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아름다운 고백은 아니었다. 그는 겨우 침상을 떨치고 일어나 억지로 음식을 삼키고 있는 내게 고백했다.
“결혼하자, 미스즈.”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기가 막혀 그를 살피자 소이치로가 답잖게 초췌한 안색이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항상 생기 넘치고 살가운 사람이 피곤한 기운을 두르고 있으니 색다른 미모가 되었다.
“농담도.”
나는 그렇게 웃고 넘겼다. 진지하게 생각할 기운이 없어 그랬다. 그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농담이 아니야. 내가 너무 나이가 많고 네게 모자란 사람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싫어.”
그는 침착하고 상냥했지만, 말 속에는 분노가 숨어있다. 그 마음이 날 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소름이 끼쳤다.
“생각해볼게.”
“미스즈!”
“피곤해. 잘래.”
숟가락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일어났다. 소이치로가 재빨리 상을 정리한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침대로 몸을 던진다. 머리가 아파와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생각하기 싫어.
고통에 정신이 혼미할 때 계속 들려왔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절박하고 간절하게 나를 바라던 외침. 미스즈 일어나봐. 미스즈 제발 눈을 떠. 미스즈 죽으면 안 돼.
병원에 실려간 것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병실에서 그가 누군가와 실랑이를 했다. 이렇게 아픈데 보호자인지 아닌지가 무슨 상관입니까! 멍청이. 본인도 의사니 그게 어떤 절차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걸 따졌다. 내게 돌아와 오열하던 음색이 생생하다. 제발 버텨. 죽지마. 너 없이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뭔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식은땀을 흘렸는지 축축했다. 소이치로가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았다.
“소이치로.”
“응.”
“결혼하고 싶어?”
부드러운 수건이 잠시 멈칫하더니 침대가 출렁였다. 옆으로 몸이 쏠린다.
“응. 결혼해서 널 살리고 싶어.”
“내가 살았으면 좋겠어?”
“내 평생을 걸게. 살아줘. 부탁이야.”
이마에 와닿는 체온. 그가 울고 있었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서 예쁜 얼굴이 가려졌다. 그게 싫어서 눈물을 닦아주었는데 아예 고개를 돌리고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우는 걸 달래는 재주는 없는데 어떡하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를 끌어안는다. 그는 펑펑 울면서도 나를 마주 안았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 그대로도 좋다. 그대로도 좋은데 소이치로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바라는대로 해줄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
나는 눈을 감고 소이치로의 체온을 즐겼다. 그는 따뜻하고 크고 포근하다. 기분 좋은 살결. 속살이 보고 싶어졌다. 안은 팔은 놓고 싶지 않아서 입으로 단추를 풀어보려다가 실패했다. 그대로 밀어서 침대에 눕혔다. 소이치로는 엉망이 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의 위에 올라타 단추를 풀어 가슴을 열고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대로 그 위에 늘어진다.
“미스즈?”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다시 감싸안았다. 그것도 좋다. 무겁지 않게 도닥이는 것도 무게가 얹히는 것도 좋다. 그냥 그대로가 좋다.
“하고 싶으면 해.”
할 수 없이 나오는 말은 그게 다였다. 그래도 그는 기뻐할 것이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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