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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6 에미아드&지아, 첫만남.

 걷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부터 걷고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소년은 낯선 거리를 두리번거리다가 끝내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가느다란 두 어깨가 감당하지 못한 옷자락이 팔뚝으로 흘러내렸다. 소년은 무의식 중에 옷을 추스르다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예쁘게 탄 갈색 피부를 가진 작은 손. 여자아이마냥 예쁜 손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고민하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원래 이랬던가?"

 알고 있던 것 보다 좀 작은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곰곰히 생각을 되짚어 보아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처음부터 맨발로 걷고 있었나? 이렇게 옷이 컸던가? 여기는 어디지? 아니, 그 전에…

대체 난 누구지?

 놀라운 질문을 떠올린 소년은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당연히 떠올라야 할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조용한 거리는 소년에 맞추어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출근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새벽의 주택가는 아직도 조용하기만 하다. 소년은 다시 발을 떼었다. 걸음과 함께 생각도 흘러간다. 어쩌지, 기억이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나마 날씨가 따뜻한 때인 것이 다행이지만 이대로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건 좀―,

 ―쾅.
 "갹!"

 꽤나 장엄한 소리가 조용한 골목을 울렸다. 생각에 잠겨 걷다가 갑자기 열린 대문에 정통으로 해골을 얻어맞은 소년은 머리를 감싸쥐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거의 동시에 부딪친 종아리도 통증을 호소해온다. 울상이 된 소년의 머리 위에 옅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 미안. 괜찮아?"
 "으으…."

 소년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휘저었다. 아래로 보이는 깨끗한 구두를 보니 출근하는 길일텐데 소년에게 길게 쓸 시간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걱정을 받고 있을 소년이 아니기는 했지만 본인의 머리에서는 계산되지는 않는 것이다.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소년이 전혀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어보이자 발을 돌려 사라졌다. 소년은 가만히 발소리에 귀를 귀울이다가 상대가 완전히 코너를 돌자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얼굴도 보지 않고 상대를 보낸 것이 잘한 것인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낙천적인 소년은 이내 아무렴 어때, 라며 생각을 떨쳐버렸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낮은 지붕들과 저 멀리보이는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빠끔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겠지. 머리를 묶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끈이 없네―. 소년은 길디 긴 머리카락을 손에 말아쥐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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