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ick a character, pairing, or fandom you like. 좋아하는 캐릭터, 커플링, 팬덤을 한 가지 고른다. 2. Turn on your music player and put it on random/shuffle. 랜덤으로 음악을 재생한다. 3. Write a drabble/ficlet related to each song that plays. You only have the time frame of the song to finish the drabble; you start when the song starts, and stop when it's over. No lingering afterwards! 음악이 재생되는 동안 그에 맞춰 글을 쓴다. 한 곡이 플레이되는 동안 하나씩. 음악이 시작할 때 쓰기 시작하고, 끝날 때 끝낸다. 다시 듣기 없기! 4. Do ten of these, then post them. 그렇게 열 편 써서 포스팅한다.
처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작은 아이는 그저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을 뿐이었다. 보송보송한 하얀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렸다. 이곳에 서서 아이는 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었던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도 나오지 않는 답이었다. 성연양을 만나려 왔던가? 아이는 입안에서 작게 읍조렸다. 아이의 노란 두 눈에 늘상 고여있던 눈물이 이때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는 바람이 물기를 훔쳐갔는지 뻑뻑했다. 그 사람을 만나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이었더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멀리 검은 실타래가 보인 듯 하여 달려갔더니 남은 것이 없었다. 쿵, 하고 낮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아이의 가는 무릎이 땅에 닿아있었다. 그대로 몸무게를 실어 쓰러진 것이라 아픔을 호소할만도 하건만 아이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익숙한 붉은 두 눈이 그렇게 믿음직할 수가 없었다. 애러랫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자신만만한 미소가 좋았다. 사랑스럽기 까지 한 그녀의 활달한 모습이 좋아서 그렇게 뒷모습을 쫓았더랬다. 종종종 앞서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걸으며 애러랫은 손톱으로 손가락을 꾹 눌렀다. 그녀의 앞에서만큼은 상처를 내지 않도록 주의 중. 그렇게 노력하고 있어요,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조금은 그런 자신에게 부드러운 마음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 눈이 전혀 돌아봐 주지 않았더라도 계속해서 바라보았을 텐데, 이렇게 옆에 있는 것이 꿈만 같은 일인 것을. 분에 넘치는 행복이기에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애러랫은 이 나날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역시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웃으면 복이 온다던가. 애러랫은 가만히 다크의 옆에 앉아 하은의 재잘거림을 듣고 있었다. 저도모르게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두 사람. 감사함을 넘어 미안할 지경이었다. 고작 이런 자신 옆에 있어주는 것이, 그리고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처음에는 무섭기까지 했다. 애러랫은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가 무서웠다. 누군가 걱정해 주는 것이 불안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해솔원을 나가더라도 좋은 인연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달아났다. 다리 힘이 닿는 곳까지. 달아나고 있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달아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 지, 무엇에서 달아나야 하는 지,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없었지만 애러랫은 그렇게 달아났다. 반짝이는 금발, 예쁘게 웃는 푸른 눈, 햇빛이 부서져 떨어지는 새하얀 날개 두 장. 또래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다들 훔쳐보며 좋아하는데 애러랫은 그저 두렵기만 했다. 그대로 그녀가 돌변해서 자신의 팔다리를 뜯어먹기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뒤도 돌아볼 수 없었다. 시선이 따라오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분명히 수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바라보는 등으로 시선이 느껴졌다. 달아나야 했다. 달아나지 않으면 그대로 그녀의 손에 찢겨 죽을 것이다. 애러랫은 달렸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이 가려져 있었다.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 웃는 소리, 고함치는 소리, 싸우는 소리…. 애러랫은 좁은 창고에 웅크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그렇게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눈을 가린 천은 언제라도 풀 수 있었다. 그녀는 강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풀어내지 않았다.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고싶지 않았다. 조금 숨이 찼다. 지금 깨어있는지 잠들어가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저 편히 서든지 웅크리던지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청소용구함 정도로나 쓰이는 작은 창고는 아이에게 둘 중 어느것도 허용해주지 않았다.
호숫가에 서있으면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여름의 무더위를 뚫고 풀내음과 물향기가 물씬 풍기는 바람이 불면 숨이 탁 트였다.
"저, 성연, 양." "응? 왜?" "에, 저……." "뜸들이지 말고 말해!"
성연이 씩 웃으며 애러랫의 머리칼을 해집었다. 아와와, 애러랫은 머리를 붙들고 눈을 꾹 감았다. 얼굴 표정이 수습이 되지 않았다. 빨리 말하라며 제촉하는 성연의 행동에 자꾸만 말문이 막혀 애러랫은 입만 뻐끔거렸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뭐라고 말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어느샌가 손가락을 쥐어 뜯을 기세로 꼬집고 있었다. 성연이 바라보는 것이 창피해서 애러랫은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해요." "응? 뭐라고 했어?"
이렇게 강가를 따라 걷다보면 꼭 집생각이 났다. 풀내음 가득한 고향마을은 이렇게 강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다. 높다란 골 구석에 박힌 곳이라 고작해야 작은 시내가 있을 뿐, 이렇게 물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기가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수영을 할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다들 나무를 오르고 험한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에는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나 산양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물에서는 걷는 것밖에 못했다. 물론 그나마도―, 애러랫은 자신의 발을 바라보았다. 하얀 맨발이 너무 작아보였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동안은 언제나 숨이 머리 끝까지 차고 올라 힘겨웠던 기억뿐이었다.
'언젠가는….'
조금은 마음을 가볍게 가져도 될 것이다. 애러랫은 마음을 굳게 다졌다. 처음으로 이 작은 마을을 떠나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설레고 또 무섭고 그리고 두근거렸다. 하루이틀 나가있는 것도 아니고 그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잠을 자고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떨리는 것보다도 무서웠지만…, 괜찮을 것이다. 애러랫은 가방을 싸다말고 수건을 불끈 쥐었다.
숲 속에 서있노라면 한그루 나무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이 커다란 순환의 고리의 일부가 된 기분에 빠져 움직일 힘을 빼앗아 갔다. 숲의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서있다보면 어느샌가 그런 마음은 애러랫 자신을 속박하는 족쇄가 되어 손발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애러랫 스스로에 의한 암시에 의해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만은, 그순간 진심이자 사실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비웃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럴때면 생각했다. 자신은 왜 꽃이나 나무가 아니라 화인으로 태어났을까, 라고.
"러랫군―, 어딨어?"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고 싶었지만 고개조차 돌릴 수 없었다. 가위에 눌린 것 같은 감각에 애러랫은 그저 그대로 서서 어깨만 부들부들 떨었다.
"아, 찾았다! 있으면 말을 해야지!"
그녀가 애러랫의 등을 팡, 치며 웃었다. 휘청, 그대로 쓰러질 뻔한 것을 성연이 잡아주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쳐 그대로 마주보았다. 너무 빤히 바라보았는지 웃던 성연이 쑥쓰러운 얼굴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애러랫은 그런 성연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늘이 맑게 빛났다. 애러랫은 파란 하늘을 말끄러미 바라보며 웃었다. 눈이 시리다는 사실이 조금 즐거웠다.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흩날렸다. 바람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분, 좋은 걸지도."
쿡쿡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못할 일이었지만 이렇게 혼자서 앉아있다면 할 수 있었다. 저렇게 높은 하늘을 바라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하늘이 떨어져 내리면 세상이 끝나는 걸까? 애러랫은 웅얼웅얼 노래를 불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자그맣게.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앉아 바라보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약간 재미있는 일이었다. 잘근잘근 손가락을 씹으며 저 하늘에 번개가 치면 반으로 뚝 갈라질까, 생각했다. 그럼 다같이 죽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다 자신의 탓이라도 괜찮았다. 비릿한 피맛이 입에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