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머리카락을 잡아둔 리본을 잡아당겨 풀어내자 부드러운 홍회색紅灰色머리칼이 사르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입가에 베어문 다정한 미소를 바라보며 함께 웃었다. 괜찮아? 물론이죠. 형식적인 질답을 주고받으며 그녀의 옷자락을 풀어내렸다. 무녀복이라는 거 꽤나 벗기기 쉽네. 쿡, 하고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사랑스럽다. 간지러워요. 그녀가 웃을 때마다 숨결이 귓가에 느껴졌다. 상의 한벌을 미처 벗겨내지 않은 체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요, 라고 묻는 듯한 그녀의 맑은 홍안紅眼과 마주하자 그저 세상이 행복해졌다. 저 하늘에서 비춰오는 달빛만큼이나 아름답게 살겠습니다. 선녀가 내려온 듯 이리도 아리따운 사람을 제게 주셨으니 그만큼 노력해서 그녀와 함께 눈부신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하늘이여.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부볐다. 향 냄새가 났다. 그녀가 마주 머리를 안아주었다. 이렇게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수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여. 꾸준한 운동으로 고운 라인이 잡힌 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맛을 보았다. 간지럽다니까요. 쿡쿡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미기가 조금 몸을 빼는 것을 꼭 붙들어 가두었다. 이 품안에 있으니 소용없어. 도망 못 가. 장난스럽게 이야기해보았다. 수아도 참. 어디 안 가요. 그렇게 대답하는 붉은 입술이 사랑스러워 입을 맞추었다.
설왕설래舌往舌來하는 사이 가늘게 실눈을 떠 고이 눈을 감은 미기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가까워 제대로 볼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이토록 가깝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미기의 손이 블라우스의 단추를 푸는 것을 내버려둔 체, 그녀의 가는 목과 고운 머리결을 손끝으로 즐기며 입맞춤에 열중한다. 이만 얼굴이 보고 싶은 마음에 조심히 입술을 떼자 미기의 얼굴이 따라왔다. 평소보다 짧은 입맞춤이 아쉬웠던걸까, 아니면 저도 모르는 새 습관이 된걸까. 달빛 아래 조금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 눈을 맞춘 체 그저 웃고만 있으니 그쪽에서도 마주 웃어버렸다. 블라우스는 단추가 많아서 풀기 어렵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수아는 고집쟁이네요. 그녀의 말에 이번엔 수아가 웃었다. 마주 앉아 작게 쿡쿡거리며 웃음을 나눈 그녀들은 다시 몸을 붙였다.
알몸이 된 두 사람을 창을 넘어오는 달빛이 비추었다. 한 사람은 붉게, 한 사람을 푸르게 빛이 났다. 천공天空의 푸른 빛이 근원根原의 붉음에 고개를 묻었다. 보드라운 젖가슴 사이의 골을 바라보며 수아가 중얼거렸다. 미기, 가슴이 더 커진 것 같아. 가슴이 커지는 요가라도 한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이 수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봉긋한 능선의 사이를 가볍게 훑어 내렸다. 능글맞달지 심술궂은 미소에 미기는 뾰로통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거 안했어요. 얼굴 빨개졌다. 어머나. 노골적인 발언에 대한 구박을 하기도 전에 미기의 뺨에 수아의 입술이 스쳤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미기와 함께하는 밤이면 언제나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보이는 수아의 모습에 미기는 곤란하다는 듯 웃어버렸다. 예쁘니까 봐드릴게요. 조금만 못생겼어도 그냥 못넘어갔을 줄 알아요? 이번엔 미기의 반격. 수아의 뺨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함께 웃어버렸다.
수아는 미기의 가슴에 다시 고개를 묻고 키스했다. 부리로 쪼듯이 입술만 대는 장난스러운 키스가 도드라진 쇄골, 잠시 가녀린 목에도 애정을 퍼부어주고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애타는 마음만큼이나 간절해진 키스가 수줍게 피어있는 분홍빛 꽃을 머금었다. 잠시 입에 머금었다가 맛을 보듯 할작였다. 미기는 간지러운 듯 뒤척였지만 피하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핥아올린 후 만족하는 듯 다시 입에 덥썩 물고 잘근잘근 씹어보았다. 남은 봉우리에는 손을 들어 아물지 않은 봉우리를 문질러 영글게 한다. 으음. 미기의 느긋한 한숨에 이어 입술이 미끌어져 내려갔다. 마지막까지 봉우리를 물고 작은 자극을 주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 언덕의 아랫부분을 콧등으로 부벼 보고는 눈을 들어올렸다. 나른한 표정의 미기와 눈을 마주치자 베시시 웃었다. 수아는 미기에게 예쁘게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가슴에 이를 한번 박고 몸을 일으켰다. 두 언덕을 아래서부터 양손으로 감쌌다. 마사지하듯 주무르며 미기의 표정을 살폈다. 아아, 수아.
미기는 수아의 어깨에 양 팔을 두르고 그녀의 이마에 이마를 마주대었다. 가슴에서 천천히 배로 이동하는 두 손에 따라 애달픈 한숨이 흘렀다. 배를 지압하며 손이 배꼽을 지나 골반에 닿자 수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배꼽 주변에 둥글게 영역표시를 하듯 혀끝으로 눌러가며 원을 그렸다. 아. 소리와 한숨의 중간쯤에 섞인 소리가 미기의 입술 새를 비집고 나왔다. 동그란 원은 조금씩 영역을 줄여가다가 배꼽에 이르러 멈추었다. 색색 숨을 내쉬던 미기는 고개를 들어 수아를 찾았다. 훑듯이 배꼽을 들여다보고 있는 수아가 보였다. 제대로 씻었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질문해온다. 미기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당연하잖아요. 미기의 항의에 수아는 그녀의 배에 얼굴을 부비는 것으로 대답했다. 귀여워. 그러고는 금새 미기의 배꼽에 혀를 대었다. 혀끝으로 파고들다가 배꼽 위를 할짝였다. 엄마, 아하하, 잠깐, 잠깐만요, 수아. 아까까지 멀쩡하던 간지럼보가 다시 요동을 치는 지 미기가 몸부림을 쳤다. 수아는 볼에 바람을 넣고 부은 얼굴이었다. 미기가 급히 변명했다. 이건 정말 불가항력인걸요! 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조금만 참아. 노력하고 있어요. 그치만 이러면 어떻게 할수가 없잖아. 봐주세요. 미기는 간지럼을 너무 타. 수아는 밤만 되면 어린애 같아지구요? 안 그래. 그러고 있잖아요.
두 사람이 옥신각신 조곤조곤 다투는 사이 조용히 달이, 구름이 흘러갔다. 밤이 깊어지고 귀뚜라미도 울다 지쳐 조용해질 때까지 청홍실의 어울림은 계속되었다. 그들이 함께할 행복한 나날만큼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