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단휼烾㣋㤜.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그것’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말간 얼굴에 생글거리는 미소를 띄운 예쁘장한 소년이 나를 보자마자 뛰어들듯이 품에 안겨들었다.
“얘. 나랑 자자.”
가느다란 팔을 허리에 감아온다. 지나치게 익숙한 감촉에 놀라서 굳어있는 내 배에 얼굴을 부비며 소년은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얼른. 나 졸려.”
칭얼대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조그만 몸을 안아든 것은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품에 안겨드는 가느다란 팔다리를 달가우면서도 낯설게 받아들이며 나는 속으로 멍청한 자신에게 혀를 차고 있었다.
결국 머물지도 확실치 않았던 마을에서 이른 저녁부터 방을 잡고 소년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나는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단휼은 잠시 꾸물거리며 잠드는 듯 하더니 곧 깨어나 인상을 찌푸렸다.
“추워. 이리와.”
슬슬 정신이 돌아온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 애는 내 표정 따위는 관심도 없는 듯했다. 반복되는 제촉에 못 이긴 내가 그의 곁에 접근하자 소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 목을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끌어당겼다.
“이봐.”
처음으로 손길을 거부하려는 순간 단휼이 입을 맞춰왔다. 꽃에서 추출한 달큰한 향내와 피와 연기의 냄새가 났다. 몇 시간 안에 살을 태운 연기에 휩싸인 몸이 아니면 날 수 없는 냄새였다. 본능적으로 긴장감이 들었다. 단휼은 얼어붙은 나를 침대에 눕히고 졸음에 취한 눈으로 내 상체 위에 걸터앉았다. 가느다란 다리가 가슴을 조여온다.
바싹 마른 가녀린 몸이었다. 거친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희고 고운 손으로 내 얼굴을 붙든 체 키스에 열중하는 소년의 예쁘장한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촛점을 맞추기 힘들 정도의 지근거리에서 금빛 속눈썹이 흔들린다. 무심코 허벅지에 손을 대자 바른 것도 없이 빨간 입술에서 낮은 한숨이 흘렀다. 움찔거리는 허리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허벅지도 허리도 한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이 가늘다. 나는 그때까지도 소년에게서 나는 향이 무엇인지 사정을 추측하느라 사고가 마비된 상태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단휼의 작은 몸이 내 허리 위에서 달뜬 신음을 뱉고 있었다. 나는 본능인지 습관인지 분간하기 힘든 행위를 소극적으로 계속하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몽롱한 표정이었다. 아침 식사를 해치우듯 권태로운 성교였다. 단휼은 혼자서 열락을 즐기곤 내 사정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몸 위로 쓰러졌다. 맨 가슴에 닿는 여린 살과 꽃향기와 탄내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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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여름,
“거기 뭔가 있나요?”
“…아니.”
소이치로가 미스즈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지만 아직 경칭은 떨어지지 않은(呼び捨て) 어느 날의 일이었다.
무심코 멈춰선 미스즈를 따라온 소이치로가 푸른 잎이 늘어진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를 기웃거렸다. 미스즈의 주의를 끈 것이 궁금했던 모양이지만 그곳에는 이미 날벌레 한 마리 날아다니지 않는다.
미스즈는 저보다 스무해는 더 살아놓고 아직도 어린애 같은 남자의 등을 떠밀었다. 깡마른 미스즈에 비하면 건장해보일 정도로 건강하고 적당히 군살(나잇살이라고도 한다)이 붙은 남자의 등은 무더위에 녹아 눅눅하게 젖어있었다.
아, 덥다.
더운 날이었다. 헛것을 본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미스즈는 약한 어지러움을 미간 한 번 찌푸리는 것으로 흘려보내고 소이치로와 팔짱을 꼈다. 눅진거리는 피부 감촉이 불쾌했다.
*
밤이 되어 선선해진 탓일까. 미스즈는 서늘한 바람을 막아보려 팔을 감싸안았다. 시원한 소재로 만들어진 여름 유카타는 공기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얇았다. 소이치로가 겉옷을 벗어 미스즈를 감싸안는다.
“추워요?”
미스즈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바람을 막은 것만으로도 한결 따뜻했다. 소이치로의 손은 따스하고, 마른 팔을 완전히 감쌀만큼 크다. 미스즈는 소이치로를 올려다보고 추위를 느끼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디찬 자조가 입가를 맴돌았다.
소이치로와 함께 찾은 축제는 지면으로만 접한 여름이라는 계절의 풍취를 한껏 머금고 온 몸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좁은 거리에 몰려든 인파 탓에 사람들 사이에 끼어다니며 미스즈는 인파 따위 딱 질색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지치지 않는 것은 달아난 청춘이 학창시절에도 즐겨보지 못한 축제를 이제야 찾아온 미스즈를 동정한탓일지도 몰랐다.
축제 음식을 사먹고, 사격, 고리던지기, 금붕어 건지기 따위 게임에 참가하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시덥잖은 일에 열중하는 사이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하늘이 새카맣게 물들어 소이치로는 집에 갈채비를 하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어깨에 걸쳐진 그의 겉옷이 미스즈를 지켰다. 옷은 계속 미스즈가 걸치고 있었지만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축제의 여파는 길거리에도 넘쳐흘렀다. 사람들은 어두워진 거리에 아직도 남아 웅성웅성 떠들었다. 미스즈는 소이치로의 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플라타너스 아래 서있었다. 그 플라타너스였다. 낮에 보았던 커다랗고 우거진 나무. 미스즈는 무심코 아까 그 자리를 찾아보고 만다. 커다란 가지 두 개가 갈라진 곳으로부터 수직으로 이미터가량 위쪽에서 무언가 번뜩거리던 것을 분명 보았다.아무 것도 없어 곤충 날개가 강렬한 햇빛을 반사한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일렁이는 빛이 있었다.
미스즈는 그 자리에서 사로잡혔다. 흔들리는 빛무리가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고민도 없이 뒤를 따르고 만 것은 그 빛이 누군가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었다.
아른거리는 빛. 그 기이한 장소에서 보았던 빛이다. 구석 자리에 덩그마니 앉아있던 조그만 소녀에게 내리쬐는 인공 햇살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그의 금발머리. 병원에서도 보았다. 행복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병실은 빛이 잘 드는 커다란 창이 있었다. 미스즈는 혹시라도 빛을 잃어버릴까 길도 둘러보지 않았다. 어깨에 걸쳤던 겉옷은 한 손에 움켜쥔 채였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서, 가로등 불빛을 스포트라이트처럼 받으며 서있는 늘씬한 뒷태를 미스즈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이게 현실일 리 없다는 속삭임이 들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자신을 다독였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미스즈는 희망을 모르고 자랐고, 그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태였다.
“릴리.”
천천히 그가 돌아본다. 어린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키차이가 난다. 그때도 충분히 크기는 했지만….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돌자 그리운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미스즈는 이것이 거짓이라고 확신하며 손을 뻗는다. 닿지 마라. 닿지 마라. 주문을 외웠다. 아, 릴리.
손가락이 닿자마자 흩어지는 자리에 하얀 실타래가 흐트러진다. 그렇구나. 어쩐지 납득해버린다.
세상에는 요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미스즈는그런 허무맹랑한 것은 믿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쯤은 믿어도 될 것 같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마주한 아스라한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소쨩은 미스즈를 미아로 신고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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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가미 나츠미는 부자였다. 넓은 집에 고용인을 두고 살았다. 재화는 언제나 넉넉해서 원하는 것이 생기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에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많지만, 돈이 있으면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었다. 나츠미는 돈과 그에 따라오는 권력을 사랑했다. 무엇이든 마음 내키는대로 휘저을 수 있는 힘이 그에게는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나츠미를 이루는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지배하고, 거머쥐고,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나츠미는 그 사실이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그에 실증이 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이 필요하면 사람을 사고, 권력이 필요하면 권력을 산다. 나츠미는 살아오며 모자란 게 없었다. 누군가는 그의 삶을 보고 불행하다 하겠지만, 코웃음이 나올 뿐이다. 세상에 작은 불행 하나 없는 이가 누가 있겠으며, 흠없는 완전한 행복이란 존재하는가. 나츠미는 제 불행을 그 정도의 수준 낮은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불행에 취해있는 건 취향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지상 낙원의 주인이었다.

 나츠미는 생각했다. 불행이란 그저 우스운 말장난일 뿐이라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자기 처지를 서술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일 뿐이노라고.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었을까? 그는 반문한다.


 내려앉은 금빛 속눈썹이 붉은 눈동자를 반쯤 가렸다. 침잠한 시선이 아래로 꽂혔다.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관 속에 오색 꽃송이가 만발했다. 흐드러진 꽃잎 사이로 단정한 얼굴의 청년이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아직은 살아있는 이였다. 느리게 가슴이 오르내리고, 꿈을 꾸는 듯 이따금 표정이 바뀌었다. 그가 잠든 것이 벌써 몇시간 전인지 몰랐다. 나츠미는 그의 곁에 앉아 단정하고 고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깔끔하게 빗어도 금세 삐쳐나가는 억센 검은 머리는 꽃속에 파묻혀 있었고, 하얀 얼굴은 평온하게 잠들었다. 저 분홍빛 입술에 키스한 적이 몇 번이더라. 지금이라도 끝까지 채워진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키스를 남기고 싶다.

 바라보면 볼수록 마음도 몸도 기울어진다. 나츠미는 어느새 유리관에 달라붙어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우스운 일이다. 사랑하는 그를 잠재워 유리관에 가둔 것은 자신일진데 만질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깨끗한 유리에 덕지덕지 묻어나는 지문이 시야를 방해해 황급히 소매로 닦는다.

 아직은 안 된다. 나츠미는 자신을 추슬렀다. 조금 더 잠재워둬야 했다. 당장이라도 그를 일으키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이 손이 닿으면 그는 저 먼 곳으로 가버릴 터였다. 공주, 사랑스러운 이여. 나츠미는 웃어버렸다.

 츠키모토 히메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이는, 나츠미에게 처음으로 그림자를 알려준 이였다. 모자란 것 하나 없이 언제나 자신의 눈부심에 취해있던 나츠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였다. 과정 하나하나 달콤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거부할 수조차 없는 악랄한 함정을 들이민 이였다.

 히메를 만나고부터, 나츠미는 자신의 연약함을 알았다. 누군가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킬 것이 생겼다. 함부로 내어줄 수 없는 무언가가 차가운 가슴 깊은 곳에 돋아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깊이 뿌리를 내려 있었다. 그저 달콤한 케이크인 줄 알았던 것이 저주의 씨앗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입맞추고 싶다. 나츠미는 또 생각했다. 유리관은 던져버리고 뜨거운 혀를 섞고, 매끄러운 살갗을 더듬어 잠을 깨우고 싶다. 아, 안 돼. 그래서는 안 돼. 한 번 드러난 약점은 반드시 또다시 공격당한다. 지금 없애두지 않으면. -않으면?

 등 뒤에서부터 냉기가 느껴졌다. 나츠미는 차츰 파고드는 차가운 감촉을 떨쳐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붙잡은 유리관에서도 바닥에서도 냉기가 피어올랐다. 마른 공기에 뿌옇게 김이 끼기 시작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손바닥이 유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공포가 심장을 조여온다.

 나츠미는 삐걱거리는 관절을 억지로 잡아당겼다. 추위에 얼어붙은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더듬거리며 보물처럼 유리관을 끌어안는다. 지켜야하는 것인지 버려야하는 것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것을 소중히 끌어안고 새하얗게 바래버린 머릿속을 어떻게든 되살리려 노력한다. 없애버리면 간단한 것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어리석고 또 어리석어서 그저 웃음이 난다.

 이럴 때면 항상 옆에서 도닥여주던 손길은 유리관 너머에서 고이 잠들어 있다. 저 손이 머리를 쓸고, 등을 보듬을 때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던가. 자신의 연약함을 처음으로 깨닫게 만든 손이었다. 원망을 했던가? 아니, 그런 건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언제까지나 나츠미의 곁에 있겠다고 했지만, 그를 떼어낸 것은 나츠미였다.

 멍청하게도 없애버리면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처럼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어야했다. 아버지는 적어도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아버지 따위 무슨 상관이지? 그 인간이 내 인생에 참견할 자격이 있나? 물론이다. 아버지는 나츠미의 오너였으니까.

 그래, 그랬다. 나츠미는 이 사태의 원인을 알았다. 무엇이 되었든 그에게서 빼앗아가는 게 문제이지 않은가. 내것을 내가 가지고 있겠다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나츠미는 옳았다. 츠키모토 히메는 카가미 나츠미의 것이었고, 카가미 마나부가 카가미 나츠미에게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건 거기에 손대는 것은 옳지 않았다. 지분을 가지고 있기는 했던가? 옳던, 옳지 않던, 무엇이 누구의 소유이건 사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만서도.

 나츠미에게 중요한 건 단 한 가지였다.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게 하는 것.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할 것. 그래서 이 손으로 끝내려고 했다. 곤란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 손으로 그 목숨을 거두고자 했다. 닿지 않는 곳까지 멀리 보내느니, 제 입으로 떠나겠다는 선언을 듣느니 그게 나으리라 여겼다.

 나츠미는 어리석었다. 냉정하고 똑똑하던 그는 벌써 십년도 더 전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무슨 판단을 해야 옳았을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짐했으므로, 그렇게 될 것이었다.

 붉은 눈이 번쩍이며 불길한 빛을 띄었다.





~~~

감 찾으려고 가볍게 쓴 조각글. 어째 남 보여줄 게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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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아름다운 고백은 아니었다. 그는 겨우 침상을 떨치고 일어나 억지로 음식을 삼키고 있는 내게 고백했다.
“결혼하자, 미스즈.”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기가 막혀 그를 살피자 소이치로가 답잖게 초췌한 안색이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항상 생기 넘치고 살가운 사람이 피곤한 기운을 두르고 있으니 색다른 미모가 되었다.
“농담도.”
나는 그렇게 웃고 넘겼다. 진지하게 생각할 기운이 없어 그랬다. 그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농담이 아니야. 내가 너무 나이가 많고 네게 모자란 사람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싫어.”
그는 침착하고 상냥했지만, 말 속에는 분노가 숨어있다. 그 마음이 날 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소름이 끼쳤다.
“생각해볼게.”
“미스즈!”
“피곤해. 잘래.”
숟가락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일어났다. 소이치로가 재빨리 상을 정리한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침대로 몸을 던진다. 머리가 아파와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생각하기 싫어.
고통에 정신이 혼미할 때 계속 들려왔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절박하고 간절하게 나를 바라던 외침. 미스즈 일어나봐. 미스즈 제발 눈을 떠. 미스즈 죽으면 안 돼.
병원에 실려간 것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병실에서 그가 누군가와 실랑이를 했다. 이렇게 아픈데 보호자인지 아닌지가 무슨 상관입니까! 멍청이. 본인도 의사니 그게 어떤 절차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걸 따졌다. 내게 돌아와 오열하던 음색이 생생하다. 제발 버텨. 죽지마. 너 없이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뭔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식은땀을 흘렸는지 축축했다. 소이치로가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았다.
“소이치로.”
“응.”
“결혼하고 싶어?”
부드러운 수건이 잠시 멈칫하더니 침대가 출렁였다. 옆으로 몸이 쏠린다.
“응. 결혼해서 널 살리고 싶어.”
“내가 살았으면 좋겠어?”
“내 평생을 걸게. 살아줘. 부탁이야.”
이마에 와닿는 체온. 그가 울고 있었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서 예쁜 얼굴이 가려졌다. 그게 싫어서 눈물을 닦아주었는데 아예 고개를 돌리고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우는 걸 달래는 재주는 없는데 어떡하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를 끌어안는다. 그는 펑펑 울면서도 나를 마주 안았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 그대로도 좋다. 그대로도 좋은데 소이치로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바라는대로 해줄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
나는 눈을 감고 소이치로의 체온을 즐겼다. 그는 따뜻하고 크고 포근하다. 기분 좋은 살결. 속살이 보고 싶어졌다. 안은 팔은 놓고 싶지 않아서 입으로 단추를 풀어보려다가 실패했다. 그대로 밀어서 침대에 눕혔다. 소이치로는 엉망이 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의 위에 올라타 단추를 풀어 가슴을 열고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대로 그 위에 늘어진다.
“미스즈?”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다시 감싸안았다. 그것도 좋다. 무겁지 않게 도닥이는 것도 무게가 얹히는 것도 좋다. 그냥 그대로가 좋다.
“하고 싶으면 해.”
할 수 없이 나오는 말은 그게 다였다. 그래도 그는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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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S 토막글

story in my world 2017. 9. 26. 08:15

예쁘장한 웃는 얼굴. 보면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미모였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손을 뻗어 어루만졌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뺨을 붉히는 게 귀여워 입을 맞춘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응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미스즈는 쿡쿡 웃으며 아직도 소년 같은 연상의 연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동안 누누이 일러온 대로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안는 팔이 든든하다. 미스즈가 소이치로의 얼굴에 키스하자 가뿐하게 안아들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동작에 미스즈는 편하게 몸을 맡겼다.
넓은 품에 머리를 기대자 졸음이 몰려왔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버리는 건 전부 소이치로 탓이라고 속으로 되뇌인다. 전에는 어떻게든 집안을 돌보며 일을 병행했는데 이제는 집에 발을 들이면 잠부터 왔다. 아니, 집은 커녕 소이치로를 마주치면 피로가 몸을 덥쳤다. 처음에는 쑥쓰러워 거절했던 달랑 안아드는 손길이 없으면 곤란한 것이 되었다.
어린애 취급이라도 좋다. 미스즈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소이치로의 품에 안겨있으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과분한 행복인데 소이치로는 미스즈를 먹이고 입히려 애썼다. 집안은 반짝거리고 매일 먹는 음식의 질이 달라졌다. 감당하기 힘든 애정에 허둥거리던 것도 옛날 이야기. 지금은 아무래도 좋으니 소이치로가 하는 대로 맡기게 되었다. 소이치로는 맡겨놓으면 뭐든지 알아서 해주는 만능 연인이었다.
꾸벅꾸벅 조는 사이 미스즈를 차에 실어 집으로 이동한 소이치로가 다시 미스즈를 안아들었다. 조느라 정신이 흐린 와중에도 착실하게 소이치로를 끌어안는다. 일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몸에 붙은 습관은 때로 미스즈를 불안하게 했지만 동시에 매우 즐거웠다.
“소이치로.”
“더 자. 다 왔어.”
“응.”
그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불렀는데 다정한 말이 돌아왔다.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소이치로의 입술이 머리 위에 닿는 게 느껴졌다. 내일은 주말이다. 데이트라도 해줘야겠다는 의무감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탈력감이 동시에 들었다. 소이치로에게 맡겨야지. 미스즈는 생각했다. 데이트가 하고 싶으면 가자고 할 것이고 아니면 꼭 끌어안고 뽀뽀를 할테다. 그걸로 충분했다. 소이치로는 괜찮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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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라면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스커트를 입어야할 때가 있다. 승부수라던지 그런 로맨틱한 의미가 아니다. 문장이 가리키는 그대로 여자에겐 때로 스커트를 걸치고 그것이 아니면 자신을 가꾸는 수단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할 때가 있다. 시이나 미스즈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아니,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라나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강제로 활동을 제약하는 의상을 입히고 규격에 맞춰 방긋방긋 웃는 훈련을 시키는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스커트도 교복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거부할 권리가 없었기에 십년이 넘는 세월을 하반신 노출로 인한 냉증에 시달려야했다.

 그 흔적이 이것이다.

 미스즈는 서랍 구석에 박혀있던 낡은 가터벨트를 꺼내 옆에 던져두었다. 사용한 지 오래되어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하지 못했지만 없는 세간에서 물건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돈은 못해도 어지르지는 않는 습관 덕분이다. 미스즈에겐 더이상 스커트를 입으라고 강요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 물건이 남아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추억이 깃든 물건이었다.

 고등학생 때였다. 뛰어난 성적으로 장학금까지 받으며 들어간 학교임에도 큰 기대는 없었다. 지금보다 더 세상을 미워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던 15살의 미스즈는 새 학교가 아무리 뛰어난 명문학교일지라도 어차피 자기 자리는 없으리라고 미리부터 단정하고 있었다. 설령 환영받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이 달라지지 않는 한 미스즈의 인생에는 변화가 없을 테니까 기대할 게 없었다. 그래서 미스즈는 예비소집일을 거치고 입학식을 마친 후에도 시큰둥한 상태였다.

 고등학생 쯤 되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입학과 졸업이라는 연속 행사에 큰 감동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르게는 유치원부터, 보통은 초등학교부터 수차례 겪어온 행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졸업식은 선후배와 이별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축제 분위기로 변하기도 하지만 입학식은 차라리 탐색전에 가까웠다. 앞으로 삼년을 부딪히게 될 면면을 확인하고 편안한 위치와 든든한 동료를 얻기 위한 눈치싸움.

 미스즈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전교순위에 들어가는 명문진학고여서일까. 중학교 때와는 또 분위기가 달랐다. 구김 하나 없는 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크게 떠들지도 않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서로 아는 사이도 있었지만, 꽤 많은 학생들이 안면이 없어보였다. 중학교 때에 비해 주변에 관심 없는 학생이 많았다. 미스즈는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신입생 대표로 연설한 탓에 관심을 가지고 인사하러 오는 학생이 있었으나 미스즈는 냉랭하게 인사하고 관심을 끊어버렸다. 먼저 인사한 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덕분에 더이상 말을 걸어오는 학생은 없었다.

 근처에 앉은 아이들과 말을 섞으며 조금씩 교실이 소란스러워지는 중에 담임이 나타났다.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사람이었다. 적당한 키에 적당한 몸매, 선생님다운 차림을 한 여자. 그리 길지 않은 갈색 머리를 하나로 묶었다.

 “인사.”

 특색이 없다는 말은 취소. 담임은 아주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학생들은 약 9년간 단련된 습관대로 입을 맞춰 인사했다.

 나타나마자마 우렁우렁하게 출석을 부른 담임은 자신을 토야마 요시코라고 소개했다. 시원시원한 인상에 학생들 표정이 밝았다. 아침조회와 종례를 빠르게 끝내주는 담임만큼 좋은 담임도 별로 없다. 안내해야할 사항을 안내한 담임은 곧 교실을 빠져나갔다.

 “시이나 따라오렴.”

 미스즈도 데리고 갔다.

 새 담임은 좋은 선생님이었다. 미스즈는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변화를 알지 못했지만, 그것만은 분명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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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파생, 자작 스핀오프 마법소녀 테마리☆마기카의 등장인물

 냉정한 이성과 지력을 갖춘 리더, 시이나 미스즈 椎名 みすず


 "거기, 날뛰지 마. 적은 마녀지 건물이 아니니까."



 아키카와 중학교 3학년

 1월 23일생, AB형


 이미지 컬러 라벤더(#B57EDC)


 소원: 돈이 필요해. 평생 쓰고도 넘칠 정도로 많은 돈이!


 좋아하는 것: 공부, 성적표, 시험, 상금

 싫어하는 것: 가족, 특히 부모, 낡은 집, 돈이 없는 것, 사람과 부대끼는 것.


 153cm, 45AAA


 안쓰러울 정도로 바싹 마르고 피부가 거뭇하다. 몸에 비해 과하게 크고 낡은 교복을 입었다. 뼈마디가 드러나는 체형에 광대가 도드라진 넙데데한 얼굴, 찢어진 눈을 가지고 있다. 입술은 계절을 불문하고 항상 터있고, 얼굴에는 기미, 팔뚝이나 다리 같은 곳에 피부염이 보인다. 손톱은 뭉뚝하고 손에서 주부습진이 떠날 때가 없다. 볼품없는 신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라곤 허리까지 길러 늘어뜨린 생머리뿐이나 그마저도 관리가 안 되어 부스스하다. 결이 나쁜 편은 아니다. 몸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계약 전). 쌍커풀은 왼쪽은 두 겹, 오른쪽은 세 겹.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나 외부 시험 결과가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항상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교문을 나서 마법소녀의 모습이 되면 제법 생기가 돈다. 학교에는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시간을 죽이지만 마법소녀 후배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상냥하고 너그러운 친구 겸 리더.


 정부의 보조를 받는 가정. 생모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동사무소에 등록도 되어있지 않다. 생부는 장애가 있어 일을 할 능력이 없으나 가끔 나가서 막노동을 한다. 부모가 모두 집안을 전혀 돌보지 않아서 미스즈를 비롯한 삼남매는 전혀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네살 연상인 미스즈의 남자 형제가 처음부터 가장노릇을 했고 미스즈가 어느정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게 된 소학교 저학년 무렵부터는 미스즈가 살림을 돌봤다. 미스즈가 초등학교 졸업 학년이 되는 해, 즉 미스즈의 오빠는 본인이 고등학생이 되는 해에 곧장 집을 나갔고 다시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미스즈가 가장 노릇을 했다. 계약을 한 건 오빠가 집을 나가고 일년 뒤인 중학교 1학년 때. 장학금을 받아 커트라인 높은 사립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등록금 제출 전에 장학금을 가족이 날려먹었다. 좌절한 미스즈 앞에 나타난 큐베와 계약했다.


 생부는 집에서 놀거나 보조금을 들고 나가는 게 일. 생모는 그가 열렬히 추종하던 창부로 따로 살고 있으며 가족에도 올라있지 않지만 아이는 낳아서 넘겼다. 진짜 생부가 주민등록상의 생부가 맞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생모가 그렇다고 하니 생부는 자기 자식으로 등록했다. 생모는 물장사를 겸하며 식당에서 일을 한다.


 생부는 미스즈가 기억도 하지 못할 무렵부터 형제를 때렸다. 동생들이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는 맏이만 맞았으나 미스즈가 열살 무렵, 그러니까 미스즈의 오빠가 덩치가 커 반항이 가능해졌을 때쯤부터는 본격적인 폭력의 대상이 미스즈가 되었다. 당시 일년 가량 미스즈가 기억하는 것만 죽을 고비를 네 번 넘겼으며 실제로는 그보다 심한 일이 두어번 더 있었다. 미스즈는 당시의 기억이 희미하다. 동생은 미스즈보다는 조금 늦게, 소학교 졸업학년 무렵부터 손을 댔다. 상대적으로 자신을 닮았다며 아꼈다.


 오빠가 집을 나간 직후, 분노한 아버지가 옆으로 누워서 자던 미스즈의 등을 걷어찼던 적이 있다. 그때부터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당시에는 모르지만 허리 디스크가 된다. 그 외에도 환경이 나쁜 것과 못 먹을 것을 먹고 자란 탓에 나이에 비해 건강이 좋지 않다. 아직은 어리고 고통을 견디는 것에는 이골이 나서 뼈가 부러졌던 자리가 비오면 시리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학습에 특출나게 재능이 있었다. 학교에서 검사한 결과로 아이큐는 183. 심각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학교 선생이 안타까워할 정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 한 번도 일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노력한 만큼, 어쩌면 그 이상 결과가 나오는 공부에 매달달렸다. 공부에 정을 붙이면서부터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소원이었다. 줄곧 책을 들여다본 탓에 점점 시력이 나빠져 최근에는 안경을 써야한다는 충고를 들었다. 고민 끝에 안경을 사는 것보다는 마법으로 시력을 고치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 시력 검사 결과도 마법으로 조작했다.



 아케미家와의 인연

 한창 생부에게 폭행당하던 열살 때, 생모가 찾아와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없이 하루종일 성교를 즐기는 부모를 피해 이른 아침부터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미스즈는 죽음에 가까워져가던 마리와 만난다. 이후 네 번 정도 마리와 만나 도움을 받으나 마리가 딸의 옷을 입혀 돌려보낸 날, 생부는 본 적 없는 깨끗한 옷을 입고 온 미스즈를 심하게 폭행하고 외출을 막았다. 그 후 마리는 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거기서 마리와의 인연은 끝난다. 미스즈는 마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고, 마리는 미스즈를 염려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미스즈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법소녀가 된 미스즈의 미래

 돈만 많아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미스즈는 몰랐던 생모의 도박중독으로 미스즈가 삶을 팔아 얻은 재산이 하나 둘 날아간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척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냈다. 많으니까 조금은 써도 된다고 생각했으나 미스즈는 미성년이었고, 그런 미스즈의 통장에 손을 댄 생부가 생모가 원하는대로 재산을 넘겼다. 생전 처음 큰 돈을 만지게 된 생모는 점차 판돈을 불리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바닥을 보게 된다. 미스즈는 큰 충격에 빠져 렌게의 위로도 소용없이 마녀화한다.


 T.R.A.U.M.와의 인연

 - 렌게

 1학년때 같은 반이었다가 2학년 때 갈라졌다.

 1학년 때는 사이가 좋을 리 없었던 다른 세상 사람이어서 데면데면했다. 서로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미스즈 입장에선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수업을 빠지는 렌게가 눈꼴시었고, 렌게는 유독 쌀쌀맞게 구는 미스즈가 무서웠다. 사이가 급변한 건 서로가 마법소녀임을 알게 되었을 때. 사는 동네가 멀고 렌게가 연습생으로 지내느라 사이클이 달라서 학년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 몰랐다. 아직은 미스즈가 날이 많이 서있고 렌게도 소심해서 관계는 개선되었지만 서먹했다.

 2학년이 되어 반이 갈린 후에도 한동안 같은 상황이었지만, 부딪히지 않고 영역과 순찰시간을 지켜 공존했다. 다른 마법소녀가 영역을 침범하면 렌게가 피하고 미스즈가 토벌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스즈가 렌게 영역까지 지켜준 셈. 이후 학교에서 반 외 활동으로 잠시 엮일 기회가 있었는데 마법소녀라는 공통점을 둔 소녀들은 대화를 하다가 각자의 어두운 사정을 알고 급격히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3학년이 되면서 마법으로 반편성을 조작할까 고민도 했으나 운이 좋아 결국 같은 반이 되었다. 친해진 뒤로 둘 다 성격이 많이 바뀌어서 둘 다 겉보기에 많이 부드러워짐. 렌게는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고(훈련의 성과일 뿐이지만) 미스즈는 자기 사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 위안이 되었다.

※ 다툴 경우 말이 없어진다. 그러나 어느순간 서로에게 어색하게나마 말을 걸거나 웃음이 터져 화해함.


 - 아이카와 우메

 렌게와 미스즈가 막 친해진 2학년 중반쯤, 갓 계약한 신입 마법소녀인 두 사람을 만났다. 마음이 맞을 것 같아 팀을 꾸렸다.

※ 아이카: 한 번 의견이 갈라지면 양쪽 다 양보하지 않아서 싸움이 크게 난다. 미스즈의 가차없는 발언과 아이카의 인신공격이 어우러져 같이 있는 다른 인원으로서는 최악의 싸움. 자주 의견이 갈리기 대문에 보통은 싸움이 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가로막거나 미스즈가 양보한다.

※ 우메: 우메가 워낙 과묵해서 의견 충돌 자체가 나지 않는다.


 - 테마리

 미스즈가 중3, 테마리가 중1이던 여름. 웨딩드레스 샵의 쇼윈도를 구경하는 중에 우연히 4인방이 근처에 있었다. 큐베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테마리를 눈치챈 미스즈가 설명해주자 말릴 틈도 없이 계약해버렸다.


 - 호칭

자신(와타시): 테마리쨩, 렌쨩, 아이카쨩, 우메쨩, 아야메상→에리카쨩, 카나쨩, 유사



 마법소녀

 마력 특성은 비행. 무기는 창. 마녀 같은 분장에 어울리게 마치 빗자루처럼 생겼지만 술 안에 날카로운 금속이 숨어있다. 그러나 창으로 공격하기보다는 던져서 꽂아넣고 피뢰침으로 활용해 감전시켜 태워버리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마력은 다섯 중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마법도 강력하다. 빗자루에 올라타 날면서 적을 파악한다.

 변신씬 강조 아이템: 모자, 귀걸이, 망토 리본, 장갑, 반지, 신발


 마녀화

 공부의 마녀, 성질은 분노.


 미스즈(15) 기타 설정

 - 음역대는 소프라노. 노래를 부를 환경이 아닌 것치곤 발성이 좋다. 목소리 톤은 낮은 편.

 - 오메가버스 우성 알파

 - 생일을 자주 까먹는다. 챙기지도 않고 먼저 말하지도 않는다. 너무 기대가 없어서 챙겨주면 깜짝 놀란다.



 무대 뒤 AU

 Mi

 과보호 받으며 자란 귀한 아가씨. 엄마가 갓난이때부터 데리고 다니며 배우로 키웠다. 윤기 흐르는 생머리는 엄마 작품. 어릴 때는 히메컷이었지만 역할이 한정된다는 이유로 지금은 평범한 생머리. 필요한 장면을 잘라서 연기하는 TV 촬영에 익숙하다. 카메라에 적응 못하는 Te를 많이 도와줬다. 고등학생. 심각한 결정 장애에 은근히 소심하고 눈치를 많이 본다. 시키는 일은 잘 함. 성적도 중간쯤, 성격도 중간쯤, 연기도 중간쯤. 미스즈라는 인물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동경해버렸을지도?




 계약하지 않은 미스즈의 미래

 폭력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공부에 매진한 끝에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대학에 조기입학했다. 처음에는 마리의 영향으로 사회학과에 진학할 생각이었으나 고등학교 때 선생의 설득으로 이과로 진학했다. 결국 그 선생님의 도움으로 집을 나와 수험공부를 해서 대학에 조기입학하는 데 성공한다. 대학은 항상 전액장학금을 받아서 다녔다.


 특정 분야에 마음이 있는 게 아니다보니 전과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대학도 조기졸업한 게 천재 퀄리티. 바로 대학원으로 진학해 공부에 매진했고 미국으로 건너오라는 유혹은 처음부터 있었으나 두살 어린 동생을 염려해 시기를 늦췄다. 집을 나오며 모든 연락을 끊었으나 동생에게만 알려준 연락처로 결국 부모가 찾아와 돈을 구걸하기 시작했고 형편이 되는대로 넘겨주기는 했으나 동생이 성인이 되자마자 미국으로 달아난다. 질릴대로 질린 상태라 동생에게는 이메일만 알려주었고, 그나마도 거의 확인하지 않아 스팸메일이 쌓이고 있다.


 (아케미家와의 두 번째 인연)

 도망치듯 일본을 떠난 터라 그전부터 찾고 있던 마리의 사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빈손으로 도착한 미국에서 정착하느라 한동안 일본에 돌아가지 못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본에 들를 여유가 생긴 건 박사학위를 따고 모 유명 대학(KAL텍)에서 일하며 생활이 자리잡힌 스물아홉. (생화학 박사 학위를 딴 게 스물넷. 학위는 미국에서 땄다.)


 비자 갱신과 마리 추적을 위해 일본에 돌아간다. 희미하던 마리의 성을 기억해낸 미스즈는 친동생이자 주치의였던 아케미 소이치로를 찾아낸다. 소이치로의 도움으로 임종 사실을 확인하고 예정보다 이르게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미스즈를 소이치로가 붙잡았다. 마리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던 소이치로는 미스즈에게서 강렬한 끌림을 느꼈고, 미스즈 역시 소이치로에게 이끌려 두 사람은 밤을 함께한다. 이후 연인관계가 되어 잠시 일본에 돌아갔던 미스즈는 본격적으로 휴가를 내고 일본으로 돌아와 한달 가량 함께 지내게 된다.


 그 후 태평양을 사이에 끼고 교류를 계속하던 두 사람은 뜸한 만남에도 불구하고 인연이 계속해 소이치로가 은퇴 후 미국에서 동거하게 된다. 간략히 혼인 신고를 마치고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큰 다툼 없이 이십여년을 함께 지낸다. 어린 시절의 고생으로 건강이 심히 망가진 미스즈는 소이치로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56세에 둘이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숨을 거두었다.


 미스즈(29) 기타 설정

 - 앞머리는 눈썹 바로 위까지. 눈썹이 보이지 않는다.

 - 지독한 워커홀릭. 쉬는 날에는 집안일을 하거나 병원에 가거나 앓는다. 그 외 짬짬히 여가시간에는 신문이나 잡치를 잃으며 소홀했던 세태 파악에 힘을 기울인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방전된 것처럼 늘어져 티비를 본다.

 - 담배, 술, 마약까지 가끔 한다. 중독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수준이지만 스트레스가 심할 때 되는대로 취한다. 집에서는 보통 아편. 대마도 해보고 담배도 피워보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간편했다는 모양.

 - 소화불량, 스트레스성 두통, 스트레스성 위염, 역류성 식도염 따위 잔병이 많다.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최소 이틀을 앓아눕는다. 5년 안에 골다공증이 생길 예정.

 - 소화불량이 심해 평소 음료는 거의 안 마시고 그나마 물. 그것도 지치면 그냥 먹지 않는다. 집안일은 가사도우미를 불러 맡기고 음식은 사람을 시키거나 주문하는 게 반, 요리하는 게 반. 보통은 집에서 먹을 일 자체가 많지 않다.

 - 허리 때문에 굽이 있는 신발은 신지 않는다. 거의 항상 워킹화. 물을 들고 다닌다.

 - 몸에 벤 가난 때문에 옷도 잘 사지 않는다. 유일하게 사치하는 분야는 머리카락 관리. 풀코스로 관리하고 있어서 어릴 때랑 달리 찰랑찰랑 흔들린다.

 - 콘서트는 다니지 않지만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한다. 즐기는 장르는 메탈 전반.

 -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 종류는 다큐멘터리지만, 그나마도 볼 기회는 별로 없다.

 - 논문이나 신문은 많이 읽지만 픽션은 전혀 읽지 않는다. 그나마 남은 지식은 전부 학창시절에 읽은 것들.

 - 혼돈-선, INTJ. 이미지에 맞는 동물은 사슴.

 - 과거 연인이 다수 있었으나 본인부터가 성욕을 채울 상대라는 인식이고 사생활에 끼어드는 걸 극도로 꺼려 오로지 성교에만 관심있는 상대를 골랐다. 덕분에 데이트 강간 경험이 많다. 토이를 비롯해 다양한 플레이에도 아는 바가 많다.



 가족 사항

부: 장애가 있어 일을 하지 못하는 경제 무능력자. 가끔 막노동을 하고 보조금을 낭비한다. 집에 있을 때는 자거나 사람을 패거나 돈을 가져갈 때뿐으로 부모로 해야하는 일을 한 건 거의 없다. 아이들 생모로 알고 있는 사람과는 돈을 주고 섹스하던 사이로 간도 쓸개도 빼줄 기세. 보통 집에 오면 눈치 보지 않고 잠자리를 갖는다. 애들이 아주 어릴 때는 그가 찾아와도 애들이 알아서 자리를 피했지만, 그게 당연해지자 직접 내쫓기 시작했다.


모: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물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생부가 누군지 본인도 잘 모른다. 당장 죽이지 않을 정도로만 키워서 미스즈의 생부에게 떠넘겼다. 서류에는 올라 있지 않다. 심한 도박 중독자.


손윗형제: 4살 연상 남자 형제. 철이 들기도 전부터 아버지에게 얻어맞으며 집안 살림을 하고 동생들을 돌봤다. 중학교를 졸업해 곧장 기술직으로 취직해 집을 떠났다. 막 집을 떠난 직후에는 잠시 미스즈와 연락이 되었으나 한달 안에 연락이 끊어졌다. 살아는 있는지 알 수 없다.


손아래형제: 두살 아래.



해리 포터 AU: 17세 기준 프로필
멀 싱클레어Merle Sinclair (영국인)

생년월일: 1959. 1. 23.
키 / 몸무게: 153cm / 39kg
핏줄: 순수 혈통

기숙사: 레번클로
지팡이: 북가시나무. 불사조 깃털. 8인치. 단단하고 휘어지지 않는다.
패트로누스: 매
보가트: 생부

특이사항: 애칭은 Meryl. 어머니는 프레웻가 출신. 방탕한 부모 탓에 동생이 팔려갈 뻔한 적이 있다. 클라라와는 빚 관련으로 돌아다니던 중에 만났다.

교복은 전체적으로 한 사이즈 크다. 셔츠 단추는 하나 푸르고 타이는 느슨하게. 망토는 여민다. 스타킹에 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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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 빛이 사그라드는 오후였다. 침대는 커다란 창문 건너편에 놓여있다. 너머로는 아마 빛 테라스와 초록으로 물든 이파리 위에 울긋불긋 수 놓인 꽃들이 보인다. 멀리 펼쳐진 성벽 위로 부쩍 가까워진 태양이 차츰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비율이 삼 대 사일 경우 빗변의 값은 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괄호 열고. 사실 자신의 업적인지 제자들의 업적인지, 아니면 선대의 지식인지 불명확하다.”

 “베이유.”

 낭랑한 목소리를 끊고 소년이 말했다. 베이유는 고개를 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베이유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소년은 눈을 똑바로 뜨고 베이유를 바라본다. 베이유는 소년이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질 때면 언제나 그렇듯 어색하게 웃는다. 소년은 베이유가 당황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갑자기 방안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소년은 계절이 바뀌면 열한 살이 된다. 곧은 등과 넓은 어깨는 열세 살은 족히 되어 보였다. 또랑또랑 커다란 눈에 우뚝한 코, 굳게 닫힌 입술은 서너 살 더 먹은 형들보다도 어른스럽다. 헐렁한 셔츠 사이로 드러난 앙상한 팔뚝만 아니라면 근사한 청년으로 자라나리라 기대가 되는 얼굴이다.

 소년은 하얀 피부에 볼이 붉었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입으니 포동포동 살이 올라야 하건만 젖살이 남은 뺨을 빼고는 살이 없다. 덩치가 크고 또래보다 어른스럽기는 하지만 가여울 만큼 볼품이 없었다.

 분명 또래보다 커다란데도 어딘가 작아 보이는 것은 소년의 형 탓이다. 생일이 같은 소년의 형, 하시르라는 이름을 가진 동갑내기 소년은 똑같이 열 살인데도 벌써 열다섯은 먹은 양 키가 크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아버지를 닮아 매서운 눈에 검술에 재능을 보여 기사들과 함께 훈련했다. 겨울나무처럼 마른 소년과 달리 팔다리에는 힘이 있어서 엔간한 어른은 팔씨름으로도 이기지 못한다. 쾌활하면서도 점잖은 성격은 아버지를 쏙 빼닮아 차기 영주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며, 어린아이답지 않은 남성적인 모습이 근사하다며 하녀들은 성마른 입방아를 찧었다.

 남들보다 큰 키에 큰 골격을 타고났어도 하시르 곁에 서면 소용이 없다. 단둘 밖에 없는 형제와 함께 서면 소년은 언제나 조그만 동생이었다. 잘 웃는 형과 비교해 어두운 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사교적인 형과 달리 친구도 없었다.

 소년은 거기에 불평하지는 않았다. 곧 죽을 거라는 시중인들의 뒷얘기도 말없이 들어넘겼다. 상냥한 백작 부인 앞에서는 어머니와 어울려주는 착한 아들이었고, 호방한 백작 앞에서는 귀여운 막내 노릇을 했다. 형이 밖에서 돌아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떠들면 줄곧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도 쳤다. 유모는 몸은 약해도 말썽부리지 않는 작은 도련님을 끔찍이 아꼈다.

 소년은 서재를 좋아했지만 먼지가 많아 오래 있지는 못했다. 대신 책을 빌려와 오늘처럼 글을 읽을 줄 아는 하인에게 낭독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몇 번이나 사람이 바뀌었지만 베이유에게 낭독을 시킨 후로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베이유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빵입지요.”

 소년의 반듯한 이마가 대번에 구겨졌다.

 “먹어야 살지 않겠습니까. 빵이 없어서 당장 굶어죽는 사람이 거리에 나가면 수두룩합니다.”

 소년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깊이 생각에 잠길 때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베이유는 글씨를 짚으며 어디까지 읽었는지 찾아냈다.

 “계속해.”

 소년이 말했다. 베이유는 다시 큰 소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업적인지 제자들의 업적인지, 아니면 선대의 지식인지 불명확하다. 괄호 닫고. 현대의 공식으로 표현하면 삼십이 더하기 사십이는 오십이이다. 피타고라스학파는….”

 “빵만 있으면 사람은 살 수 있을까?”

 소년이 말했다. 베이유는 다시 책을 내려놓았다.

 “빵만으로는 안 되죠. 집도 있고 옷도 있어야 됩니다.”

 베이유는 대답했다. 소년은 입꼬리를 당겨 입술을 한일자로 만들었다가 흠, 하고 불편한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베이유가 물었다.

 “아냐. 아무것도.”

 소년은 대답했다.

 유리창을 넘어온 노을이 방안을 붉게 물들였다. 소년의 빨간 눈동자는 창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소년의 마른 가슴이 작게 부풀었다 내려앉았다. 베이유는 다시 책을 들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이 대발견을 기념해 황소 한 마리, 괄호 열고, 일백 마리라고도 함, 괄호 닫고, 를 신의 제단에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기쁨은 잠깐이었다. 만일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비율이….”

 태양은 성벽에 반쯤 걸쳐 있었다. 소년은 둥그런 선을 눈으로 따라 그렸다. 베이유는 막힘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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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ototype (Lunatic)

http://mieling.tistory.com/58

http://mieling.tistory.com/68


유테: 유명한 모 신화의 달의 여신에서 가져온 달의 여신 루니안의 사제. 설정 정리하면서 셀레네라고 썼는데 언어유희 삼아 루니안으로 돌아갈까 싶기는 함.

 내용상 남자 사제다! 하지만 실상은 열 살 남짓한 꼬마라서 여자들 사이에서도 잘만 살았다. 유테라고 쓰지만 여기서는 하야르가 원래 이름인데 중간에 설정은 실종되고 이름만 남은 상태에서 새로 짠 유테 캐릭터가 입지가 강해지는 바람에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글에는 유테로 되어있다.

 사실은 세계의 뒤틀림 알리는 상징인 실존하지 않는 인간. 내게 모자란 중2병을 강화해보고자 노력한 스토리라서 유테도 흰 머리에 붉은 눈인데 덕분에 이젠 오글거린다. 아주 예쁘게 생긴 인형같은 소년. 이 부분도 비인간적인 면모를 강화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섬찟한 피빛 눈이 특징.


하야세르: 중후반부터 등장하는 유테와 똑같지만 머리가 검고 거대한 검은 날개를 가진 소년. 실제로 날 수 있는 사이즈이므로 가로길이는 어지간한 성인보다 길다. 꽁꽁 싸매고 있는 유테랑 달리 헐벗었고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짐승이나 다름없다. 유테에게서 희미하게 깔아두었던 복선을 강화시키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역할. 갑자기 나타나 다짜고짜 유테를 죽이려고 하며,끝까지 이름은 없다.

 세계의 뒤틀림을 인간들에게 알리기 위한 존재인 유테와 대적, 현상유지를 원하는 개체. 동시에 주인공 슈베린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상징한다.


※ 이때 설정이 이 형제 이름이 뒤로 가게 된 원인인데 원래는 성+이름 구조가 아니라 이름+개체식별칭호였다. 나란 멍청이가 설정은 다 까먹고 이름만 가져오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난 것. 심지어는 이름이 이래서 슈베린네랑 같은 스토리였다는 것도 까먹고 스토리를 분리해놨다. 


1. In Ferenel Campus

유테: 


하야세르:


2. 현대

유테: 임 유하

하야세르: 임 세하



 이름을 지은 건 은아(수아)랑 엮는 게 목적이었는데 정작 주로 써먹은 건 오리지널 루야랑 엮은 설정. 소년 가장으로 아르바이트해서 세하를 먹여살리고 대학 보내던 유하가 아이돌인 루야랑 친해져서 매니저로 취업해버린 얘기. 오리지널 루야가 15살쯤 되기 때문에 그때 만났다. 이쪽이 커플 페이지에 주로 기록된 설정인데 백업할만한 기록은 없음. 있는 캐 없는 캐 다 꺼내서 놀다보니 세하랑 율아도 엮었었는데 잊혀진지 오래다.


 시온군이 복귀한 뒤로는 루야, 율아, 유하, 세하, 시온 다섯명을 다 넣어서 온갖 얘기가 다 나왔는데 주로 톡에서 썰풀고 놀았기 때문에 기록이 없음. 이공계열 세하랑 시온 궁합이 좋았다는 것 정도?

 바로 위 스토리랑 별개로 페레넬과 동일한 나이대로 풀었음. 세하는 칼텍(이거 정할 때 한창 ㅂㅂ이론을 봤다) 출신에 대학원도 그쪽으로 나온다. 한국 대학→칼텍 대학원이랑 둘 다 칼텍 중에 고민하고 있음. 정확한 전공은 안 정했음. 이론물리학이나 수학과일 가능성이 높음. 유하는 계속 루야 매니저.


3. H.P. AU

유테만. 정확히는 에리카와의 AU


4. DN

유테: 세인트→인퀴→세인트

하야세르: 가디언


 유테가 도스티랑 친형제 설정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짜기도 전부터 설정이 불안정해졌음. 이걸 정식으로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스토리를 짜고 싶은데 이걸 나 혼자 짤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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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빛의 아이 ─ 리히트 앙겔 타우Licht Angel Tau / 서울 ─ 이 희야李 熙野
029. 어둠의 부산물 ─ 둔켈 아셰 라우흐Dunkel Asche Rauch / 서울 ─ 이 사야李 娑夜

둔켈 아셰 라우흐Dunkel Asche Rauch | 리히트 앙겔 타우Light Angel Tau

옵시큐히떼 성드흐 퓨메 Obscurité cendre Fumée | 루미에흐 앙제 라크히마 Lumière Ange Lachryma


 뜻은 순서대로 어두운dark 재ash 연기smoke | 빛light 천사angel 이슬dew

 이름이 이 모양인 건 고등학교 처음 입학해서 독일어 배우는데 신이 나 사전 뒤져서 정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름이고 설정이고 부끄러워서 잘 언급 안함.


 켈이가 처음에 보크스 미니 켄 남아(미백 스킨, 블랙 스트레이트 꽁지, 좀비 안구/오른쪽 무동공)였고 리히트가 뮤 여아(노멀 스킨, 블론드 소바쥬, 블랙/왼쪽 무동공) 예정이었는데 설정이 지나치게 구체화하면서 인형을 포기함. 결국 켈이만 본체가 두 번 있었고 리히트는 한 번도 구현 못했다. 타입이 여러번 바뀌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리히트가 BF사랑, 켈이가 BF슬리핑 올리브 남아 정도로 타협했던 것 같다. 중간에 잠깐 바뀌었던 켈이 타입은 슬리핑 치우 커스텀. 멀쩡한 옷 사주기 전에 때려치웠지만 메이크업이 기대 이상이었어서 지금도 좀 아쉽다.


 위시리스트 적은 타입은 이미지 찾느라 하도 많이 바뀌었어서 기록에 의미가 없고 위시리스트에 오리지널 대사 있길래 주워옴.


L: 언제나 행복한 지금을 위해.

D: 리히트만 행복하다면 아무래도 좋아.

L: 어디 가지 않는거지? 약속.

D: 리히트, 웃어봐. 웃는 얼굴로 나를 돌아봐.



 인형을 빼고 설명하면 켈이가 새카만 직모에 창백한 피부, 회백색 눈/오른쪽 동공X, 가르마 오른쪽. 리히트가 금발 고수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 까만 눈/왼쪽 동공X, 가르마 왼쪽. 켈이가 170 정도에 리히트가 140인가 그보다 작던가. 리히트 생일은 6월, 켈이 생일은 1월인데 쌍둥이인데 생일이 다른 이유는 조금 전에 정했지만 주운 날짜.




 설정은 아주 초반에 빛과 어둠으로 나눠서 가장 밝은 빛 속에서 태어난 아이(리히트)와 가장 어두운 어둠 속에서 태어난 아이(둔켈)이었고, 두 사람이 만나는 걸로 끝이었음. 인형에 설정 자세히 붙이는 거 안 좋아해서. 단지 프로필 작성에 붙이는 짧은 글용 설정이었다. 그게 어쩌다 발전했는지는 가물가물한데 마침 페레넬이 초반이랑 맞물리는 바람에 30명 인원 채우려고 페레넬에 맞춰 새로 짰던 것 같다.


 한 사람으로 태어났어야하는 운명을 반으로 나눠 태어난 쌍둥이. 한 사람 분의 행복과 불행, 수명, 재능, 기타 등등을 둘이 나누어 쓰는 것. 둘 다 이걸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둔켈 쪽은 지속적인 실험으로 감을 잡고 있는 상태. 리히트는 어릴 적에 몸이 약했던 것에 비해 둔켈이 다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건강해진 게 서로 뒤바뀐 것처럼 느껴진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리히트는 어릴 때 몸이 많이 약했고 그래서 거의 집에만 있었음. 당연히 둔켈 쪽이 자주 밖을 돌아다니며 친구도 사귀고 건강했다. 어느날 앓아누웠는데 리히트가 평소랑 달리 매우 건강해져서 실험삼아 리히트가 다쳤을 때 자기가 다쳐보니 조금 덜 아파졌다거나 하는 걸 근거로 자기들 상태에 대해 감을 잡고 자신에게 불행이나 나쁜 일이 쏠리도록 하고 있음. 십대 후반까지 살아있는 이유도 수명을 조금 빼앗는 대신 리히트에게 일어날 사고나 기타등등을 받아가기 위해.


 고아로 숲에서 하나씩 주워옴. 6/7일 여름에 리히트, 12/23일 겨울에 둔켈. 인형 데려온 날짜로는 빼박 둔켈이 오빠인데 어쩐지 설정상 리히트가 누나인 걸로 박혔으니 리히트가 먼저 왔다고 하자.

 위에도 썼지만 리히트는 몸이 약했고 무엇보다 능력이 굉장히 어릴 때 발현됐음. 죽음의 꿈꾸는 능력. 때로는 죽음보다 이르게, 때로는 그보다 늦게, 때로는 실시간으로 실존하는 인물이 죽음에 이르는 상황을 꿈으로 꾼다. 시점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 즉, 혼자 죽으면 사망자 본인. 그 순간에는 완벽하게 그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리히트는 어릴 때부터 죽음을 무수히 겪고 빠르게 어른스러워짐.

 그 중에서도 유독 반복해서 꾼 꿈이 불 속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꿈이고 시야는 지켜보는 입장. 누군지는 모르고 반복되다가 7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날 어디서 퍼졌는지 교회에서 리히트의 능력을 듣고 데려가고 싶다고 사람이 찾아온다. 부모나 애들이나 망설이지만 교육시켜준다는 소리에 혹해서 보내기로 함. 대신 둔켈도 데려가는 조건. 이 때 둔켈은 자기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음.

 부모님과 떨어져 맞은 첫날, 두 아이를 주운 숲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엄청난 불이 남. 급히 달려가보니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리히트는 꿈이 재생되더라. 즉, 그간 꾸던 꿈은 이 순간이었음.

 완전히 고아가 된 둘은 교회로 아예 들어가고 신부, 수녀로 크는데 들어간지 얼마 안 지나서 켈이도 능력이 있는 게 밝혀짐. 노래를 통한 치유력. 원래도 노래를 잘해서 리히트가 자주 졸랐었음. 교회 마개조한 현실 배경이라 켈이나 릿트나 자세한 사정이나 능력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

 켈이는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수준이라서 성가대로 자주 출장을 다니고, 출장을 핑계로 온갖 범죄, 더러운 일을 다 저지르고 몸으로 갚고 다님. 애초에 고생하는 게 목적이니까.


 관련해서 쓴 게 찔끔찔끔 있네요. 비공개 상태지만'~' 

 리히트는 자다가 꿈꾸고 깨면 보통 못 잠. 켈이가 달래줘야 겨우 잠. 그래서 리히트 꿈꾸면 상세 보고하는 것도 켈이 몫이고 리히트가 꿈꾸면 달래는 것도 켈이 몫임. 왜 보고하는 게 켈이 몫이냐면 같이 잠들거나 리히트를 재워줄 경우 드물잖게 꿈을 같이 봤거든. 리히트는 모름. 나중에 켈이가 죽고 난 뒤에 알려줘서야 압니다.

 빛과 어둠 설정은 없어진 건 아니고 전생의 기억처럼 희미한 이미지만 남아있음.

 둔켈이 살아있는 건 10대 후반, 약 18세 정도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희야가 겪을 불행을 모두 끌어들이기 위해. 마지막은 자살이고 망치로 발끝부터 전신을 자기 손으로 으깨다가 죽음. 그리고 그게 리히트가 본 마지막 죽음. 실시간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진행한 탓에 둔켈의 입장에서 모든 고통을 다 느껴가면서. 켈이도 그렇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걍 진행함.

 리히트는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교회에서 나오고 다른 사람들 도움 아래 지방 교회에서 요양하듯 살다가 50을 못 넘기고 죽는다.



042. 兄第 ─ 형 ─ 유진 바르비에Eugene Barbier / 루아인婁啞燐
043. 兄第 ─ 동생 ─ 노엘 바르비에Noel Barbier / 루사나婁嗣娜 / 청야靑夜 홍령紅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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