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경쾌하게 리듬에 맞춰 뛰었다. 또각 딱 또각 톡톡. 두꺼운 구둣굽이 보도블럭과 부딪쳐 작게 소리를 낸다. 아, 탭댄스용 징이라도 박는다면 더 좋을텐데. 그치만 그랬다간 안그래도 무거운 구두가 더 무거워지겠지~. 안돼안돼, 그러면 발목을 접질리고 말거야. 통통 괜히 폴짝폴짝 뛰었다. 신호가 안바뀌어. 그냥 파다닥 달려가고 싶지만 조금만 참자. 빨간 불 저리가고 초록 불 이리오렴! 흥얼흥얼, 어딘가 음이 미묘하지만 아무려면 어때. 아, 초록색이다! 아까부터 동동거리며 시동을 걸어뒀으니 발진 준비―, 땅! 엄마야!

 "아직 빨간불이랍니다, 체셔고양이님."

 언제나처럼 흐릿하게 웃고있는 시이씨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메워와서. 우아아, 깜짝이야. 귀신! 뿌, 해도 그냥 빙글빙글. 웃으면 기분나빠. 오데트는 엄청 놀랐는데. 귀신처럼 소리없이 천사님이 내려온 줄 알았어. 하얗고 하얀 색. 천사님의 색깔. 반짝반짝해. 파닥파닥 흔들자 목이 땡기지 않게 되었다. 맨날 블라우스를 움켜쥐어서는 곤란해요, 천사님. 흥. 아, 진짜 초록불이다! 아까 초록색은 뭐였을까나? 신호등보단 낮았을까나아―. 다음에 찾아봐야지! 초록불보다 진한 초록빛. 나뭇잎인가. 두리번 두리번해도 신호등 옆에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 대체 뭐였을까나~.

 "길은 알고 가는 겁니까?"

 뒤에서 쿡쿡 웃는 것 같은 목소리로 시이씨가 말했다. 언제나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그렇게 말을 해. 정말로 소리를 내서 웃고 있는걸까? 하고 고개를 돌리면 어느샌가 시치미를 뚝. 못됐어, 천사님. 천사님은 착해야하는데 오데트 짝궁인 하얀 천사님은 심술궂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오데트의 또다른 짝꿍, 또다른 천사님을 만나는 날이다. 다섯살이 되기까지 언제나 함께였던 다른 천사님은 오데트와 천사님이 다섯살이 되는 날 사라져 버렸다. 오데트는 다섯살 생일이 기억나지 않아. 천사님 얼굴도. 사실은 천사님과 함께였다는 시간이 전혀전혀 생각나지 않아. 깜깜한 밤이야. 천사님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목소리일까? 뭘 좋아할까? 오데트처럼 인형놀이를 좋아하고 팔랑팔랑 예쁜 드레스에 두꺼운 통굽구두를 신었을까? 오데트랑 천사님은 얼굴은 조금 달랐지만 눈은 다른 색이었지만 정말로 한 쌍 같다고 엄마, 아빠가 그랬어. 그럴까? 오데트랑 천사님 한 짝일까? 원래 한짝이면 바로 알 수 있겠지? 만약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퐁당퐁당 발걸음이랑 같이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어쩐지 태어날 때부터 오데트랑 하나였다는 천사님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하얀 날개가 달렸을 것만 같아!





 "와아아─!!!!!!!"
 "이런, 뛰지 마세요. 또 넘어지잖습니까."

 하얀 천사님의 잔소리도, 오늘만은 참아줄게!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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