샌드위치가 물려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시안이 한마디 했다.

 

 “그 것만 꺼내신 거예요? 안을 다 뒤집어놓으신 건 아니죠?”

 “이거 맛있다.”

 “다행히 괜찮아요. 하여간 못 말리는 사람이라니까요.”

 

 금빛 고수머리의 소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물론 미엘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저 깔깔깔 한번 웃어주고는 맛있게 샌드위치를 씹을 뿐이었다. 소녀도 그녀의 미안해하는 모습 같은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에티, 에티도 와서 좀 먹어봐. 맛있어.”

 

 에트리아스는 부산한 다른 일행과는 달리 아직도 멀리 길 위에 서서 홀린 듯 한 표정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엘은 즐거워 보이는, 그리고 조금은 오만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그녀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듯 보이는 에트리아스를 지긋이 응시했다. 후後좌左우右에서 조잘거리는 대화를 배경음악삼아 사랑스러운 그녀의 인형을 감상한다. 언제나 싱그러운 푸른색으로 가득한 미엘의 숲에서 흰색과 붉은색으로만 치장된 인형은 이질적이지만 눈부시게 빛이 났다.

 

 ‘아름다워.’

 

 취할 듯 강렬한 풀잎의 향기가 와인의 향을 대신해서 감상에 흥을 더했다. 목으로 넘어가는 매끄러운 감각은 안타깝지만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향기와 입안에 넣을 것. 미엘이 감상 시 필수로 여기는 두 가지였다. 무엇을 볼 때든 그것만은 잊지 않았다.

 

 “이거, 맛있다.”

 “엘아, 안된다니까!”

 “그렇지만 맛있어.”

 “그냥 다 꺼내놓을까요?”

 “그게 나을지도……, 하하하.”

 

 시안들은 먹느라 정리하느라 소란스러웠다. 샌드위치를 다 먹은 미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타박타박 걸어 에트리아스의 앞에 섰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 시선을 위로만 향하고 있는 에트리아스의 뺨에 손가락을 얹었다. 뺨보다 뜨거운 손의 감촉에 에트리아스가 놀라 시선을 정면으로 떨구었다. 결코 기분좋아보이지는 않는 미소가 에트리아스를 향하고 있었다. 배회하던 시선이 미엘의 그 것과 얽히고, 소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랑하는 에티. 나의 에트리아스.”

 

 미엘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다물어지며 달콤한 음성을 자아냈다. 범하는 것 같이 뜨겁고 은밀한 시선이 소녀의 온 몸을 훑었다.

 

 ‘미소. 불쾌함이라는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표정.’

 

 미엘의 두 손이 에트리아스의 뺨을 감쌌다. 붉은 미소가 더욱 진해지고 초점을 붙들린 에트리아스의 눈에 미엘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쳤다.

 

 “훅.”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숨결을 불어넣었다. 미엘의 웃음이 베시시 즐거운 듯 변했다. 불쾌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은 장난스러운 미소. 미엘의 손이 움찔 떠는 에트리아스의 어깨를 붙들고 혀가 아랫입술을 핥았다. 소녀는 몸을 물리는 에트리아스를 눌러 잡고 그대로 입술을 붙였다. 반항 없이 입술이 벌어지고 미엘의 혀가 에트리아스의 입안을 휘저었다.

 

 “읏.”

 

 피부가 맞닿았다 떨어지며 생기는 츗, 하는 소리가 났다. 미엘이 곤란한 듯 당황한 듯 혼란한 듯 어색한 얼굴의 에트리아스를 끌어안았다. 도닥도닥 등을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하기만 했다. 얼어붙은 에트리아스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자, 함께 소풍을 즐겨야지?”

 

 발랄한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어느 샌가 숨이 막힐 듯 강렬한 시선은 사라지고 없었다. 미엘은 방긋 웃으며 얼떨떨한 상태의 에트리아스를 끌고 돗자리로 돌아왔다. 금발의 여자아이가 밝은 목소리로 두 사람을 맞았다. 숨차게 떠드는 소리, 즐거운 웃음소리, 맛있는 간식. 즐거운 소풍이었다. 평소와 같이 즐거운 소풍이었다.

 

 

 

 

 미엘은 아이의 서투른 콧노래가 마음에 드는 지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에트리아스는 굳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시안과 시엘은 이미 돌아가 자리에 없었다. 남은 것은 금빛 고수머리를 흰 옷자락과 함께 펄럭이며 가볍게 춤을 추고 있는 작은 소녀. 그리고 그 것을 그늘아래서 지켜보고 있는 미엘과 에트리아스 뿐이었다.

 

 “참 용하지 않아, 에티?”

 

 잔뜩 애교를 부린 귀여운 목소리였다. 한껏 기분이 업 되었을 때나 내는 교태어린 목소리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것도? 그냥 구경중이야. 켈이가 저렇게나 귀여운걸.”

 “…….”

 

 손톱이 길었다면 좋았을걸. 미엘이 중얼거렸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꼭 움켜쥔 에트리아스의 한 손을 어루만지며 한 말이었다. 애매하게 일그러진 발그레한 뺨에 사랑스럽게 키스를 남긴다. 입맛을 다시듯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아내는 모습이 지독히도 사랑스러웠다. 천사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소년의 어설픈 허밍이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금빛 저녁햇살에 물든 소녀의 하이얀 드레스가 꿈결처럼 아득했다. 그 어느 곳에 있어도 배경과 분리되어 그림자를 드리우던 아이는 그가 좋아하던 소녀와 같이 숲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흑과 백, 색채라고는 보이지 않던 작은 신체는 온갖 빛깔에 둘러싸여―.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어째서?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데.”

 “그런.”

 

 계속 말하려는 에트리아스의 입술에 미엘의 손가락이 가볍게 와닿았다. 쉿, 작게 속삭인 미엘은 너무도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분명히 그날 리히트는 죽었어.”

 “…….”

 “하지만 사라진 건 리히트가 아니지.”

 “…….”

 “지금 저기에 리히트가 있잖아.”

 “…….”

 “죽은 사람과 사라진 사람이 언제나 같은 건 아니야. 적어도,”

 

 미엘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행복하게 온 얼굴로 방긋 웃었다.

 

 “꿈속에서는 말이지.”

 

 소년은 붉은 노을아래서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칼을 흩날리며 하얀 원피스 자락을 가녀린 손가락으로 붙든 체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춤을 추었다. 흐릿하게 들려오는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는 사람이 부르는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신비한 목소리로 연주되고 있었다. 눈웃음 치고 있는 오른쪽 눈은 동공의 부재로 까만 유리구슬 같았다. 나무들이 그의 춤에 맞추어 우수수 소리를 냈다. 까르륵 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섞여들었다.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세상의 사랑을 받아 반짝거렸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세상보다 더 사랑했다. 사람이 소녀를 시기해 칼을 들었다. 하늘이 울던 그날 소녀의 심장이 멈추었다. 소년은 자신의 심장을 소녀에게 주기로 했다. 하지만 끊어진 운명의 실은 다시 이어지지 않아서, 소년은 소녀만을 되찾기로 했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가 되었다.

 그날 소녀는 죽었다. 그날 소년은 사라졌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렇지, 에티?”

 

 에트리아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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