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미 소이치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11.22 MxS 그대에게 가는 길 (작성 중)
  2. 2018.04.04 煙々羅
  3. 2017.10.07 MxS 토막글 : 청혼
  4. 2017.09.26 MxS 토막글

뻑뻑한 눈을 감았다 뜬다. 이른 아침 출근하자마자 도핑하듯 들이키던 커피를 끊은지 어언 한달째에 접어들었다. 건강을 위해 제발 자기가 준비한 야채즙과 비타민제를 먹어달라던 애교 많은 애인의 간청에 버티지 못하고 고행을 받아들인 대가로 요즈음 미스즈는 몸이 제법 가벼웠다. 퇴근할 무렵이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로 겨우 집까지 이동해 기절하는 일상에서 퇴근 길 동무가 되어주는 연인과 차 안에서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대단한 발전이 아닌가.
수난을 겪은 몸은 아직도 여기저기가 삐걱거리지만 누군가 퇴근길에 마중 나오고, 집이 따뜻하고, 식탁에 따뜻한 일식 식단이 오르는 것에 익숙해졌다. 뼈다귀에 가죽만 씌운 듯 마른 몸에 조금씩 살이 붙고 있었고, 동료들이 안색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스물아홉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변화였다. 지독히 낯설지만 좋은 변화였다.
쯧.
미스즈는 속으로 혀를 찬다. 헤어지면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는 한탄은 덤이다. 입 밖에 낼 때마다 슬퍼하는 소이치로를 생각해서 되도록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하지만 버릇이 어디로 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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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여름,
“거기 뭔가 있나요?”
“…아니.”
소이치로가 미스즈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지만 아직 경칭은 떨어지지 않은(呼び捨て) 어느 날의 일이었다.
무심코 멈춰선 미스즈를 따라온 소이치로가 푸른 잎이 늘어진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를 기웃거렸다. 미스즈의 주의를 끈 것이 궁금했던 모양이지만 그곳에는 이미 날벌레 한 마리 날아다니지 않는다.
미스즈는 저보다 스무해는 더 살아놓고 아직도 어린애 같은 남자의 등을 떠밀었다. 깡마른 미스즈에 비하면 건장해보일 정도로 건강하고 적당히 군살(나잇살이라고도 한다)이 붙은 남자의 등은 무더위에 녹아 눅눅하게 젖어있었다.
아, 덥다.
더운 날이었다. 헛것을 본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미스즈는 약한 어지러움을 미간 한 번 찌푸리는 것으로 흘려보내고 소이치로와 팔짱을 꼈다. 눅진거리는 피부 감촉이 불쾌했다.
*
밤이 되어 선선해진 탓일까. 미스즈는 서늘한 바람을 막아보려 팔을 감싸안았다. 시원한 소재로 만들어진 여름 유카타는 공기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얇았다. 소이치로가 겉옷을 벗어 미스즈를 감싸안는다.
“추워요?”
미스즈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바람을 막은 것만으로도 한결 따뜻했다. 소이치로의 손은 따스하고, 마른 팔을 완전히 감쌀만큼 크다. 미스즈는 소이치로를 올려다보고 추위를 느끼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디찬 자조가 입가를 맴돌았다.
소이치로와 함께 찾은 축제는 지면으로만 접한 여름이라는 계절의 풍취를 한껏 머금고 온 몸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좁은 거리에 몰려든 인파 탓에 사람들 사이에 끼어다니며 미스즈는 인파 따위 딱 질색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지치지 않는 것은 달아난 청춘이 학창시절에도 즐겨보지 못한 축제를 이제야 찾아온 미스즈를 동정한탓일지도 몰랐다.
축제 음식을 사먹고, 사격, 고리던지기, 금붕어 건지기 따위 게임에 참가하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시덥잖은 일에 열중하는 사이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하늘이 새카맣게 물들어 소이치로는 집에 갈채비를 하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어깨에 걸쳐진 그의 겉옷이 미스즈를 지켰다. 옷은 계속 미스즈가 걸치고 있었지만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축제의 여파는 길거리에도 넘쳐흘렀다. 사람들은 어두워진 거리에 아직도 남아 웅성웅성 떠들었다. 미스즈는 소이치로의 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플라타너스 아래 서있었다. 그 플라타너스였다. 낮에 보았던 커다랗고 우거진 나무. 미스즈는 무심코 아까 그 자리를 찾아보고 만다. 커다란 가지 두 개가 갈라진 곳으로부터 수직으로 이미터가량 위쪽에서 무언가 번뜩거리던 것을 분명 보았다.아무 것도 없어 곤충 날개가 강렬한 햇빛을 반사한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일렁이는 빛이 있었다.
미스즈는 그 자리에서 사로잡혔다. 흔들리는 빛무리가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고민도 없이 뒤를 따르고 만 것은 그 빛이 누군가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었다.
아른거리는 빛. 그 기이한 장소에서 보았던 빛이다. 구석 자리에 덩그마니 앉아있던 조그만 소녀에게 내리쬐는 인공 햇살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그의 금발머리. 병원에서도 보았다. 행복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병실은 빛이 잘 드는 커다란 창이 있었다. 미스즈는 혹시라도 빛을 잃어버릴까 길도 둘러보지 않았다. 어깨에 걸쳤던 겉옷은 한 손에 움켜쥔 채였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서, 가로등 불빛을 스포트라이트처럼 받으며 서있는 늘씬한 뒷태를 미스즈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이게 현실일 리 없다는 속삭임이 들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자신을 다독였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미스즈는 희망을 모르고 자랐고, 그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태였다.
“릴리.”
천천히 그가 돌아본다. 어린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키차이가 난다. 그때도 충분히 크기는 했지만….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돌자 그리운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미스즈는 이것이 거짓이라고 확신하며 손을 뻗는다. 닿지 마라. 닿지 마라. 주문을 외웠다. 아, 릴리.
손가락이 닿자마자 흩어지는 자리에 하얀 실타래가 흐트러진다. 그렇구나. 어쩐지 납득해버린다.
세상에는 요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미스즈는그런 허무맹랑한 것은 믿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쯤은 믿어도 될 것 같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마주한 아스라한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소쨩은 미스즈를 미아로 신고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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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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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아름다운 고백은 아니었다. 그는 겨우 침상을 떨치고 일어나 억지로 음식을 삼키고 있는 내게 고백했다.
“결혼하자, 미스즈.”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기가 막혀 그를 살피자 소이치로가 답잖게 초췌한 안색이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항상 생기 넘치고 살가운 사람이 피곤한 기운을 두르고 있으니 색다른 미모가 되었다.
“농담도.”
나는 그렇게 웃고 넘겼다. 진지하게 생각할 기운이 없어 그랬다. 그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농담이 아니야. 내가 너무 나이가 많고 네게 모자란 사람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싫어.”
그는 침착하고 상냥했지만, 말 속에는 분노가 숨어있다. 그 마음이 날 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소름이 끼쳤다.
“생각해볼게.”
“미스즈!”
“피곤해. 잘래.”
숟가락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일어났다. 소이치로가 재빨리 상을 정리한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침대로 몸을 던진다. 머리가 아파와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생각하기 싫어.
고통에 정신이 혼미할 때 계속 들려왔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절박하고 간절하게 나를 바라던 외침. 미스즈 일어나봐. 미스즈 제발 눈을 떠. 미스즈 죽으면 안 돼.
병원에 실려간 것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병실에서 그가 누군가와 실랑이를 했다. 이렇게 아픈데 보호자인지 아닌지가 무슨 상관입니까! 멍청이. 본인도 의사니 그게 어떤 절차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걸 따졌다. 내게 돌아와 오열하던 음색이 생생하다. 제발 버텨. 죽지마. 너 없이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뭔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식은땀을 흘렸는지 축축했다. 소이치로가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았다.
“소이치로.”
“응.”
“결혼하고 싶어?”
부드러운 수건이 잠시 멈칫하더니 침대가 출렁였다. 옆으로 몸이 쏠린다.
“응. 결혼해서 널 살리고 싶어.”
“내가 살았으면 좋겠어?”
“내 평생을 걸게. 살아줘. 부탁이야.”
이마에 와닿는 체온. 그가 울고 있었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서 예쁜 얼굴이 가려졌다. 그게 싫어서 눈물을 닦아주었는데 아예 고개를 돌리고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우는 걸 달래는 재주는 없는데 어떡하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를 끌어안는다. 그는 펑펑 울면서도 나를 마주 안았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 그대로도 좋다. 그대로도 좋은데 소이치로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바라는대로 해줄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
나는 눈을 감고 소이치로의 체온을 즐겼다. 그는 따뜻하고 크고 포근하다. 기분 좋은 살결. 속살이 보고 싶어졌다. 안은 팔은 놓고 싶지 않아서 입으로 단추를 풀어보려다가 실패했다. 그대로 밀어서 침대에 눕혔다. 소이치로는 엉망이 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의 위에 올라타 단추를 풀어 가슴을 열고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대로 그 위에 늘어진다.
“미스즈?”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다시 감싸안았다. 그것도 좋다. 무겁지 않게 도닥이는 것도 무게가 얹히는 것도 좋다. 그냥 그대로가 좋다.
“하고 싶으면 해.”
할 수 없이 나오는 말은 그게 다였다. 그래도 그는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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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S 토막글

story in my world 2017. 9. 26. 08:15

예쁘장한 웃는 얼굴. 보면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미모였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손을 뻗어 어루만졌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뺨을 붉히는 게 귀여워 입을 맞춘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응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미스즈는 쿡쿡 웃으며 아직도 소년 같은 연상의 연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동안 누누이 일러온 대로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안는 팔이 든든하다. 미스즈가 소이치로의 얼굴에 키스하자 가뿐하게 안아들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동작에 미스즈는 편하게 몸을 맡겼다.
넓은 품에 머리를 기대자 졸음이 몰려왔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버리는 건 전부 소이치로 탓이라고 속으로 되뇌인다. 전에는 어떻게든 집안을 돌보며 일을 병행했는데 이제는 집에 발을 들이면 잠부터 왔다. 아니, 집은 커녕 소이치로를 마주치면 피로가 몸을 덥쳤다. 처음에는 쑥쓰러워 거절했던 달랑 안아드는 손길이 없으면 곤란한 것이 되었다.
어린애 취급이라도 좋다. 미스즈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소이치로의 품에 안겨있으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과분한 행복인데 소이치로는 미스즈를 먹이고 입히려 애썼다. 집안은 반짝거리고 매일 먹는 음식의 질이 달라졌다. 감당하기 힘든 애정에 허둥거리던 것도 옛날 이야기. 지금은 아무래도 좋으니 소이치로가 하는 대로 맡기게 되었다. 소이치로는 맡겨놓으면 뭐든지 알아서 해주는 만능 연인이었다.
꾸벅꾸벅 조는 사이 미스즈를 차에 실어 집으로 이동한 소이치로가 다시 미스즈를 안아들었다. 조느라 정신이 흐린 와중에도 착실하게 소이치로를 끌어안는다. 일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몸에 붙은 습관은 때로 미스즈를 불안하게 했지만 동시에 매우 즐거웠다.
“소이치로.”
“더 자. 다 왔어.”
“응.”
그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불렀는데 다정한 말이 돌아왔다.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소이치로의 입술이 머리 위에 닿는 게 느껴졌다. 내일은 주말이다. 데이트라도 해줘야겠다는 의무감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탈력감이 동시에 들었다. 소이치로에게 맡겨야지. 미스즈는 생각했다. 데이트가 하고 싶으면 가자고 할 것이고 아니면 꼭 끌어안고 뽀뽀를 할테다. 그걸로 충분했다. 소이치로는 괜찮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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