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가 나는 소년이었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두리번거리며 걷는 폼이 영 불안했다. 사방을 살피다가 정작 발 밑의 돌맹이 하나를 보지 못해 넘어져버릴 것 같은 자세랄까. 교복 소매 아래로 드러난 창백한 팔뚝이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눈먼 공에 맞아도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늘었다. 그는 털실뭉치마냥 보들거리는 머리카락에 산들바람이 스치는 것에조차 몸을 떨며 눈치를 살폈다. 사람이 없는 작은 나무 곁에 섰다가 다른 은폐물이 있는 곳까지 달리듯이 종종거리며 걸었다. 배경을 무시하고 보면 지나가면 안되는 곳에 숨어든 거라고 오해받을만한 행동이었다.
"행정실, 행정실."
입 안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밖에까지 들리지 않았다. 소년 쪽에서도 그다지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겁내는 그의 성격 상 이곳에서도 친구를 사귀기는 힘드리라. 하지만 역시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그에게 자동으로 길찾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길치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길을 잘 찾는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한두번 가본 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어찌어찌 찾아간 곳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헤메는 경우도 잦았다. 그런 그에게 넓은 해솔원은 미로나 다름없었다.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입학신청을 하면서 분명히 한번 들렀건만 행정실이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허둥거리다 바보같이 가방을 두고 온 자신이 한심해 죽을 지경이었다. 자책한다고 가방이 저절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건만 소년은 속으로 계속 자신을 나무랐다. 그 와중에 신나게 꼬집은 손등과 허벅지에는 벌써 멍이 들었건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저 건물이던가-…."
어쩐지 한번 본 것 같은 건물 앞에 서서 소년은 신음하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맞는 건 같긴 한데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들어가는 것도 무서웠다. 결국 또 버릇대로 문 앞에서 뱅글뱅글 맴을 돌았다. 잠깐 돌다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할거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화다닥 옆으로 물러가려는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탓에 발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와 부딪혔다는 것만 확실할 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애러랫은 두 눈을 꼭 감으며 급히 허리를 숙였다. 크게 말한다고 목소리를 키웠지만 제대로 상대방에게 들렸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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