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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타입 자캐 커미션입니다




 흥얼흥얼 흘러나오는 콧노래에 사뿐사뿐 발걸음이 춤을 추었다. 공기를 따라 흐르는 음악 소리에 먼지떨이도 춤을 춘다. 보랏빛으로 물든 발자국. 콧대 높은 아가씨의 갈색 드레스를 하얀 삽살개가 헐레벌떡 따라갔다. 색색의 꽃망울이 산들산들 고개를 흔들고, 육중한 책장 신사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날. 먼지 한 톨 없는 장식장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식기들이 산책을 나섰다. 몸가짐을 단정히 한 마른 수건은 오늘 하루 집안의 메이드. 온 사방을 쏘다니며 집안 식구들을 보듬었다. 마당에는 따스한 햇볕에 몸을 맡긴 포근한 친구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빠끔히 열린 창문 너머로 화분이 손을 내민다.

 에리카 그라우플뤼겔, 아니, 이제는 에리카 허츠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아름다운 여인은 흥에 겨워 절로 흥얼거리며 즐겁게 지팡이를 흔들었다. 지팡이가 향하는 방향에 맞춰 집안 물건들이 일제히 덩실거렸다. 빛나는 가구는 빗자루와 먼지떨이를 반기지 않는 게 틀림없었지만, 깨끗한 술을 찰랑거리는 춤꾼들은 지휘에 맞춰 움직이고 돌기를 반복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 안 구석구석을 휘젓는 마른걸레들만이 먼지를 조금 끌어안았다. 집안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먼지를 찾아낸 용사들은 먼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말아 허공을 날았다.

 장식장을 빠져나온 식기들이 단체 목욕을 마치자 에리카는 손을 높이 들어 지팡이를 휘둘렀다. 음악이 멈췄다. 일을 끝낸 청소 용구가 집을 찾았다.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사방에서 창문이 눈을 감았다.

 에리카가 냉장고를 향해 손짓하자 음식물이 튀어나왔다. 주르륵 식탁 위에 늘어선다. 에리카는 잠시 재료를 가늠하더니 빙긋 웃었다. 차르륵 식재료들이 예쁘게 자리를 찾아갔다.

 날은 아직 화창하고 마당에 나선 에리카는 외출용 재킷을 걸쳤다. 뒤를 따라 나온 집요정이 자글자글한 손가락을 뻗자 햇볕을 쬐던 침구가 뿅 사라졌다.

 챙 넓은 모자가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실크 블라우스는 옅은 분홍색, 상아색 스커트가 종아리 근처에서 살랑거린다. 넉넉하게 엉덩이 근처까지 내려오는 재킷은 최근 에리카가 즐겨 입는 포인트 아이템이었다.

 에리카가 발걸음도 가볍게 산책을 나선 곳은 머글의 장터였다. 오가는 차와 사람들로 거리는 소란스럽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달려가기도 하고 장사치가 뭔가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에리카는 여상하게 머글들 사이를 지나쳤다. 옷차림도 태도도 자연스러워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에리카는 한가득 꽃이 걸린 가게에 멈춰선다. 꽃집 주인이 에리카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도 에리카는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한 통씩 주문했다. 깊이 절을 하는 주인에게 배달을 맡기고 가뿐히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이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에리카는 식탁과 거실을 꾸미며 꽃을 기다렸다. 삼십 분 정도가 지나고 꽃을 실어온 운전사에게 팁을 주고 나니 본격적으로 지팡이를 휘두를 때가 왔다.

 딩동. 익숙한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단 하나뿐인 기사가 에리카를 보고 웃었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희미한 미소였다. 에리카는 만면에 행복을 띄우고 그를 맞았다.

 “다녀왔어요.”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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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타입 자캐 커미션입니다




 대망의 11월 첫 번째 주말이 밝았다. 새파란 하늘 아래 붉은 사자와 녹빛 뱀 깃발이 휘날렸다. 관중석은 경기를 기다리는 인파로 소란스러웠다. 학생은 물론 교수까지도 승리를 점치며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한쪽에서는 짤랑거리며 내깃돈을 걷고, 한쪽에서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누군가 꼬치를 팔았다. 엄숙한 얼굴을 한 교수들이 기꺼이 동전을 내니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빨간 응원 도구를 두른 학생들이 목소리를 맞춰서 구호를 읊자 질세라 슬리데린 학생이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초록 광선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나간다. 광선은 뱀으로 변해 허공에서 붉은 사자와 뒤엉켰다. 뱀이 사자의 목을 조이자 사자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붉은 광선이 하늘로 올랐다. 이번엔 사자가 뱀의 몸체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짓밟았다.

 관객석에서 기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경기장 안쪽에서는 선수들끼리 신경전이 한창이었다. 곧 입장 시각이라 각 팀 주장의 인도에 따라 줄을 서는 중에도 양 팀 선수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바빴다.

 “벌써 겁먹었냐? 그래가지고 어디 10점이나 넣겠어?”

 “뒤통수 잘 간수해. 내 블러저에는 눈이 달렸거든.”

 슬리데린 추격꾼 스콧 홈이 으스대자 그리핀도르 몰이꾼 루시아 베이커가 위협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루시아 옆에 서 있던 슬리데린 몰이꾼 게일이 콧방귀를 뀌었다. 루시아가 눈을 부라리자, 그리핀도르 수색꾼 에이든 알빈이 루시아를 도닥였다.

 “자자, 그만 싸우고, 이제 입장이야. 다들 준비됐지?”

 그리핀도르 주장 안젤라 에밋이 박수로 시선을 끌었다. 슬리데린 팀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리핀도르 선수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불타는 눈을 한데 모았다. 선수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안젤라도 굳세게 빗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동안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이기자!”

 그리핀도르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팀에 대한 신뢰와 한데 모인 마음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로 끓어오른다.

 그리핀도르 팀이 결의를 다지는 동안 슬리데린 주장 알버트 쿡은 늘어선 선수 하나하나 찾아가 말을 건다.

 “상대는 그리핀도르야. 반드시 이겨야 해.”

 “걱정 마. 퀘이플에 손도 댈 수 없게 해주지.”

 알버트와 대화를 나눈 선수에게선 이때까지의 느슨한 불안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순수한 열정만이 피어올랐다. 요란스러운 구호도 기합도 없지만, 도닥이는 알버트의 손에서 기숙사 전체가 응원하고 있다는 기운을 전달받은 슬리데린 팀은 소리 없이 전의를 가다듬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나팔이 울리고 호그와트 마법학교 기숙사 대항 퀴디치컵이 시작되었다.

 오늘 시합을 치르는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기숙사가 나란히 경기장에 입장했다. 선수들이 보이자 관중석의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함성과 휘파람, 북소리, 작은 나팔소리 같은 것들이 어우러져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갓 입학한 일학년부터 N.E.W.T.를 앞둔 7학년까지 전교생이 하나가 되어 하나가 되어 외치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추격꾼 오웬 허츠는 함성 속에서 잠시 자신을 잃는다. 입학하기 전부터 동경해왔던 것이 드디어 제 것이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옆에 서 있던 그리핀도르 추격꾼 롤랜드 닉슨이 그런 오웬의 등을 툭 쳤다.

 “정신 차려. 시합 시작하잖아.”

 오웬은 퍼뜩 정신을 붙들었다. 방금까지 주변에 서 있던 선수들은 모두 빗자루를 타고 날아올라 준비된 진영을 갖추고 떠 있었다. 롤랜드가 땅을 박차자 남은 건 오웬뿐이었다. 주장 안젤라가 어서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오웬은 황급히 날아올라 제자리를 찾았다. 지나는 길에 스쳐 간 그리핀도르 몰이꾼 키티 포스터와 하이파이브도 했다. 심판이 하늘 높이 퀘이플을 던졌다. 삐익. 날렵한 그리핀도르 주장 안젤라가 공을 낚아챘다.

 슬리데린 주장이자 몰이꾼인 알버트가 씩씩거리며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그 사이에 안젤라 양옆으로 슬리데린 추격꾼 둘이 바짝 몸을 붙였다.

 안젤라는 롤랜드에게 공을 넘기고, 롤랜드는 슬리데린 골을 향해 쇄도했다. 롤랜드 앞에는 아직 방해꾼이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오웬도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아래로 스치는 관객석에서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항상 고고하던 교수님이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친구들은 찾지 못했지만, 사람들 표정이 선명하게 보여서 오웬은 그만 한눈을 팔고 말았다.

 “골인, 골인입니다. 그리핀도르의 첫 득점!”

 한 박자 이르게 터져 나온 환호성에 오웬은 다시 시합으로 돌아왔다. 롤랜드가 빗자루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묘기 비행을 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올랐다. 오웬은 롤랜드를 향해 함성을 질렀다. 일시에 선수들의 시선이 오웬에게 몰렸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슬리데린 파수꾼 할리 웹스터가 퀘이플을 슬리데린 진영으로 던졌다. 슬리데린 선수들은 하나같이 화가 나 있었다. 몰이꾼 두 사람이 방망이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블러져가 없으면 사람 머리라도 때릴 기세였다. 한 사람이 휘두른 방망이가 붕 소리를 내며 오웬의 팔뚝을 스쳐 갔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리핀도르 팀도 얌전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몰이꾼치고는 체구가 작지만, 눈썰미가 좋은 키티가 블러져를 향해 날아갔다. 퀘이플을 든 슬리데린 추격꾼 제레미 비숍은 거구와 어울리지 않게 곡예에 가까운 비행을 하며 추격을 따돌렸다. 오웬은 뒤를 바싹 따라붙으며 압박했다.

 제레미가 그리핀도르 골대를 향해 돌진하며 퀘이플을 들어올린 순간, 롤랜드가 진로를 가로막고 키티의 방망이가 불꽃을 튀겼다. 갑작스러운 진로 방해와 매섭게 날아든 블러져 탓에 제레미 손에서 퀘이플이 흘러내렸다. 잽싸게 밑으로 비행해 들어간 것은 오웬이었다. 작은 함성이 터졌다.

 그때였다. 바람을 일으키며 회전한 오웬의 눈에 관객석에 앉은 한 소녀가 들어왔다. 생머리를 팔꿈치까지 늘어뜨린 일학년 여자아이였다. 지혜를 앙망하는 파란 망토를 두르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오웬은 빗자루를 가슴 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수직으로 반원을 그리며 뒤엉킨 선수들을 피하자 블러저가 날아들었다. 뒤집힌 위아래를 바로잡으면서 고도를 높이자 쇠공에 스친 망토 자락이 펄럭였다.

 텅 빈 골문 앞을 자유롭게 날아 퀘이플을 던졌다. 마지막 순간 블러저가 달려들었지만, 이미 골은 들어간 뒤였다. 오웬은 빗자루를 놓고 팀원들 사이를 가르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관객석 안쪽에 걸린 점수판이 20:0으로 바뀌었다.

 아까는 친구만 쳐다보고 있던 소녀가 오웬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기된 뺨을 한 친구가 머리 위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노란 망토는 자애의 상징. 오웬은 두 소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레번클로의 에리카 그라우플뤼겔과 후플푸프의 카리나 벨리니였다. 퀴디치에 관심이 많은지 제 기숙사 경기가 아닌데도 신이 나서 응원을 하는 아이가 카리나, 웃는 낯으로 열심히 경청 중인 아이가 에리카였다. 고학년생들은 별 감흥이 없는 듯했으나 삼학년 남학생들은 기숙사 배정식 때부터 귀엽게 생겼다며 유명했다. 그리핀도르에는 자랑할 게 없어 신입생과의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퀘이플은 다시 슬리데린 손에 넘어가 있었다. 추격꾼 조앤 쇼가 작은 몸짓과 날렵한 비행으로 순식간에 골문에 접근했다. 그리핀도르 팀이 막아설 시간조차 주지 않는 빠른 공격이었다. 키티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블러저는 조앤의 옷자락조차 스치지 못했다. 퀘이플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파수꾼과 공의 정면 대결. 그리핀도르 파수꾼 세실리아 윌록은 훌륭하게 막아냈다.

 세실리아가 던진 퀘이플은 멀리 있던 안젤라에게 닿았다. 추격꾼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공을 돌려가며 공을 돌린다. 덩치 큰 슬리데린 선수들이 몸으로 진로를 가로막았다. 롤랜드가 높게 띄워 올린 퀘이플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렸다. 오웬이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뒤쪽에서 대치하던 안젤라와 스콧이 퀘이플을 향해 쇄도했다. 몸싸움하기엔 덩치 차이가 심했지만, 두 사람의 손끝은 거의 동시에 공에 닿았다. 운명을 가른 건 슬리데린 몰이꾼 게일 시드니가 휘두른 방망이였다.

 “그리핀도르 득점. 30대 0으로 앞서갑니다!”

 주장 안젤라는 기쁜 나머지 빗자루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오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손으로 입을 막는 에리카를 발견했다. 골 하나가 들어갈 때마다 방방 뛰는 카리나에 비하면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오웬은 그 위를 지나쳐 멈춰섰다. 시야 안에 안정적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카리나는 공을 쫓아 움직였지만, 에리카의 고개가 텅 빈 제 빗자루를 쫓아왔다. 오웬은 경기장을 넓게 살피는 척하며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퀘이플이 허공을 날자 슬리데린이 덤벼들었다. 몰이꾼의 거대한 덩치가 시야를 가렸다. 오웬은 어깨너머로 겨우 경기 정황을 살필 수 있었다. 에리카는 두툼한 팔뚝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각각 그리핀도르 선수들에게 하나씩 슬리데린 선수들이 붙어 있었다. 공을 잡은 건 슬리데린의 제레미였다. 안젤라가 몸싸움을 벌였지만, 제레미는 퀘이플을 단단히 쥐고 질주했다. 제레미가 그리핀도르 진영 깊숙이 파고들었다. 골문 앞에서 대기하던 파수꾼이 둘을 마중 나왔다. 안젤라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퀘이플에 닿았을 때, 제레미는 공을 던졌다. 공은 정면이 아닌 뒤로 날아갔다. 날쎈 제비처럼 퀘이플을 낚아챈 조앤이 안젤라와 파수꾼 세실리아를 추월해 공을 던져넣었다. 슬리데린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점수판은 30 대 10으로 바뀌었다.

 슬리데린 선수들은 작전을 일대일 수비로 바꿨는지 자리를 옮기는데도 끈질기게 따라왔다. 오웬은 이번엔 조금 앞으로 나갔다. 가드로 나온 슬리데린 몰이꾼은 경기장 쪽을 날고 있어서 에리카와 카리나가 보였다. 카리나가 에리카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에리카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대꾸를 하기도 했다.

 그리핀도르 골문에서 나온 퀘이플은 안젤라가 이어받았다. 슬리데린은 안젤라를 양쪽에서 압박하며 공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안젤라는 영리리하게 따돌렸다.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다가 급하강한 것이다. 추락하는 듯한 모양에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졌다. 안젤라의 특기였다.

 성공적으로 가드를 따돌린 안젤라는 롤랜드에게 공을 넘겼다. 뒤따르는 가드를 향해 몰이꾼들이 블러저를 쏘았고, 경기는 다시 순조롭게 그리핀도르의 승리를 향해 흘렀다. 롤랜드는 가드가 다가오자 바로 안젤라에게 패스했고, 안젤라는 그걸 곧장 오웬에게 던졌다.

 오웬 옆에 있던 가드는 중간에 롤랜드에게 날아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핀도르 선수를 막느라 흩어진 탓에, 슬리데린 진영은 골문까지 일직선으로 비어있었다. 결정적인 기회였다. 오웬이 공을 떨어뜨리지만 않았으면 그리핀도르가 10점을 더 얻었을 것이다.

 “허츠!”

 “오웬!”

 그리핀도르 팀원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관객석을 보고 있던 오웬은 퍼뜩 정신을 차렸지만 퀘이플은 이미 오웬을 때리고 떨어지는 중이었다. 슬리데린 선수, 조앤이 잽싸게 공을 낚아챘다. 공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 끝에 공은 슬리데린 골대를 치고 날아갔다. 자기 실수에 놀란 오웬은 창백해져 있었다.

 오웬의 미스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그리핀도르 우세로 진행되었다. 점수가 110점까지 벌어졌으니 그리핀도르 학생은 선수와 관중을 가리지 않고 축제 분위기였다. 오웬은 더는 실수하지 않았다. 카리나는 그리핀도르 팀이 얼마나 실력이 좋은지, 슬리데린이 무얼 실수했는지 에리카에게 설명했다. 에리카는 친구의 설명 덕분에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때로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그리핀도르의 압도적인 승기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슬리데린의 승리로 끝났다. 승패를 가른 건 골든 스니치였다. 경기 종결을 알리는 황금빛 공은 슬리데린 수색꾼 키에르 피클의 손에서 날개를 떨었다. 난데없는 승리에 슬리데린 선수들도 기쁨을 바로 느끼지는 못했다. 그들은 망토를 벗어 던질 정도로 기뻐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만세를 불렀던 그리핀도르 선수들은 말이 없어졌다.

 선수대기실로 돌아온 건 그리핀도르팀이 대부분이었다. 슬리데린은 놓고 간 물건을 챙겨 떠났다. 수색꾼 피클은 슬리데린의 영웅이 되어 들려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실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안젤라가 수색꾼인 에이든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괜찮아. 다음엔 이길 거야.”

 롤랜드가 말없이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뒤를 따르듯 에이든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키티와 루시아, 몰이꾼 콤비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오웬의 첫 퀴디치 경기가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천막을 열고 들어온 건 슬리데린의 게일이었다. 중간부터 계속 오웬을 가드를 맡았던 덩치는 침울한 그리핀도르 선수들을 보고 씩 웃었다. 그래도 시비 걸 생각은 없는지 조용히 자기 짐을 챙긴다. 천막 틈새가 살짝 벌어졌다. 게일을 제외한 학생들, 그리핀도르 선수 안젤라, 세실리아, 오웬은 동시에 그쪽을 쳐다봤다. 조그만 머리통이 천막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계십니까.”

 머뭇거리며, 그러나 낭랑한 목소리로 카리나가 인사했다. 게일은 자기 물건을 챙겨 나갔다. 카리나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며 게일과 스쳤다. 밖에서 ‘엄마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리나는 도로 천막을 나갔다. 카리나가 게일에게 화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웬은 화끈거리는 뺨을 손으로 가리며 혹시라도 팀원들에게 들킬까 돌아섰다. 안젤라가 오웬을 쳐다보았다. 오웬은 빗자루를 들고 후다닥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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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타입 자캐 커미션입니다






 1982년의 어느 여름이었다. 에리카는 런던 근교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놀랍게도 그곳은 마법이라고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장소였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를 불러낸 것이 순혈가문 마법사라는 점이었다.

 가게에는 손님이 두 팀밖에 없었다. 에리카와 그 일행을 빼면 한 테이블밖에 사람이 없었다는 소리다. 카운터 근처에 있는 맥주 통을 보아 날이 저문 뒤가 본격적인 영업일 수도 있었다.

 창밖에는 오후의 태양이 뜨거운 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센스있게 창가를 살짝 피해 자리를 잡은 건 에리카의 일행, 오웬 허츠였다.

 그는 에리카와 처음 인연을 맺은 학생 때도 참 사려가 깊었다. 사소한 행동에도 적절한 배려가 담겨있어서 언제 만나도 편안했으며, 함께 있는 시간이 제법 즐겁기까지 했다. 타고난 외모와 특출한 친구 덕분에 잠시라도 마음 놓고 쉴 시간이 없었던 에리카에게 그건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덕분에 두 사람의 인연은 길게 이어졌다.

 연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고,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애매한 관계로 이 년을 보냈다. 에리카는 그 외에도 만나는 사람이 있었지만, 오웬은 에리카뿐이었다.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에리카에게 하는 걸 보면 여자를 만나지 못할 인물도 아니건만 그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소문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웬은 끝내 에리카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그 흔한 좋아한다는 말조차 거의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예의 바르게 식사나 차를 제안하기는 했으나 그뿐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것은 공부와 공부에 필요한 대화가 다였다. 무뚝뚝한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웬은 정도가 심했다.

 오늘도 오웬의 과묵함에는 변함이 없었다. 점심나절에 들어와서 벌써 한 시간 가량 지났건만 그는 음료를 주문한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에리카가 용건을 물으려 하자 다른 메뉴가 필요하냐고 묻기까지 했다. 겨우 메뉴판을 요청하려는 오웬을 말리고 용건을 묻는 데 성공했지만, 오웬은 ‘음,’하는 짧은 신음성을 내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에리카는 고민 끝에 그의 뜻을 앞서 짐작해보았다. 즐기는 자리라면 아무리 침묵이 길어도 괴롭지 않을 테지만,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남자와의 대면 하에 길어지는 침묵은 달가울 수가 없다.

 “오웬.”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자 오웬이 에리카를 쳐다보았다. 그는 마치 학생 때로 돌아간 듯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 적잖이 놀란 게 틀림없었다. 흔들리는 눈빛을 마주하고 에리카는 그림으로 그린 듯 상냥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오후 다섯 시의 일인가요?”

 오후 다섯 시라는 말에 오웬의 뺨이 희미하게 붉어졌다. 눈을 갑자기 두어 번 깜박이는 것이 당황스러운 심정을 여실히 비췄다. 에리카는 입을 다물고 그저 웃어 보였다. 오웬은 조금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고 에리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엌 쪽에서 달그락거리며 설거지하는 소리, 바람에 삐걱대는 창문틀, 건너편 테이블에서 펜촉과 종이가 맞물리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시간을 타고 평화롭게 지나갔다. 오웬은 가볍게 입술을 한 번 열었다 닫더니 물을 찾았다. 진작 비워버린 잔을 들고 벌건 얼굴로 종업원을 부르려는 것을 에리카가 제 물을 넘겨주고 진정시켰다.

 “당신이 이런 가게를 알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에리카가 말했다. 오웬은 잔을 반이나 비우고서야 입을 열었다.

 “조용히 만나고 싶었소.”

 오웬은 물잔을 테이블에서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에리카는 잔잔하게 미소 지은 체 테이블 아래로 도망치는 손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눈치챈 오웬의 뺨이 다시 붉어졌다.

 “잘 지냈소?”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오웬은 눈을 가만두지 못하고 창 쪽을 보았다가 눈을 세 번이나 깜빡이며 카운터를 돌아보았다.

 “최근에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들었소.”

 에리카는 고개를 살며시 기울였다.

 “특별히 마음에 둔 분이 없을 뿐이에요.”

 그 말에 오웬은 또다시 불편한 듯한 신음을 뱉었다. 에리카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당신 친구, 벨리니 양은 혼사를 치렀다 들었는데―그는 또 작게 헛기침했다―당신, 그라우플뤼겔양은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에리카는 눈썹을 모으며 곤란한 기색을 띄웠다. 오웬은 계속해서 눈을 피하며 에리카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좋은 분을 알아보고 있어요. 누구보다 절 아껴주고 또 제가 헌신할만한 믿음직한 분을요. 마음이 맞는 이가 없는데 어찌 혼사부터 염려하겠어요.”

 오웬은 침통하게 ‘그렇군,’ 하고 대답했다. 카페 문턱을 넘는 손님이 있어 날이 좋은 오후라 영 의욕이 없어 보이는 종업원이 느릿느릿 둘의 옆을 지나갔다.

 “그렇다면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는 있겠지.”

 “글쎄요. 제게 구애하시는 분들은 다들 훌륭하지만, 진정으로 저를 원하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네요.”

 “진정으로 당신을 원해?”

 “좋은 말씀은 많이들 해주시지요. 하나 사랑의 불꽃이란 덧없는 하루살이 같은 것인지라 어디까지 믿으면 좋을는지 혼란스럽네요.”

 오웬은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에리카는 우아한 손길로 차게 식은 커피잔을 한쪽으로 옮겨두었다.

 “사랑이 믿을 수 없어 혼인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럴 리가요. 그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제 어리석음 탓이지요.”

 에리카는 눈동자로 빛 그림자를 쫓았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는지 볕 드는 자리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오웬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네?”

 그는 실수했다는 표정을 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라우플뤼겔양이 어떻게 해야 진심을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소.”

 에리카는 두 번,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곧 꽃처럼 화사하게 미소가 피어났다.

 “저를 좋아하나요?”

 에리카가 물었다. 오웬은 저 바닥으로 시선을 떨군다.

 “아니.”

 그는 말했다.

 “사랑하오.”

 에리카는 진한 웃음을 띤 체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

 학창시절 두 사람의 약속 시간은 항상 오후 다섯 시였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약 한 시간 정도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장소는 거의 같은 곳이었지만, 가끔은 정원을 거닐거나 도서관에 들렀다. 에리카가 만난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오웬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함께하는 것이라고는 공부뿐인데 레번클로 출신 누군가처럼 지식을 자랑하지 않았고, 슬리데린의 한 남학생처럼 혈통과 재산을 뽐내지도 않았다. 그리핀도르지만 무모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그들이 졸업한 뒤로도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는 뿌리 깊은 기숙사 이미지와 달리 소란스러운 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후플푸프 기숙사 한구석에 틀어박힌 몇몇 부류처럼 조용히 학교생활을 마치기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오웬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고 나면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곤란한 모습을 보면 도와주겠다고 말을 걸었고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지만, 그 외에는 각자 공부하며 시간을 보낸 게 다였다.

 그런 오웬이 에리카에게 직접 감정을 직접 감정을 표현한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첫째가 처음 함께 공부하지 않겠냐고 말을 걸었을 때고 둘째가 오웬의 졸업식 날이었다.

 첫눈에 반했으니 함께 공부하자는 제안을 했던 첫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에리카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오웬이 졸업식을 마치고 만취한 상태로 레번클로 기숙사를 찾아왔다. 그리핀도르고 레번클로고 가리지 않고 사랑 냄새를 맡은 하이애나들이 몰려와 소란스러웠다.

 에리카는 친구들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 포도주 통 앞으로 나갔다. 주변은 축제 분위기고 오웬은 제대로 몸도 가눌 수 없을 만큼 취해서 에리카는 주방 밖으로 끌려 나온 집요정마냥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라우플뤼겔양.”

 평소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는 오웬이 그렇게 커다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에리카는 환호성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 대답을 했다.

 “사랑합니다.”

 또다시 환호성이 터지고 휘파람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에리카는 오웬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결혼해주십시오.”

 환호성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남학생들이 우악스러운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렸다. 오웬은 뭐라고 더 말했지만, 어찌나 시끄러운지 그 뒤로는 거의 들리질 않았다. 에리카는 그저 웃기만 했다.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들린 말이라고는 승낙 어쩌고 하는 것뿐이었고 그 일 이후로 오웬은 한 번도 에리카 앞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었다. 그렇게 오웬은 첫 번째 고백은 학창 시절의 해프닝으로 넘어갔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오웬이 에리카에게 고백하는 장소로 친구―마법사―들이 없는 한적한 곳을 고른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물론 머글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 머글 사회에 적합한 의상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생각하면 우습기는 했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순혈 마법사가 좋아하는 여인에게 고백하겠다고 머글 세계의 옷을 찾아다닌 것이다.

 에리카는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 소매를 살짝 어루만졌다. 오웬이 약도와 함께 동봉한 옷이었다. 마법사 사회에서 자라 마법사로 자란 그가 머글 카페에 어울리는 옷을 알아내서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했다. 게다가 놀랍게도 제법 그럴듯하게 잘 어울리는 옷을 보낸 덕분에 에리카는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장신구만 골라 나온 것이다.

 오웬은 심호흡을 하더니 자진해서 에리카와 눈을 마주했다. 드디어 오늘 에리카를 불러낸 이유를 말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었다.

 “에리카 그라우플뤼겔양. 지금부터 그대에게 일생일대의 부탁을 할 것이오. 부디 딱 잘라 거절하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길 바라오.”

 오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무 받침을 댄 의자가 뒤로 밀리며 거북한 소리가 났다. 그는 의자를 제대로 자리에 돌려놓고는 에리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에는 작은 벨벳 상자를 쥐고 있었다.

 “나 오웬 제시 허츠는 에리카 이리스 그라우플뤼겔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 년간 우리가 함께 정을 쌓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라우플뤼겔양, 저와 결혼해주지 않겠소?”

 오웬은 에리카의 손등에 입 맞췄다. 그가 열어 탁자에 올린 상자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티아라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반지가 들어있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결혼식에 썼던 예물이오. 당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꼭 선물하고 싶었어. 받아주시오.”

 에리카는 보석이 발하는 영롱한 빛과 오웬을 번갈아 보았다.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둘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리카는 오웬이 그녀를 이 년 만에 처음 만났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궁금했다. 에리카는 제 손을 쥔 오웬의 손을 양손으로 마주 잡았다.

 “일어나세요.”

 에리카는 꼼짝 않는 오웬을 일으켰다. 그는 석연치 않은 얼굴을 하면서도 에리카가 하는 대로 따랐다.

 “당신 졸업식 날을 기억하나요?”

 오웬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나한테 고백한 뒤에 무슨 말을 했나요?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건….”

 오웬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오.”

 “대답해주세요.”

 에리카가 말했다. 오웬은 망설였다.

 “대답하지 말라고 했소.”

 “왜요?”

 “나는 이제 겨우 학교를 졸업하는 몸이고 당신은 학생인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소.”

 “그럼 지금은 괜찮은가요?”

 “불편하오?”

 에리카는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벌써 이 년이나 지났어요. 그동안 나도 당신도 많이 변했을지 몰라요. 그런데도 나와 결혼하고 싶은가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소.”

 “당신도 여전히 서투르네요.”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눈동자에 비친 서로의 모습은 이년 전과 아주 달라져 있었다. 완전히 아가씨가 다 된 에리카도, 사회인의 풍모가 물씬 풍기는 오웬도 학창시절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받아주시겠소?”

 오웬이 물었다. 에리카는 살풋 미소 짓는다.

 “물론이에요.”

 “에리카.”

 박수가 터졌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내는 소리였다. 승낙이 날 때까지 숨죽이고 쳐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점은 호그와트 시절 학생들보다 훨씬 낫다. 잘 고른 가게였다.

 “우선은 조금 더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가져도 괜찮겠죠?”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두 사람은 다시 마주 앉았다. 종업원이 서비스라며 샴페인을 가져왔다. 벌써 주점을 열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식사도 하고 가시겠어요?”

 종업원이 물었다. 오웬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날래게 메뉴판을 가져왔다. 에리카는 마음에 찰 때까지 보석을 감상했다. 오웬에게 돌려주자 그가 의견을 물어왔다. 어둑해진 바깥 풍경과 함께 가게는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해 점점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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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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