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쳐다보기만 하는 거, 꼴사나워."
"응?"
희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옆에 다가온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심하게 놀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굉장히 많이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가 아무런 표현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다는 리엑션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떄문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청년을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야?"
"뭐?"
청년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희란이 되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질문을 하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등을 돌려 성큼성큼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희란은 미처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그저 얼떨떨하니 그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곧 그렇게 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어이, 할 말이 있대."
"저요?"
청년이 희란에게 말을 건 것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 상대는 그녀가 몇 일째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바라봐온 사람. 희란은 기겁을 하고 청년의 뒤를 쫓았다.
"자자자자, 잠깐!! 뭐하는거야!"
"빨리 말 안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거야. 그 사람들이 오고 있으니까."
"하?"
희란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높낮이 없는 무뚝뚝한 어조로 말하는 청년을 그 사람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연고도 없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어놓고 이게 웬 헛소리라니. 희란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청년과 그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그 사람은 함께 걷던 친구와 함께 청년과 희란에게서 멀어져 갔다. 청년은 그것을 막지 않았고, 희란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미친 놈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늦었군."
"에, 에, 예?"
그리고 청년은 걸음을 옮긴 후 굳은 것처럼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것은 거리와, 사람 뿐이었지만 그는 어딘가 먼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희란이 아직 당황해있는 사이 말릴 틈도 없이 그는 걸어갔다.
"아, 저기, 저, 잠깐만요!"
그 날은 바로 전날까지 따뜻하다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평소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하지만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고 구름 한점없이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청년, 하현은 이름 모를 상대방이 자신을 따라올 여유가 없을 것이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혼령. 세상에 무엇인가 원한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가 그 길을 지나다닌 일주일 동안 내내 한 장소에 서서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걸렸을 뿐이다. 그녀가 세상에 있는 목적은 다른 것이리라. 그 것은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에 해가 되겠지. 그는 조용히 익히 잘 알고 있는 장소로 발을 옮겼다. 어차피 인연이 있는 곳.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하현은 헐렁해져 별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목도리를 가볍게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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