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nGRnG) 낙서 3

the other world 2015. 12. 8. 16:05

DN(nGRnG) 낙서 2에서 이어집니다.


5.

"사랑하는 건 어떤 느낌이야?"

 제레인트가 물었다. 루비나트는 먼 곳에 시선을 준 채 반응이 없었다.

 "이봐."

 습격을 피해 도주를 시작한 것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제레인트는 처음으로 온전하게 자신이 혼자라고 느꼈다. 줄곧 바라던 혼자라는 감각이 낯설기만 했다. 제레인트는 불안했고, 살짝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루비나트가 신경 쓰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레인트는 안중에도 없었던 루비나트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건 그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 착한 모험가. 아르젠타에 이어 제레인트와 함께 있 어준 솔직한 녀석.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마도 유일한 알테이아의 영웅.

 "루비나트."

 반응이 없는 것도 지쳤다. 제레인트는 생각했다. 그 녀석이 곁에 있었다면 말해주지 않았을까.

 '제레인트 잘못이 아니에요.'

 한낱 인간이 이렇게 그리울 만큼 약해지고 말았다. 아니, 그건 거짓말이다. 제레인트는 처음부터 그 녀석이 좋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마음 착하고, 아르젠타를 좋아하고, 남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참견하는 모험가가 좋았다. 제레인트는 조금쯤은 옛날의 자신을 이해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이렇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존재라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도 데리고 다닐만할지도 모른다.

 보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6.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뱉는다. 허파가 꽉 막힌 듯 숨쉬기가 힘들었다. 미스트랜드에 도착한 후 수십년을 멈추지도 않고 계속되던 증상이었다. 다른 일에 잠시 집중하면 괜찮아졌다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도 해야 할 일은 아주 많았다.

 살아남아야 했다. 오염된 보옥에서 태어났지만 루비나트는 알테이아의 생명이었다. 긴 세월 살아남을 각오를 다졌다. 모노리스의 문은 닫혔다. 그러나 한 번 열린 문은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벌어진다면 루비나트는 돌아가야 했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혼란 속에 남겨진 페더를 위해 돌아가야 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숨을 거둔 탓에 안식을 얻지 못하고 한 줌 모래로 흩어진 메리엔델을 위해 돌아가야 했다.

 루비나트는 돌아가기 위해 공부했다. 미스트랜드에 대해, 그리고 베스티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했다. 갓 태어난 갓난아이처럼 듣고 손을 뻗었다. 잡히는 것은 수도 없이 많았다. 정보를 모으고, 익히고, 가리는 것에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알테이아에 갇힌 채 모노리스에 대해 꿈만 꾸던 나날과 마찬가지로 시간은 충분했다.

 루비나트는 느리게 걸었다. 시간은 빠르게 루비나트를 스쳐 갔다. 루비나트는 동면하는 개구리처럼 웅크리고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지난 세월이 얼마였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열렸다. 루비나트는 깨어났지만, 곧장 알테이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베스티넬의 새로운 군대만큼 알테이아가 준비되어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알테이아가 없어지면 돌아갈 곳도 없었다. 루비나트는 하루에 한 번 먼지를 털 때를 제외하면 신경조차 쓰지 않게 된 유골함을 한 번 쳐다보았다.

 문을 만들었다. 베스티넬의 군대가 아우성거리는 소리는 유쾌했다. 어렴풋이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들어?"

 새로운 지성과 기적, 온기가 루비나트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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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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