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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2 Secret Boys Love :: [이 사야] 01.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꿈을 꾸었다. 무슨 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혹시나 기억이 날까 하고 휴식시간에 짬을 내어 옥상에 올라왔다. 구름없이 파란 하늘을 보고 싶었는데 무슨 조화인지 오늘은 구름이 한가득. 하늘이 깨끗한 걸 보면 조금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했거늘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이렇기를 바라고 올라온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구름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시야에 하늘 외에 다른 것이 잡히지 않자 손이 닿을 것만 같았다. 한번 손을 뻗어보았다. 닿는 것이 있었다.

 "뭐해, 삐돌이?"
 "……."

 불쑥 들이밀어진 얼굴을 보며 떠오르는 말은 없었다. 왜 왔어, 라고 한마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나란히 앉았다. 하령은 사야의 옆에 주저앉아 언제나와 같은 미소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 미소가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야는 무릎을 세워 다리를 끌어안았다.

 "하늘 예쁘다아―."
 "그래?"
 "그 시큰둥한 감상은 뭐야 대체."

 뾰루퉁하게 하령이 입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흘깃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하령이 베싯 다시 웃음지었고, 사야는 늘 그렇듯이 그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한 사람은 하늘 한 사람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리며 자연스럽게 하령의 머리를 쓸어내리던 사야의 손도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대화 한마디 없는 조용한 시간이 구름처럼 흘러갔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하령이 일어나 몸을 털었다. 사야는 그것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하령이 그를 보고 웃으며 사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커피 마시고 싶어졌어. 이만 내려갈래."
 "아, …잘 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응, 하고 대답하고 하령은 옥상을 빠져나갔다. 사야는 자신이 있는 옥상 주변에 아무도―담배피러 온 사람들 마저도―없다는 것에 감사하며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고 몸을 스치는 바람에 마음을 실어보냈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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