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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19 텟님 커미션 (1)

에리카타입 자캐 커미션이었습니다.






 아이카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노을지는 태양과 훈훈한 바람이 어우러져 사색에 잠기기 좋은 날이었다. 좋아하는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가로이 아이스티를 저으며 생각에 잠긴 유우키 아이카.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아이카가 눈을 깜빡이자 돌돌 말려 올라간 긴 속눈썹이 함께 흔들렸다. 정성들여 티나지 않을 정도로만 마스카라를 바른 결과물이었다. 파운데이션으로 피부톤을 정리하고 가볍게 볼터치도 했지만, 아이카는 또래 중학생 여자아이들이 그렇듯이 엄마 화장품을 빌려 소꿉놀이라도 한 듯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한듯 안 한듯 자연스러운 내추럴 메이크업으로 곱게 단장한 아이카는 아이돌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예뻤다.


 외모에 자신을 가지는 것은 타고난 재능 없이는 힘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카는 행운아였다. 아름다운 얼굴, 중학생 같지 않은 늘씬한 몸매, 거기에 넉넉한 재력과 스스로를 가꿀 스킬까지 갖춘 아이카는 어딜가도 시선을 받는 예쁜 소녀였다.


 지금도 그랬다.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날이 좋아 야외 테이블을 찾아 나온 사람들이 한 번씩 아이카를 곁눈질했다. 자신을 보며 소곤거리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아이카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아이카는 제 미모가 주는 뿌듯함에 젖어 취한 듯한 기분으로 저 멀리 길 건너편으로 시선을 던졌다.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돌아가기로 한 친구가 슬슬 나올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두 명의 소녀가 있었다. 한 아이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다른 아이는 고개를 돌리고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허리까지 닿는 긴 생머리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옆모습이 시선을 떼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아.


 아이카는 무심코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린 자신의 멍청함에 화가 났다. 아름답다니. 대체 무얼 보고 그런 생각을 해버린 건지.


 정정한다. 두 소녀는 아주 예뻤다. 제 미모에 눈이 높아져 함부로 예쁘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 아이카가 인정할 정도로 충분히 예뻤다. 키가 조금 작고, 웃는 얼굴이 귀여운 쪽은 좀 더 다듬어줄 필요가 있어보였지만―아이카는 소녀의 크고 순한 눈망울을 돋보이게 할 아이라인을 생각하다가 제 허벅지를 꼬집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남의 얼굴을 장식해서 뭐에 쓰려고?―키가 조금 더 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한 소녀는 또래―소녀들은 미타키하라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이 예뻐서 기억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삼십분도 넘게 가야하는 곳이었지만―라는 것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자세한 건 좀 더 가까이 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몸매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조그만 얼굴에 오밀조밀 수놓인 이목구비는 굳이 화장품을 댈 필요도 없어보였다. 이미 화장을 한 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아이카는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카는 문득 자신이 건널목 쪽으로 상체를 한껏 내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고작 남을 쳐다보기 위해 창피한 모습을 보이다니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 아이카는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로하고 앉아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아이스티를 빨아들였다. 그런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조금은 속상함이 가셨다.

 아이카가 쳐다보건 말건 두 소녀는 건널목을 건너서 아이카가 앉아있는 카페로 다가왔다. 아이카는 모른 척했지만,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시선의 방향이 쏠리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들이 카페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했을 때, 아이카는 호기심에 지고 말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그저 친구가 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처럼 시선을 돌려 소녀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아이카는 멍청하게도 못 박히고 말았다. 가까이서 보니 무표정하던 소녀는 딱딱하다기보다는 그저 멍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매가 날카로워 힘을 풀고 있어도 차갑게 보이는 모양이다. 깨끗한 피부 어디에서도 화장품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콧날이며 선명한 입술색이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세워도 괜찮겠다 싶었다.


 “여기 키위 주스가 맛있대. 전부터 꼭 먹어보고 싶었어. 카나도 그렇지? 에리카랑 같이 나눠 마시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카가 예의를 잊고 만 것은 소녀의 미모 탓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아이카는 스스로도 이유를 몰랐다. 어렵게 시선을 떼어 컵을 내려다보니 아직도 반 이상 남은 아이스티가 보였다. 얼음이 녹아서 양이 불어있었다. 버려야지. 아이카는 생각했다.


 “오늘 메뉴는 딸기스무디네. 나 이거 먹고 싶어. 좋아. 그럼 카나가 키위 주스고 에리카가 딸기 스무디야.”


 아까부터 웃는 얼굴로 쉼없이 뭔가를 말하던 아이가 조잘거렸다. 다소 코맹맹이 소리가 나기는 하지만, 이정도는 애교있는 수준임에도 아이카는 짜증이 났다. 애먼 빨대만 손톱으로 자근자근 구겼다.


 “있잖아, 카나.”


 그 말을 끝으로 소녀들은 유리문 너머의 세계로 사라졌다. 아이카는 겨우 자신을 다잡고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 아직도 오지 않은 친구가 원망스러웠다.


 “아이카.”


 놀라서 돌아보니 젖은 머리카락을 제대로 말리지 않았는지 착 달라붙은 머리를 한 친구, 우메가 서있었다. 아이카는 볼멘소리로 왜이렇게 늦었냐고 불평했다.


 “안 늦었는데? 끝나자마자 나온거야. 그러는 너야말로 답장 안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우메는 옆 의자에 가방을 놓았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문자 메세지가 세개나 와있었다.


 『나 끝났어. 금방 갈게』

 『어디야?』

 『보인다. 갈게』


 아이카는 할 말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아이카에게는 길게만 느껴진 시간이 우메에게는 잠깐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치만 굳이 면박 줄 필요는 없잖아. 아이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입 넣어. 못 생겨보여.”


 우메가 말했다. 아이카는 반사적으로 입술을 양쪽으로 당겼다. 그건 우메가 삐친 아이카를 움직이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스스로 움직여놓고도 아이카는 불만스런 소리를 냈다. 우메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가자. 밥 먹어야지. 배고파.”


 우메는 잠깐 앉을 생각도 않고 아이카를 제촉했다. 아이카는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우메가 기다리는 동안 물이나 다름 없어진 아이스티를 버리려고 카페에 들어왔다가 아이카는 또다시 아까 그 소녀들을 발견했다. 창가에서 약간 떨어진 자리에 앉은 그들은 여전히 한 사람이 말하고 한 사람은 듣기만 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이카는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본 과거는 잊고, 참 희안한 애들이라고 생각하며 돌아섰다. 그들의 테이블에는 반쯤 빈 딸기스무디와 겨우 맛만 본 것 같은 키위주스가 놓여있었다.


 “카나는 미타키하라 교복이 정말 잘 어울린다. 귀여워.”


 흥. 아이카는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학교 교복이 훨씬 예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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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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