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타입 자캐 커미션입니다




 흥얼흥얼 흘러나오는 콧노래에 사뿐사뿐 발걸음이 춤을 추었다. 공기를 따라 흐르는 음악 소리에 먼지떨이도 춤을 춘다. 보랏빛으로 물든 발자국. 콧대 높은 아가씨의 갈색 드레스를 하얀 삽살개가 헐레벌떡 따라갔다. 색색의 꽃망울이 산들산들 고개를 흔들고, 육중한 책장 신사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날. 먼지 한 톨 없는 장식장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식기들이 산책을 나섰다. 몸가짐을 단정히 한 마른 수건은 오늘 하루 집안의 메이드. 온 사방을 쏘다니며 집안 식구들을 보듬었다. 마당에는 따스한 햇볕에 몸을 맡긴 포근한 친구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빠끔히 열린 창문 너머로 화분이 손을 내민다.

 에리카 그라우플뤼겔, 아니, 이제는 에리카 허츠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아름다운 여인은 흥에 겨워 절로 흥얼거리며 즐겁게 지팡이를 흔들었다. 지팡이가 향하는 방향에 맞춰 집안 물건들이 일제히 덩실거렸다. 빛나는 가구는 빗자루와 먼지떨이를 반기지 않는 게 틀림없었지만, 깨끗한 술을 찰랑거리는 춤꾼들은 지휘에 맞춰 움직이고 돌기를 반복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 안 구석구석을 휘젓는 마른걸레들만이 먼지를 조금 끌어안았다. 집안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먼지를 찾아낸 용사들은 먼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말아 허공을 날았다.

 장식장을 빠져나온 식기들이 단체 목욕을 마치자 에리카는 손을 높이 들어 지팡이를 휘둘렀다. 음악이 멈췄다. 일을 끝낸 청소 용구가 집을 찾았다.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사방에서 창문이 눈을 감았다.

 에리카가 냉장고를 향해 손짓하자 음식물이 튀어나왔다. 주르륵 식탁 위에 늘어선다. 에리카는 잠시 재료를 가늠하더니 빙긋 웃었다. 차르륵 식재료들이 예쁘게 자리를 찾아갔다.

 날은 아직 화창하고 마당에 나선 에리카는 외출용 재킷을 걸쳤다. 뒤를 따라 나온 집요정이 자글자글한 손가락을 뻗자 햇볕을 쬐던 침구가 뿅 사라졌다.

 챙 넓은 모자가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실크 블라우스는 옅은 분홍색, 상아색 스커트가 종아리 근처에서 살랑거린다. 넉넉하게 엉덩이 근처까지 내려오는 재킷은 최근 에리카가 즐겨 입는 포인트 아이템이었다.

 에리카가 발걸음도 가볍게 산책을 나선 곳은 머글의 장터였다. 오가는 차와 사람들로 거리는 소란스럽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달려가기도 하고 장사치가 뭔가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에리카는 여상하게 머글들 사이를 지나쳤다. 옷차림도 태도도 자연스러워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에리카는 한가득 꽃이 걸린 가게에 멈춰선다. 꽃집 주인이 에리카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도 에리카는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한 통씩 주문했다. 깊이 절을 하는 주인에게 배달을 맡기고 가뿐히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이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에리카는 식탁과 거실을 꾸미며 꽃을 기다렸다. 삼십 분 정도가 지나고 꽃을 실어온 운전사에게 팁을 주고 나니 본격적으로 지팡이를 휘두를 때가 왔다.

 딩동. 익숙한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단 하나뿐인 기사가 에리카를 보고 웃었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희미한 미소였다. 에리카는 만면에 행복을 띄우고 그를 맞았다.

 “다녀왔어요.”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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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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