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장전하는 소리가 좁은 회의실 안에 울렸다. 모두가 바짝 긴장한 채였다. 언제 총성이 울릴지 몰랐다. 싸움이 시작되면 그 누가 안전할 수 있을까. 저쪽은 신기사가 셋이고, 이쪽엔 신기사는 하나 뿐이지만 지휘사가 있다. 양쪽 모두 노련한 싸움꾼들 뿐이었다.

“저어, 실례합니다.”

갑자기 갈라선 두 진영 사이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지암을 비롯한 모두의 눈이 커다래지는 것과 동시에 천장에서 조그만 인영들이 날아들었다.

“…….”

대바늘처럼 보이는 은빛 검을 든 인형 하나가 세츠를 향해 제 검을 찔러넣었다. 세츠가 히익,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물러선다.

“조금만 뒤로 물러서줄래? 숙녀 여러분.”

단정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소년 인형이 앙투아네트와 에뮤사에게 절을 했다.

“험악한 무기는 좋지 않아요. 대화로 해결해야죠.”

생글생글 웃는 금발의 소녀 인형이 장난스레 말했다.

“죄송해요. 갑자기 놀라셨죠.”

지암의 앞에 서있는 것은 방금 전 처음으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 유약한 인상의 소년 인형이었다.

네 체의 인형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곧장 다툼을 멈추었다. 그 자리의 누구도 진심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던 탓이다. 세츠는 눈에 띄게 안도한 기색이었다. 지암도 솔직히 살았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보조가 있어도 세츠에게 중앙청의 베테랑 신기사 삼인방과 진검승부를 하라는 건 과도한 주문이었다. 그게 세츠가 바라는 바라고 해도 말이다.

지암은 곧, 굳게 닫혀있던 회의실 문이 열린 것을 알아차렸다. 그 안에는 인형보다 더 인형같은 소녀가 잠들어 있었다. 새카만 머리칼에 창백한 피부, 머리에는 새빨간 리본을 맨 소녀는 어린 시절 동화책에 나오는 백설공주 같았다. 소녀는 졸린 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소란의 한가운데를 쳐다보았다. 지암은 그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녀의 눈동자는 공허해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시끄러워.”

그는 웅얼거렸다. 정말로, 그저 웅얼거렸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왔다. 지암은 문득 제 앞에 선 인형이 난처하게 웃는 것을 보았다. 아, 그렇구나.

소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문 앞에 섰다. 지암은 그녀가 짜증을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동작은 느릿한데도, 어쩐지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 것은 지암만은 아닌 듯했다. 세츠 역시 멋쩍은 얼굴이었다.

“왜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그가 조용히 말했다. 질문보다는 책망에 가까운 어조였다. 세츠가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럴만도 했다. 중앙청 주요 인사와 마찰까지 빚어가며 이곳에 내려온 것은 세츠의 고집 때문이었으니까.

“오랜만이에요, 미캉.”

앙투아네트는 언제나처럼 은은하게 웃었다. 소녀, 미캉은 앙투아네트의 인사를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똑바로 지암을 쳐다보았다. 지암은 흠칫했다.

“너, 들어와.”

지암이 당황해 자신을 가리켰다.

“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미캉은 답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웅크리는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다시 잠들 것 같았다.

“부탁해, 대장.”

세츠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지암은 어이가 없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앙투아네트와 에뮤사가 웃는 낯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안화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 시계를 보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수습하라는 거지?

원망하듯 세츠를 쳐다보자 그가 지암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내가 믿는 거 알지?”

“어.”

정말이지, 제멋대로인 녀석이다. 지암은 난감스레 지하 회의실 안쪽을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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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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