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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8.03 에리마기 클라이막스 직전 장면

모두 충격에 잠긴 사이 사야카가 외쳤다.

정말 너야?
어머, 정말 절 의심하시는 거예요?

에리카의 태연한 대답이었다.

지금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쿄코가 으르렁거렸고,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에리카양이, 설마 에리카양이..

마미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섰다.

곤란한걸요.

정말로 곤란하다는 투로 에리카가 한숨을 폭 쉬었다. 동시에 한 손으로는 소중하게 끌어안은 이름 모를 소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더는 숨쉬지 않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시체.

죽여버리겠어!

쿄코가 거칠게 창을 뽑았다. 마미도 떨리는 손으로 총을 쥐었으나 차마 에리카를 겨누지는 못한 채였다.

그것을 본 에리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치맛자락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 뒤에서 나타난 하얀 인형들이 시체를 들어 날랐다. 에리카는 인형들을 가로막는 듯한 위치에서 공손한 자세로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상처내지 않고 예쁘게 죽이는 것도 가능하신가요?

쿄코가 혀를 찼다.

미쳤어?
힘들겠죠? 사쿠라 씨는 손속이 거치셔서... 그것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두분께 부탁하고 싶었는데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던 에리카가 아, 하며 손바닥을 쳤다.

토모에 씨는 가능하지 않으실까요? 제가 한 것처럼 리본으로 목을 조르면 깨끗하고 예쁘게 시체를 거둘 수 있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토모에 씨의 손에 제 목숨을 맡기겠어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요.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종알거리는 에리카의 얼굴을 마주하며 마미가 고개를 젓는다.

정말로 네가 범인이었니?

터지는 눈물. 철커덕하는 쇳소리가 거칠다.

정말 네가 범인이었어?!

절규하는 듯한 외침과 함께 총성이 울렸다. 마녀가 죽어 사라져가고 있는 고요한 결계를 날카롭게 찢는 소음이었다.

팅.

맑은 소리와 함께 총알은 튕겨나갔다. 에리카의 앞에는 모두가 잘 아는 투명한 막이 있었다. 빛이 반사되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방어막이 몇 번이고 모두를 살렸었다. 설마 그것이 자신들을 가로막을 줄은 몰랐는데.

협조해주지 않으시는 거군요.

에리카가 슬프게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소중한 콜렉션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단호한 말과 함께 메이스를 치켜든다. 그 소리에 당황한 것은 사야카였다.

콜렉션이라고...?

그제서야 마도카도 알 수 있었다. 에리카는 단순히 아이들을 죽인 게 아니었다.

수집.

그래, 수집이었다. 저 아이는 뭔가를 수집하고 있었다. 어쩌면 소울젬? 어쩌면 그리프시드? 그도 아니면....

콜렉션이 뭔데...?

떨리는 목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맑고 깨끗하게 에리카가 답해왔다.

제 자랑거리랍니다. 마음 같아서는 여러분께도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보물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서워서 보여드릴 수 없는 게 아쉬워요.

마도카는 생각했다. 지금처럼 생기가 넘치는 에리카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콜렉션을 자랑하고 싶다는 말도, 아쉽다는 말도 진심이었다. 그동안의 행동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질만큼 절절한 진심.

아,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은 대체 누구였을까.

너는 목숨이 우스워?

사야카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있었다.

대답해. 우습냐고.

에리카가 고개를 갸웃한다.

글쎄요.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마도카에게까지 들려왔다.

큐베!

사야카의 눈이 불타오른다.

나 강해지고 싶어. 날 강하게 만들어줘. 그게 내 소원이야.

쿵. 벽을 내리찍은 손이 붉었다.

이런 소원을 빌 줄은 몰랐네.

큐베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네 소원은 이루어졌어. 이제 널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거야, 마법소녀 사야카!

떠오른 소울젬을 낚아채자 빛이 빠르게 몸을 감쌌다. 마법소녀 사야카의 첫번째 변신이었다.

네 손에 죽은 애들이 몇이야? 그 애들이 살아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어? 그 애들은 어른이 되었을 거야. 위대한 일을 해냈을 수도 있지. 아니, 아무것도 못되어도 좋아. 그렇다고 해도!
너는 용서할 수 없어.

그것은 선언이었다. 사야카의 손에 날이 시퍼런 장검이 들렸다.

파란 기사의 등을 보면서 마도카는 무어라 허용할 수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안 돼. 하는 작은 소리를 뒤늦게 깨달은 것은 그래서였다.

돌아보자 호무라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 마디도 않던 호무라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침착함이 거짓말인 양 혼란스러웠다.

완전히 절망에 빠져버린 듯한 표정에 마도카가 사로잡힌 사이 그들의 앞에서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불꽃이 피기 시작했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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