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한_캐를_살인했다_치고_살인일지를_써_보자


 Amelia Holmes → Michal Russll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80년 8월 30일 >

 앞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교수에게 고대 룬 문자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결정된 미래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그린 지도가 맞기를 간절히 비는 것뿐. 기대는 부닥쳐온 현재에 산산조각이 난다. 때로 예비 레포트를 준비해놓고 개중 하나쯤은 통과하겠거니 생각하며 답잖은 여유를 부려보기도 하지만 돌아온 양피지에 새겨진 성적은 휘갈겨 쓴 T. 미래와의 겨룸은 필패로 정해져있음에도 때로 교만해지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 방책일지도 모른다.


 < 1980년 11월 2일 >

 학창시절 친구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받았다. 며칠 전 다이애건 엘리에서 만났는데 학교에서는 한 번도 대화해본 적이 없는 친구였다. 겨우 얼굴만 아는 사이인데도 어찌나 반갑던지. 짧은 시간을 즐겁게 대화하고 헤어졌다. 주소를 교환하긴 했지만 편지가 올 줄은 몰랐다.

 편지에는 거의 알지 못하던 동창들의 소식이 적혀 있었다. 누구는 결혼을 해서 아이가 몇이고, 누구는 승진을 했다더라. 누구는 연락이 끊겨 생사를 모르고, 사망이 확인 된 게 몇이더라 하는 이야기는 향수와 세월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얼마나 그들의 근황에 무심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눈물 자국이 남은 양피지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죽은 이의 이름은 내가 아는 사람이 반 이상이었다. 지금도 품에 들어있는 지팡이가 만난 이들이었기에 잊을 수 없는 이름. 왜 웃음이 났는지 모르겠다.

 죽은 자 중에 나와 관련 있는 이가 많았기에 그러지 않은 이름은 눈에 띄었다. 대부분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아는 이름이 있었다. 미샬 러셀.


 < 1980년 11월 7일 >

 이름은 무엇일까. 그의 이름을 본 뒤로 자꾸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몇 번 말을 섞어보지도 않았는데 그 대화가 어찌나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종일 그의 얼굴이 눈앞을 맴돌았다. 밤새 지나간 추억에 시달리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또 그의 꿈을 꾸었다. 미샬 러셀, 그와 학교를 빠져나온 날의 꿈이었다.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밤. 한없이 고요한 오두막에서 셋이 앉아서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았던 밤. 뭔가 모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실망도 했던 그 밤의 꿈을 꾸었다.


 < 1980년 11월 25일 >

 오늘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날이 저물어 곧 가게를 닫을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누군가 가게로 뛰어들었다. 행색이 남루한 마법사였다. 카운터는 출입문 정면에 있으므로 거칠게 문을 닫고 기대앉아 숨을 몰아쉬는 ‘그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게에는 나와 그 사람뿐이었으니 적막하니 짝이 없었고 그가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밖에서 누군가 뛰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한차례 인기척이 지나간 후, 나는 그를 가게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최근 기억이 선명해진 탓에 그가 미샬 러셀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도 나를 알아본 것 같았지만 따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늘 어딘가 나사 빠진 미소를 걸고 속없어보이던 학창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초췌하고 표정 없는 얼굴에 어깨가 축 쳐져 키가 오인치는 줄어든 것 같았다. 분위기만 보자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급할 때 귀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마련된 금고에 그를 숨기기로 했다. 망할 놈팡이들이 새로 올 때마다 부수기는 하지만 현재 담당자는 한 번 부쉈던 전적이 있으니 다시 손대지 못한다. 어두운 복도를 지팡이 끝에 달린 작은 불빛에 의지해 걷고 있으니 저번에 꾼 꿈이 떠올랐다. 그리운 듯, 그립지 않은 듯 했다.

 러셀을 숨기고 가게로 돌아가니 손님이 있었다. 당연히 물건을 사러온 손님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추적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 늦었으니 정 의심스러우면 내일 다시 오라는 말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추적자가 확실히 떠났음을 확신한 후에 금고로 돌아가 그를 꺼내주었다. 그는 바로 나가려고 했지만 감시가 있을지도 모르니 가게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고 붙잡았다. 물론 가게에 계속 머무르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여서 함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가게와 집 벽난로가 플루 가루 네트워크로 통해있으니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둘이 같이 이동했다.

 러셀은 주변을 살핀 후 바로 떠났다. 우리는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서로 기억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떠나보냈다.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더는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1980년 11월 26일 >

 예상대로 탐문이 있었다. 추적자는 오러였다. 나 역시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덤블도어의 사람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었다. M… 뭐였더라.

 의아한 것은 러셀 역시 오러라는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들려주지 않았지만 러셀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숨은 걸까. 늘 하던 대로 모른다고 답하기는 하였지만 뭔가 찝찝하다.


 < 1980년 11월 30일 >

 반갑지 않은 재회.


 < 1980년 12월 3일 >

 지난 사흘간 많은 일이 있었다. 차분하게 정리할 정신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기억이 생생할 때 기록하고자 한다. 언젠가 이 일지를 읽는 사람은 이 손으로 저지른 죄를 용서치 말기를.

 나는 러셀과 재회했다. 아니, 시작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염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그래,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옳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난여름 이후로 한시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고 줄곧 떨었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라곤 없었다. 저주를 나와 내 가족에게 돌린 자신이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그를 살해하는데 협력하고 만 것이다. 개인사정으로 또다시 누군가를 죽였다. 벌써 네 번째. 나는 죄인이다. 모두가 돌을 던져 마땅하다. 누구도 슬픔과 동정의 시선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이 손에 묻은 피는 그렇게 용서될 수 없는 것이다.

 그와 다시 얽힌 것은 1일 새벽이었다. 어둑어둑해져 가게로 급하게 돌아오던 길에 구석에서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그때까지는 러셀인 줄 몰랐다. 한 사람이 쓰러졌고 수상한 기색에 달려갔을 때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쓰러진 사람은 러셀을 뒤쫓았던 오러였다. 숨이 끊어졌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혹여 덤터기를 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달아나려고 물러나는 순간 붙들렸다.

 이쪽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유명하던 미남이 내 팔을 붙들고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시리우스 블랙. 학교의 말썽꾸러기였던 덤블도어의 사람.

 그대로 끌려가 심문받았다. 꼬박 이박삼일을 보낸 것은 나와서야 알았다. 감금 장소가 워낙 어두워 밤낮을 알기 어려웠다. 대우는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있는 곳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에반스가 정황을 설명해주었다. 러셀에게 살해당한 오러는 불사조 기사단이라는 덤블도어 직속으로 꾸려진 ‘그자’에게 대항하는 단체 소속이었다. 에반스와 블랙도 그 일부고 내가 갇힌 장소는 그들의 근거지 중 하나인 듯 했다. 러셀은 나와 비슷하게 단체의 이름을 대지는 않지만 협력하는 상태였던 것 같다.

 러셀이 가게에 뛰어 들어왔던 밤은 그들에게는 조용한 날이었다. 에반스가 들은 바에 의하면 죽은 이―계속 죽은 사람이라고 쓰고 싶지는 않지만 그새 이름이 가물가물하다―가 러셀과 파트너로 어둠의 마법의 흔적을 쫓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러셀은 사라지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제는 숨 쉬지 못하는 그는 러셀을 찾아야할지 습격자를 추격해야할지 고민했지만 분명한 흔적을 발견했을 때는 망설이지 않았다. 쫓으면서 그것이 두 사람이 쫓던 어둠의 마법사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어둠의 마법사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자’의 추종자가 무슨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추격을 계속했고 도착한 게 가게 근방이었다.

 역할에 충실했던 그는 이 일을 마법부와 기사단에 보고했다. 마법부에는 어둠의 마법사를 마저 쫓겠다고 했고, 기사단에는 이상의 전말과 함께 죽음을 먹는 자들의 동향을 보고했다고 한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겨 꼬박 하루를 기다린 후 손이 남는 자들끼리 그를 찾았고, 이후는 일지대로다.

 사정을 알고 난 뒤, 나 역시 에반스에게 상황을 털어놓았다. 몇 사람을 죽였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자’의 추종자들 감시 하에 있으며 지난 새벽 러셀이 찾아와 가게에 숨었고 어디서 놓아주었다는 그간의 사정 이야기였다. 그녀는 간략하게 줄인 그간의 이야기를 듣더니 딱딱한 얼굴로 떠나버렸다.

 근거지와 내 거취를 지키는 사람은 계속 바뀌었다. 블랙은 나를 데려다 놓은 뒤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에반스가 떠나자 루핀과 페티그루가 나타났다. 롱바텀이나 위즐리, 프레웻도 얼굴을 비췄다. 적당히 빌린 장소겠거니 생각했던 처음 생각과 달리 내가 갇힌 장소는 기사단의 본진인 모양이었다.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상황을 대략적으로 추릴 수 있었다. 러셀을 추적해 잡았으며, 그가 어둠의 마법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차마 사람에게 쓸 수 없는 끔찍한 마법으로 살해된 시체가 몇 구나 발견되었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쯤이었다.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행패를 부리러 왔던 ‘그자’의 추종자가 중얼거렸던 내용이었다.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댄 마법사가 접촉해왔다. ‘그자’에게 뭔가 엄청난 조건을 걸고 거래를 제안했다. ‘그자’가 그걸 굉장히 못마땅해 했으니 곧 어둠의 마법사가 죽게 될 것이다.

 가래 섞인 침을 나무 바닥에 뱉으며 킬킬거리고 웃던 쉰 목소리를 떠올린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수상하게 보였을 테지만 마침 기사단도 바빠진 터라 날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포터가 나를 데리고 기지를 빠져나왔다. 나 역시 피해자일 뿐이니 풀어주겠다고 했다. 정보를 빼앗길까 염려하기에 기억을 지웠다. 그래서 내게 남은 기억은 대략적인 상황뿐이다.

 정확히 어떤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두운 저택에서 나와서 나는 기사단을 따라갔다. 러셀이 처음 동료와 조사하던 장소였다. 그러니까 러셀의 집이자 연구실이었다. 나는 뭔가 손댈 입장이 아니었으니 뒤에 빠져 지켜만 보았다. 기사단이 러셀을 지하실에서 끌고 나왔다. 지팡이를 빼앗고 재갈을 물린 상태였다.

 밝은 곳에서 보니 러셀은 한층 심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남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처참한 상태였다. 금지된 마법의 부작용인지 피부가 군데군데 썩어 들어가고 손만 대도 머리가 한 움큼씩 빠졌다. 피부는 누렇게 뜬데다 눈은 푹 들어가고 뺨이 해쓱했다.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웃음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데도 시체 같은 모습이었다.

 러셀은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 뭔가 웅얼거렸다. 기사단원들은 그의 처분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나는 그들에게 러셀의 재갈을 풀어주기를 제안했다. 지팡이를 빼앗았으니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러셀이 눈을 빛냈기에 기사단을 끝까지 설득했다. 그들은 내키지는 않아보였지만 수락했다.

 재갈을 풀어주었을 때 러셀은 웃었다. 눈을 감아도 떠도 생생하다. 평생을 그 얼굴에 쫓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끔찍한 얼굴이었다. 흰 막이 씌워진 한쪽 눈을 번뜩거리며 입술만 움직여 웃었는데 입술 안쪽이 새카맸다. 나중에 열어보니 구더기가 나왔다. 그 미소가 학생 때 보았던 것과 닮아있다는 게 끔찍하다. 러셀은 웃었고 뭔가를 외쳤고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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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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