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무릎꿇은 마미의 뒤에서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그렇게 슬픈 말씀하지 마세요, 언니.”

 뛰쳐나온 에리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커다란 눈에 물기가 어려 반짝거렸다. 마미가 고개를 들지 않자 에리카는 하얀 손을 살며시 마미의 등에 얹었다.

 “언니 곁에는 언제나 제가 함께 있잖아요. 마미 언니에게 저는, 에리카와 함께 보낸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나요?”

 “에리카.”

 “언니.”

 겨우 고개를 든 마미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에리카의 눈에서 또르륵, 한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에리카. 맞아. 에리카가 언제나 곁에 있어주었는걸. 나는 그것도 잊어버리고 혼자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어.”

 “괜찮아요. 이제라도 기억해주셨는걸요. 언니에겐 제가 있으니까 외롭지 않지요?”

 “그럼. 물론이야.”

 “함께 무찔러요. 저런 마녀같은 건 마미 언니에겐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에리카가 언니 곁을 지킬게요.”

 “응. 고마워. 에리카.”

 두 사람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마미의 소울젬에서 빛이 나더니 풀렸던 마법이 돌아왔다. 금빛의 잔상을 두른 마미가 분연히 일어선다.

 “가자.”

 “뒤따를게요.”

 마미가 한걸음 내딛는다.

 에리카는 양손으로 받쳐든 소울젬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소울젬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운을 되찾은 마미의 뒤로 눈부신 하얀 빛이 터졌다. 에리카의 그림자가 뒤로 길게 뻗어나갔다. 환한 빛만큼이나 짙고 커다란 그림자는 밑도 끝도 없이 바닥을 점령하고 퍼져나가다 그 가운데서 피어오른 하얀 꽃송이가 뿜어내는 빛에 이지러졌다. 크고 순결한 꽃잎이 벌어지며 은빛으로 휘감긴 에리카가 기지개를 폈다. 하품하듯 손으로 입가를 막았던 에리카의 눈이 살갑게 미소짓는다. 소녀는 폴짝 꽃송이에서 뛰어내렸다. 펑. 꽃잎이 다물리더니 봉오리가 빛과 함께 터졌다. 십자형 메이스를 바닥에 짚은 에리카가 생긋 웃었다.

 “걱정 마세요. 마미 언니는 제가 지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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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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