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lia Holmes'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5.04.28 살인 일지: 미샬 러셀
  2. 2015.03.29 살인 일지: 휴리 폰 플린트
  3. 2015.03.13 살인 일지: 래클런 브래든
  4. 2015.03.10 살인 일지: 페이지 리

#멘션한_캐를_살인했다_치고_살인일지를_써_보자


 Amelia Holmes → Michal Russll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80년 8월 30일 >

 앞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교수에게 고대 룬 문자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결정된 미래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그린 지도가 맞기를 간절히 비는 것뿐. 기대는 부닥쳐온 현재에 산산조각이 난다. 때로 예비 레포트를 준비해놓고 개중 하나쯤은 통과하겠거니 생각하며 답잖은 여유를 부려보기도 하지만 돌아온 양피지에 새겨진 성적은 휘갈겨 쓴 T. 미래와의 겨룸은 필패로 정해져있음에도 때로 교만해지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 방책일지도 모른다.


 < 1980년 11월 2일 >

 학창시절 친구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받았다. 며칠 전 다이애건 엘리에서 만났는데 학교에서는 한 번도 대화해본 적이 없는 친구였다. 겨우 얼굴만 아는 사이인데도 어찌나 반갑던지. 짧은 시간을 즐겁게 대화하고 헤어졌다. 주소를 교환하긴 했지만 편지가 올 줄은 몰랐다.

 편지에는 거의 알지 못하던 동창들의 소식이 적혀 있었다. 누구는 결혼을 해서 아이가 몇이고, 누구는 승진을 했다더라. 누구는 연락이 끊겨 생사를 모르고, 사망이 확인 된 게 몇이더라 하는 이야기는 향수와 세월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얼마나 그들의 근황에 무심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눈물 자국이 남은 양피지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죽은 이의 이름은 내가 아는 사람이 반 이상이었다. 지금도 품에 들어있는 지팡이가 만난 이들이었기에 잊을 수 없는 이름. 왜 웃음이 났는지 모르겠다.

 죽은 자 중에 나와 관련 있는 이가 많았기에 그러지 않은 이름은 눈에 띄었다. 대부분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아는 이름이 있었다. 미샬 러셀.


 < 1980년 11월 7일 >

 이름은 무엇일까. 그의 이름을 본 뒤로 자꾸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몇 번 말을 섞어보지도 않았는데 그 대화가 어찌나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종일 그의 얼굴이 눈앞을 맴돌았다. 밤새 지나간 추억에 시달리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또 그의 꿈을 꾸었다. 미샬 러셀, 그와 학교를 빠져나온 날의 꿈이었다.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밤. 한없이 고요한 오두막에서 셋이 앉아서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았던 밤. 뭔가 모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실망도 했던 그 밤의 꿈을 꾸었다.


 < 1980년 11월 25일 >

 오늘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날이 저물어 곧 가게를 닫을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누군가 가게로 뛰어들었다. 행색이 남루한 마법사였다. 카운터는 출입문 정면에 있으므로 거칠게 문을 닫고 기대앉아 숨을 몰아쉬는 ‘그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게에는 나와 그 사람뿐이었으니 적막하니 짝이 없었고 그가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밖에서 누군가 뛰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한차례 인기척이 지나간 후, 나는 그를 가게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최근 기억이 선명해진 탓에 그가 미샬 러셀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도 나를 알아본 것 같았지만 따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늘 어딘가 나사 빠진 미소를 걸고 속없어보이던 학창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초췌하고 표정 없는 얼굴에 어깨가 축 쳐져 키가 오인치는 줄어든 것 같았다. 분위기만 보자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급할 때 귀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마련된 금고에 그를 숨기기로 했다. 망할 놈팡이들이 새로 올 때마다 부수기는 하지만 현재 담당자는 한 번 부쉈던 전적이 있으니 다시 손대지 못한다. 어두운 복도를 지팡이 끝에 달린 작은 불빛에 의지해 걷고 있으니 저번에 꾼 꿈이 떠올랐다. 그리운 듯, 그립지 않은 듯 했다.

 러셀을 숨기고 가게로 돌아가니 손님이 있었다. 당연히 물건을 사러온 손님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추적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 늦었으니 정 의심스러우면 내일 다시 오라는 말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추적자가 확실히 떠났음을 확신한 후에 금고로 돌아가 그를 꺼내주었다. 그는 바로 나가려고 했지만 감시가 있을지도 모르니 가게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고 붙잡았다. 물론 가게에 계속 머무르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여서 함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가게와 집 벽난로가 플루 가루 네트워크로 통해있으니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둘이 같이 이동했다.

 러셀은 주변을 살핀 후 바로 떠났다. 우리는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서로 기억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떠나보냈다.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더는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1980년 11월 26일 >

 예상대로 탐문이 있었다. 추적자는 오러였다. 나 역시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덤블도어의 사람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었다. M… 뭐였더라.

 의아한 것은 러셀 역시 오러라는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들려주지 않았지만 러셀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숨은 걸까. 늘 하던 대로 모른다고 답하기는 하였지만 뭔가 찝찝하다.


 < 1980년 11월 30일 >

 반갑지 않은 재회.


 < 1980년 12월 3일 >

 지난 사흘간 많은 일이 있었다. 차분하게 정리할 정신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기억이 생생할 때 기록하고자 한다. 언젠가 이 일지를 읽는 사람은 이 손으로 저지른 죄를 용서치 말기를.

 나는 러셀과 재회했다. 아니, 시작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염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그래,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옳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난여름 이후로 한시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고 줄곧 떨었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라곤 없었다. 저주를 나와 내 가족에게 돌린 자신이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그를 살해하는데 협력하고 만 것이다. 개인사정으로 또다시 누군가를 죽였다. 벌써 네 번째. 나는 죄인이다. 모두가 돌을 던져 마땅하다. 누구도 슬픔과 동정의 시선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이 손에 묻은 피는 그렇게 용서될 수 없는 것이다.

 그와 다시 얽힌 것은 1일 새벽이었다. 어둑어둑해져 가게로 급하게 돌아오던 길에 구석에서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그때까지는 러셀인 줄 몰랐다. 한 사람이 쓰러졌고 수상한 기색에 달려갔을 때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쓰러진 사람은 러셀을 뒤쫓았던 오러였다. 숨이 끊어졌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혹여 덤터기를 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달아나려고 물러나는 순간 붙들렸다.

 이쪽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유명하던 미남이 내 팔을 붙들고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시리우스 블랙. 학교의 말썽꾸러기였던 덤블도어의 사람.

 그대로 끌려가 심문받았다. 꼬박 이박삼일을 보낸 것은 나와서야 알았다. 감금 장소가 워낙 어두워 밤낮을 알기 어려웠다. 대우는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있는 곳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에반스가 정황을 설명해주었다. 러셀에게 살해당한 오러는 불사조 기사단이라는 덤블도어 직속으로 꾸려진 ‘그자’에게 대항하는 단체 소속이었다. 에반스와 블랙도 그 일부고 내가 갇힌 장소는 그들의 근거지 중 하나인 듯 했다. 러셀은 나와 비슷하게 단체의 이름을 대지는 않지만 협력하는 상태였던 것 같다.

 러셀이 가게에 뛰어 들어왔던 밤은 그들에게는 조용한 날이었다. 에반스가 들은 바에 의하면 죽은 이―계속 죽은 사람이라고 쓰고 싶지는 않지만 그새 이름이 가물가물하다―가 러셀과 파트너로 어둠의 마법의 흔적을 쫓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러셀은 사라지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제는 숨 쉬지 못하는 그는 러셀을 찾아야할지 습격자를 추격해야할지 고민했지만 분명한 흔적을 발견했을 때는 망설이지 않았다. 쫓으면서 그것이 두 사람이 쫓던 어둠의 마법사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어둠의 마법사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자’의 추종자가 무슨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추격을 계속했고 도착한 게 가게 근방이었다.

 역할에 충실했던 그는 이 일을 마법부와 기사단에 보고했다. 마법부에는 어둠의 마법사를 마저 쫓겠다고 했고, 기사단에는 이상의 전말과 함께 죽음을 먹는 자들의 동향을 보고했다고 한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겨 꼬박 하루를 기다린 후 손이 남는 자들끼리 그를 찾았고, 이후는 일지대로다.

 사정을 알고 난 뒤, 나 역시 에반스에게 상황을 털어놓았다. 몇 사람을 죽였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자’의 추종자들 감시 하에 있으며 지난 새벽 러셀이 찾아와 가게에 숨었고 어디서 놓아주었다는 그간의 사정 이야기였다. 그녀는 간략하게 줄인 그간의 이야기를 듣더니 딱딱한 얼굴로 떠나버렸다.

 근거지와 내 거취를 지키는 사람은 계속 바뀌었다. 블랙은 나를 데려다 놓은 뒤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에반스가 떠나자 루핀과 페티그루가 나타났다. 롱바텀이나 위즐리, 프레웻도 얼굴을 비췄다. 적당히 빌린 장소겠거니 생각했던 처음 생각과 달리 내가 갇힌 장소는 기사단의 본진인 모양이었다.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상황을 대략적으로 추릴 수 있었다. 러셀을 추적해 잡았으며, 그가 어둠의 마법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차마 사람에게 쓸 수 없는 끔찍한 마법으로 살해된 시체가 몇 구나 발견되었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쯤이었다.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행패를 부리러 왔던 ‘그자’의 추종자가 중얼거렸던 내용이었다.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댄 마법사가 접촉해왔다. ‘그자’에게 뭔가 엄청난 조건을 걸고 거래를 제안했다. ‘그자’가 그걸 굉장히 못마땅해 했으니 곧 어둠의 마법사가 죽게 될 것이다.

 가래 섞인 침을 나무 바닥에 뱉으며 킬킬거리고 웃던 쉰 목소리를 떠올린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수상하게 보였을 테지만 마침 기사단도 바빠진 터라 날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포터가 나를 데리고 기지를 빠져나왔다. 나 역시 피해자일 뿐이니 풀어주겠다고 했다. 정보를 빼앗길까 염려하기에 기억을 지웠다. 그래서 내게 남은 기억은 대략적인 상황뿐이다.

 정확히 어떤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두운 저택에서 나와서 나는 기사단을 따라갔다. 러셀이 처음 동료와 조사하던 장소였다. 그러니까 러셀의 집이자 연구실이었다. 나는 뭔가 손댈 입장이 아니었으니 뒤에 빠져 지켜만 보았다. 기사단이 러셀을 지하실에서 끌고 나왔다. 지팡이를 빼앗고 재갈을 물린 상태였다.

 밝은 곳에서 보니 러셀은 한층 심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남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처참한 상태였다. 금지된 마법의 부작용인지 피부가 군데군데 썩어 들어가고 손만 대도 머리가 한 움큼씩 빠졌다. 피부는 누렇게 뜬데다 눈은 푹 들어가고 뺨이 해쓱했다.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웃음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데도 시체 같은 모습이었다.

 러셀은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 뭔가 웅얼거렸다. 기사단원들은 그의 처분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나는 그들에게 러셀의 재갈을 풀어주기를 제안했다. 지팡이를 빼앗았으니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러셀이 눈을 빛냈기에 기사단을 끝까지 설득했다. 그들은 내키지는 않아보였지만 수락했다.

 재갈을 풀어주었을 때 러셀은 웃었다. 눈을 감아도 떠도 생생하다. 평생을 그 얼굴에 쫓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끔찍한 얼굴이었다. 흰 막이 씌워진 한쪽 눈을 번뜩거리며 입술만 움직여 웃었는데 입술 안쪽이 새카맸다. 나중에 열어보니 구더기가 나왔다. 그 미소가 학생 때 보았던 것과 닮아있다는 게 끔찍하다. 러셀은 웃었고 뭔가를 외쳤고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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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elia Holmes → Phury V. Flint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80년 8월 6일 수요일 >

 호출이 있었다. 그들이 나를 소환했다는 의미다. 일 년하고도 팔개월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가게를 벗어나지 않았다. 가게를 더럽히고 물건을 함부로 다뤄도 ‘그자’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작은 위안이었는데 무슨 변덕인지 모르겠다.

 제대로 의복도 갖추지 못하고 끌려간 곳에는 잘 알거나 초상화로 본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실내가 조금 어둡긴 하지만 제대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저택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어느 순혈가문의 저택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불편한 얼굴을 하고 대화도 없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면면을 보아하니 어떤 모임인지 분명해졌다. ‘그자’의 세력에 암묵적으로 협조하는 순혈 가문 젊은이들이었다.

 ‘그자’가 사회를 뒤흔들기 시작한지 벌써 십년이 지났다. 마법사 사회는 크게 둘로 나뉘어 다시는 합쳐질 수 없을 것만 같다. 그 자리에 모인 것은 그에게 협력하고 있으나 회색분자에 가까웠다. 공기가 까끌까끌했다. 다들 불편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 내가 그 자리에 불려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것 같다. 불안한 공기를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필 그를 발견한 것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휴리 폰 플린트. 플린트가의 차기, 아니 이제는 가주인 그는 전형적인 슬리데린 모범생이었다. 그가 그녀와 함께 미소 짓던 모습이 나는 아직 생생하다.

 그들은 모두가 지쳤을 무렵에야 나타났다. 어째서 불렀는지 한마디 이야기도 없이 저녁 만찬을 대접받았다. 하지만 눈치 채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입장을 잊지 말라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 1980년 8월 13일 수요일 >

 부엉이를 받았다. 다시 한 번 소집.


 < 1980년 8월 14일 목요일 >

 여러 사람이 모이는 줄 알았는데 혼자였다. 어두워서 누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날카로운 목소리라서 여자라는 걸 알았다. 분명 들었던 목소리였다. 이름은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모임은 단지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지팡이를 뺏기고 심문을 받았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 심문하는 마녀는 능숙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몸으로 겪었으니 나도 시대에 합류한 것일까. 아직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동 서기 깃펜을 만든 마법사는 찬양받아 마땅하다.

 심문은 특정 몇몇 가문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 그들과 연락한 적이 있는지, 행보를 아는지 시시콜콜 캐물었다. 사적인 연락은 거의 끊고 살았던 만큼 대답할 거리는 없었지만 고문을 피해갈 순 없었다. 믿기지 않아서인지 그녀가 즐겼는지는 모르겠다.

 걸리는 것은 플린트라는 이름이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경거망동할 사람이 아닌데 걱정스럽다. 그들의 태도는 죄를 잡는 것보다는 처형을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흠잡힐 일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 1980년 8월 20일 수요일 >

 예언자 일보에서 플린트라는 다섯 글자를 발견했다. 가게를 닫고 그를 찾아 나섰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아직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처음으로 찾은 플린트의 저택은 어수선했다. 사방에서 심상찮은 광선이 날았다. 지팡이를 꺼내들고 그를 찾아 달렸다. 그들은 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전혀 모르는 저택이지만 망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건 그녀의 가호였을까. 3층에서 그를 찾았다. 죽음을 먹는 자 둘을 보란 듯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뛰어난 솜씨였다.

 그들 중 하나를 기절시키고 플린트와 합류했다. 빠르게 오가는 공방에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거의 승세를 잡았을 때,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외쳤다. 덜컥 겁이 났다. 홈즈.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어깨에 메여 있다. 멈칫한 사이 무장해제 주문을 맞았다. 지팡이가 날아갔고 죽음을 예감했다. 나를 지키기 위해 플린트가 무리하게 방어마법을 펼쳤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 탓에 그가 제압당하고 말았다.

 나는 죽음을 각오했다. 내 죽음으로 아서에게 해가 미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 없을 거란 생각도 했다. 마지막까지 못난 누나라 미안하다고 속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다시 한 번 작년 초의 악몽이 재현되었다. 내가 그토록 잔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 플린트의 마지막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슬프지만 담담하고 초연한 얼굴이었다. 그의 가족은 대부분 목숨을 건졌다. 그들은 가주를 처형한 것으로 만족했다. 아직 어린아이의 손에 지팡이를 쥐어주고 가족을 죽이라 명령했다. 그 지팡이를 빼앗아서 내가 휘둘렀다. 놀라울 정도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뎌진 모양이다. 슬프지도 않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날 살렸는지 모르겠지만 내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예감이 든다.

 페이지. 그곳은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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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elia Holmes → Lachlan Braden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79년 3월 21일 >

 놀라운 소식이다. 아버지가 아직 살아있다고. 그들 손에서 전해 듣고 싶은 소식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알게 되어 조금은 안심했다. 어떻게 숨어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부엉이조차 찾지 못해 돌아온 편지가 몇 통이던가.

 오늘은 평상시 가게를 감시하던 마녀가 아닌 노숙자 같은 마법사가 찾아왔다. 그는 더러운 손으로 책을 더듬더니 나에게 불쑥 사진을 한 장 내밀었다. 흡사 디멘터같은 꼴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익숙한 실루엣이 어두운 구석에 나란히 서서 주변을 경계하는 사진이었다. 그는 나에게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모른다고 했다가 뺨을 맞았다. 그들은 이미 사진에 있는 사람이 아버지인 것을 알고 있었고, 내게 최근 언제 연락을 했는지 물었다. 연락이 된 것이 벌써 일 년 전이라고 하자 돌아갔다. 어찌나 성질을 부리던지 책 하나는 팔 수 없을 지경이다.


 < 1979년 3월 22일 >

 생각났다. 브래든 선배다. 일이 거의 없는 날이어서 다행이다. 분명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 1979년 3월 28일 >

 이번에는 또 다른 마법사가 찾아왔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모자에 멋을 부린 순혈 마녀였다. 그녀는 저번 주에 들고 왔던 것과 유사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일 둘이 가게를 찾을 것이니 잘 유인해서 발을 묶어두라고 했다. 금방 그들이 내 가게에 찾아올 예정이라고. 그러마고 했다.


 < 1979년 3월 29일 >

 저녁에 아버지와 브래든 선배가 찾아왔다. 우선 가게에 들어온 건 아버지뿐이었지만 함께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근처에 있겠거니 싶었다. 예상대로 아버지는 머글 세계를 떠돌고 있었고 그런 점이 그들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미행이 붙었고, 살기 위해 저항세력에 붙을 수밖에 없었다. 몸을 피해야한다고 했다. 선배도 마찬가지겠지. 뻔했다.

 아버지에게 진정하라는 의미로 억지로 자리에 앉히고 차를 준비했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경고해서 쫓아내야할지 이대로 잡아야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늘 여유롭던 아버지가 초조해보였고, 우선은 진정시켜야한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변명했다.

 불안해하며 손톱을 깨물던 아버지는 차를 내오자마자 미안하다며 일어섰다. 거기까진 말릴 수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님 쪽으로 저항 세력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그리로 가보라고 말해보았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나가버렸다.


 멍청한 추종자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깽판을 치지 않아서 이상하다 했더니 새벽이 다 되어서 아버지가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이번엔 선배도 함께였다. 아버지보다는 한층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도망 다니며 제대로 씻고 먹지 못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게 두고 간단히 뭔가 먹을 걸 준비하겠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경고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방에 있는데 뭔가 깨부수는 소리가 나서 달려나가 보니 브래든 선배가 지팡이를 들고 서있었다. 그들이 찾아온 줄 알았다. 아버지는 저녁보다 한층 안정된 모습이었지만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선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참을 안 쓰던 마법을 다시 쓰려니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가 나는 수준이 되어있었다. 오히려 지팡이 없이 마법을 쓰는 게 더 편하다니 할 말이 없다. 가게에서는 휘두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식사를 내주고 먹는 걸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어서 방을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과의 연락수단은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낮에 읽다가 덮어둔 책을 읽었는데 진정이 되지 않아 던져버렸다.

 결국 말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그들이 찾아왔다.


 < 1979년 3월 30일 >

 잠이 오지 않는다.


 < 1979년 3월 31일 >

 새벽녘 갑자기 그들이 찾아왔다. 처형식이 있을 예정이니 따라오라며 내 눈을 가리고 억지로 동행시켰다. 가게 문을 잠그는 것까지만 겨우 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에 앉아있어야 했다. 허리가 아프다.


 < 1979년 4월 1일 >

 그리고 두 사람을 만났다.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두 사람이 묶인 방으로 날 밀어 넣었다. 아버지는 곁눈으로 나를 보더니 웃어보였다. 미소가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아서 울 뻔했다.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배는 한참이나 굳은 얼굴로 외면하더니 나를 보고는 웃는다. 비틀린 입가가 뒤틀린 심정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안녕, 후배님. 우습게도 그렇게 말했다. 이 순간 나를 후배라고 부르는 건 선배 나름의 경멸의 표시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순서대로 적기엔 힘들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내 기억도 순서가 엉망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선배는 죽었고, 아버지는 달아났다.

 그들은 모두 마법사라서 내가 준비해간 주머니칼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지팡이를 뺏은 것으로 안심하고 들여보냈지만 나는 그들의 포박을 풀고 미리 준비해간 철사로 선배가 문을 열었다.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다. 셋 중에서 가장 머글 문화에서 거리가 먼 건 나다. 그런 나라도 머글의 수로 마법사를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복도에서 들켰고, 그들이 달아나는 사이 내게는 날 처음 찾아왔던 마녀가 다가와 지팡이를 돌려주었다. 가서 그들을 잡고,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알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숲에서 선배를 만났다. 한때 잊었던 주문이 그때는 어찌나 자연스럽게 떠오르던지 몰랐다. 다리를 묶인 선배를 마주하자 그가 웃었다. 이번엔 화난 것 같지 않았다. 멍하니 서있자 선배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내 손을 잡고 자기 가슴에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금 나는 세레나 브래든.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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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션한_캐를_살인했다_치고_살인일지를_써_보자


 Amelia Holmes → Paige Lee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791월 초 어느 밤 >

그들이 또 찾아왔다. 어둠을 뚫고 내 가슴에 지팡이를 겨누었다.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먹는 자들을 돕기로 했다. 그들은 내게 머글과의 거래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머글 세계의 정보대형 학살과 선전 포고를 위한 것이다를 제공하고 그자에게 충성하기를 요구했다. 꺼림칙하지만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리는 것보다는 틈새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 승낙하고 말았다. 그들이 내게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놀랍다. 앞으로는 감시의 눈이 형형할 테니 그자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뭔가 도움을 주었던 건 아니지만.

 

< 19791월 초 어느 낮 >

빠르게도 그들이 내게 간섭해왔다. 손님처럼 가게에 들어온 마녀가 내게 쪽지를 찔러 넣으며 히죽 웃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페이지 리를 죽여라.’

그 한 문장으로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 충성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것이리라.

 

< 19791월 중반 어느 저녁 >

날짜조차 적혀있지 않은 쪽지를 받고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페이지 리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들이 날 그냥 내버려둘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댈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이 경고해왔다.

가게 문을 닫는데 문 앞에 처참하게 가슴이 파헤쳐진 비둘기가 있었다. 갈라진 심장 사이에 끼워진 쪽지에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페이지 리를 죽여라.’

 

< 19791월 중반 어느 낮 D-7 >

페이지에게 부엉이를 날렸다. 답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떠났던 부엉이는 고작 두 시간 만에 돌아왔다. 특유의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로 내일 점심 때 봐요,’라고 쓰여 있다.

 

< 19791월 중반 어느 아침 D-6 >

페이지에게 다시 부엉이를 날렸다. 중요한 손님이 오니까 내일 저녁에 보자고 했다. 물론 약속은 없다.

 

< 19791월 중반 어느 저녁 D-5 >

페이지가 왔다. 여전히 소심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예뻐졌다. 플린트와는 잘 지내고 있냐고 묻자 헤헤 웃으며 뺨을 붉혔다. 행복해보였다.

저녁은 간소했지만 즐거웠다. 페이지가 뒷정리까지 도와주었다.

죽이지는 못했다.

 

< 19791월 중반 어느 밤 D-4 >

페이지가 무사히 돌아가자 그들이 찾아왔다. 어서 죽이지 않으면 아서네 가족을 죽이겠다고 했다. 아마 아서에게도 같은 협박을 하고 있을 것이다.

 

< 19791월 중반 어느 낮 D-3 >

다시 페이지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번엔 최고의 저녁을 준비할 예정이다.

 

< 19791월 중반 어느 오후 D-2 >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준비를 마쳤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내 쪽에서 연락할 수단은 없으므로 가게에 내걸어야 했다. 잘 전달되었길 바랄 뿐이다.

저녁을 위해 장을 봐왔다. 준비할 것도 있었다.

 

< 19791월 중반 어느 저녁 D-1 >

답이 왔다. 의미는 모호하지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가 찾아왔다. 오늘도 역시 즐거운 만찬이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그녀는 잠에 빠졌다. 쑥을 우려낸 물에 수선화에 뿌리를 넣은 수면제. 잠든 얼굴이 평화롭고 예쁘다.

 

< 19791월 중반 어느 밤 D-0 >

그들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페이지는 아직 잠들어있다. 시체를 만들어야 했다. 그들은 성급하고 멍청하니 속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확인해보지만 않기를 바란다.

 

찾아온 것은 놀랍게도 루시우스 말포이였다. 상상하지 못했던 얼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말포이는 충분히 그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보가트를 이용한 트릭은 손쉽게 들통나고 말았다. 그들이 서점을 헤집었다. 잠들어있는 머글의 책을 내던지고 사납게 날뛰는 마법의 책을 불태웠다. 가치 같은 건 아무 관심도 없겠지. 어리석고 어리석은 자들.

그들은 결국 잠든 페이지를 찾아냈다. 가족의 목숨과 친구의 목숨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그 끝에 걸린 건 내 목숨도 마찬가지리라. 나는 품속에 지팡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후의 일은 별로 서술하고 싶지 않다. 내 곁에 남은 것은 잠든 것 같이 평온한 얼굴인 페이지의 시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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