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무슨 일에건 쉽게 적응했다. 놀람과 어색함은 한 순간 뿐이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괴로움도 아주 일시적인 것 뿐이다. 알고 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그저 이미 한 번은 겪은 괴로움을, 이미 한 번은 느낀 슬픔을 다시 한 번, 더 크게 느낄 뿐이다. 소녀는 생각했다. 기쁜 일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부럽다고 생각했다. 아마쿠사 아키라. 리히트가 자신을 알고 두번째로 사랑한다고 생각한 사람. 모든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 시간 앞에 누구보다도 당당한 사람. 소녀는 울었다. 나도, 기왕 미래를 먼저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면 차라리, 행복도 미리 느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살아온 이십 구년, 짧은 인생은 두 배 큰 슬픔이 두 배 많이 찾아와 결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런 구조였다. 어째서, 어째서 신은 그리도 가혹하신가. 소녀는 신을 믿고 의지하고 받드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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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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