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걸리던 그 여고생도 볼 겸 동시에 들리는 타닥, 하는 소리에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하에서 나온 듯한 고양이 한 마리가 아파트 현관문 앞에 등을 보인 체 서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듯 안쪽을 바라보았다가 바깥쪽을 바라보았다가 하며 고개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 특유의 재빠르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고양이는 굉장히 예뻤다. 단순히 어둠 속에서 아파트 안의 오렌지색 등에 비추고 있는 탓인지도 몰랐지만 고양이는 털이 복슬복슬해서 토실토실해 보일 뿐 아니라 등의 누런 털에서 배 쪽의 하얀 털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이 굉장히 부드러워서 여러모로 포근해보였다. 주저앉으며 엉덩이를 감아 말려있던 꼬리도 다른 고양이들보다 둥글넙쩍하니 통통해 보이는 것은 내가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탓일까 아니면 그저 조명의 마법이었을까. 이제 와서 기억을 더듬어봐야 분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고양이의 등에는 흐릿한 줄무늬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 부연 그라데이션은 줄무늬 모양으로 번져있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고양이는 잠깐 두리번거리면서 나와 눈을 두어 번 마주치더니 아파트 안쪽을 보고 앉았다. 그리고 가끔 고개를 돌리기는 했지만 대부분 나와 시선을 마주한 체로 앉아있었다. 눈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에 그 고양이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생각에는 그랬다. 고양이는 얼굴도 온통 누런 노란색이어서 ―예뻤다. 코까지 노란빛. 이것만은 조명 때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아파트 조명이래봐야 현관 밖에 있는 고양이에게 제대로 닿는 거리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조명발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예쁘다고 생각한 것만은 틀림없다. 온통 사랑스러운 누런빛. 예뻤다.
 
아, 그런데 그렇게 눈을 마주보고 있었던 것은 길지 않았다. 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고양이에겐 반가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누런 고양이의 뒤로 다가온 검은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누런 고양이의 엉덩이에 코를 들이밀었다. 냐―. 검은 고양이가 소리를 내자 또, 냐, 하고 누런 고양이가 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가버리려나, 생각하니 불이 깜빡하고 꺼져버렸다. 누런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와 이야기하다가 일어났다. 그대로 마주본 두 마리 고양이는 이내 소리도 없이 검은 고양이가 나타난 방향의 반대쪽 뒤로 달려가 버렸다.

 나는 계단을 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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