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티넬버스 설정을 차용한 19금 요소와 BL 요소가 포함된 시리즈입니다. 19금 요소가 들어가면 비밀번호가 걸립니다.




 마차에서 내리자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엘리자베스는 잠시 눈을 감고 온기를 즐기다가 양산을 펼쳐 들었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났다. 민가의 굴뚝에서 나던 연기가 성에서도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함빡 웃었다. 집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마차에서 내리는 걸 도우려 메리엔델에게 뻗은 손을 거절당한 집사 엘리엇이 인사했다. 훌쩍 뛰어내린 메리엔델 뒤로 흐트러지는 표정을 언뜻 목격한 엘리자베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는 거라도 있나요?”

 메리엔델이 물었다.

 “아뇨.”

 엘리자베스는 배를 움켜잡고 키득거렸다. 엘리엇은 엄격하게 훈련받은 집사답게 엄숙한 표정으로 등을 곧게 펴고 있었다. 메리엔델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한껏 행복한 기분에 젖어 홱 돌아섰다. 푸른 드레스 자락이 넓게 펼쳐진다. 경쾌하게 성을 향해 걸음을 내딛자 메리엔델이 자연스럽게 엘리자베스 뒤로 따라붙었다.

 “점심이 준비되어있을 거예요. 이 냄새라면 틀림없이 우리 요리사가 자랑하는 렌틸콩 스튜곘죠. 메리엔델도 먹어본 적 있나요? 엘프들은 채식 요리를 좋아하죠?”

 “스튜가 푹 익혀서 물과 함께 졸인 요리였죠? 아뇨. 아누 아렌델 전통 요리에 채소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먹지는 않아요.”

 “잠시만요.”

 엘리자베스는 메리엔델의 말을 막고 엘리엇을 불렀다. 두 사람의 뒤를 따라오던 집사는 곧 엘리자베스 옆에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인다.

 “페더는? 이 시간쯤에 도착할 거라고 미리 사람을 보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

 “시씨라면 어젯밤에 도착해서 쉬고 있습니다.”

 “회의가 아직 안 끝났나?”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공주님!”

 집사 뒤에 서 있던 하녀 하나가 갑자기 머리를 조아렸다. 긴 치마자락을 정돈할 여유도 없이 흙바닥에 이마를 찧은 처녀는 가여울 정도로 떨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엘리엇이 꾸짖었다.

 “제발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쟈넷. 일어나거라.”

 “공주님께서 꼭 아셔야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들어가죠, 메리엔델.”

 “공주님!”

 쟈넷이 비명을 질렀다. 치켜든 이마에 누런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다시 성을 향했다. 메리엔델이 한 박자 늦게 엘리자베스의 뒤를 따랐다.

 “따라와.”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설마 내가 옷 갈아입는 것도 못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네가 도와줬으면 싶은데.”

 돌아선 엘리자베스의 하얀 뺨은 한껏 광대가 솟았고 꽃잎처럼 싱그러운 분홍빛 입술은 좌우로 당겨져 근사한 곡선을 그렸다. 커다란 푸른 눈이 쟈넷을 향하더니 이내 웃어버린다.

 “그전에 네가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겠네. 내 몇 없는 드레스를 망칠 게 아니라면 말이야.”

 쟈넷이 황망하니 눈만 껌뻑이는 사이 엘리자베스는 메리엔델과 함께 빠르게 멀어져갔다. 조신한 공주님 답지 않은 거침없는 걸음이었다.

 "마차가 갑갑하진 않았어요? 이렇게 긴 시간 탄 건 처음이죠?"

 "아. 그러네요. 괜찮았어요.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왜 인간들이 애용하는지 알겠던걸요. 말을 탈 때보다 공기는 갑갑해도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쟈넷은 하얀 에이프런이 흙먼지에 더러워지는 것도 모르고 엎드려 있었다. 엘리엇이 헛기침을 했다.

 “일어나라. 공주님께서 기다리신다.”

 “아, 네.”

 쟈넷은 허둥지둥 방으로 향했다.




* 시씨는 Sissie라는 이름입니다T^T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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