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한_캐를_살인했다_치고_살인일지를_써_보자


 Amelia Holmes → Lachlan Braden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79년 3월 21일 >

 놀라운 소식이다. 아버지가 아직 살아있다고. 그들 손에서 전해 듣고 싶은 소식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알게 되어 조금은 안심했다. 어떻게 숨어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부엉이조차 찾지 못해 돌아온 편지가 몇 통이던가.

 오늘은 평상시 가게를 감시하던 마녀가 아닌 노숙자 같은 마법사가 찾아왔다. 그는 더러운 손으로 책을 더듬더니 나에게 불쑥 사진을 한 장 내밀었다. 흡사 디멘터같은 꼴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익숙한 실루엣이 어두운 구석에 나란히 서서 주변을 경계하는 사진이었다. 그는 나에게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모른다고 했다가 뺨을 맞았다. 그들은 이미 사진에 있는 사람이 아버지인 것을 알고 있었고, 내게 최근 언제 연락을 했는지 물었다. 연락이 된 것이 벌써 일 년 전이라고 하자 돌아갔다. 어찌나 성질을 부리던지 책 하나는 팔 수 없을 지경이다.


 < 1979년 3월 22일 >

 생각났다. 브래든 선배다. 일이 거의 없는 날이어서 다행이다. 분명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 1979년 3월 28일 >

 이번에는 또 다른 마법사가 찾아왔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모자에 멋을 부린 순혈 마녀였다. 그녀는 저번 주에 들고 왔던 것과 유사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일 둘이 가게를 찾을 것이니 잘 유인해서 발을 묶어두라고 했다. 금방 그들이 내 가게에 찾아올 예정이라고. 그러마고 했다.


 < 1979년 3월 29일 >

 저녁에 아버지와 브래든 선배가 찾아왔다. 우선 가게에 들어온 건 아버지뿐이었지만 함께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근처에 있겠거니 싶었다. 예상대로 아버지는 머글 세계를 떠돌고 있었고 그런 점이 그들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미행이 붙었고, 살기 위해 저항세력에 붙을 수밖에 없었다. 몸을 피해야한다고 했다. 선배도 마찬가지겠지. 뻔했다.

 아버지에게 진정하라는 의미로 억지로 자리에 앉히고 차를 준비했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경고해서 쫓아내야할지 이대로 잡아야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늘 여유롭던 아버지가 초조해보였고, 우선은 진정시켜야한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변명했다.

 불안해하며 손톱을 깨물던 아버지는 차를 내오자마자 미안하다며 일어섰다. 거기까진 말릴 수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님 쪽으로 저항 세력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그리로 가보라고 말해보았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나가버렸다.


 멍청한 추종자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깽판을 치지 않아서 이상하다 했더니 새벽이 다 되어서 아버지가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이번엔 선배도 함께였다. 아버지보다는 한층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도망 다니며 제대로 씻고 먹지 못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게 두고 간단히 뭔가 먹을 걸 준비하겠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경고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방에 있는데 뭔가 깨부수는 소리가 나서 달려나가 보니 브래든 선배가 지팡이를 들고 서있었다. 그들이 찾아온 줄 알았다. 아버지는 저녁보다 한층 안정된 모습이었지만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선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참을 안 쓰던 마법을 다시 쓰려니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가 나는 수준이 되어있었다. 오히려 지팡이 없이 마법을 쓰는 게 더 편하다니 할 말이 없다. 가게에서는 휘두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식사를 내주고 먹는 걸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어서 방을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과의 연락수단은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낮에 읽다가 덮어둔 책을 읽었는데 진정이 되지 않아 던져버렸다.

 결국 말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그들이 찾아왔다.


 < 1979년 3월 30일 >

 잠이 오지 않는다.


 < 1979년 3월 31일 >

 새벽녘 갑자기 그들이 찾아왔다. 처형식이 있을 예정이니 따라오라며 내 눈을 가리고 억지로 동행시켰다. 가게 문을 잠그는 것까지만 겨우 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에 앉아있어야 했다. 허리가 아프다.


 < 1979년 4월 1일 >

 그리고 두 사람을 만났다.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두 사람이 묶인 방으로 날 밀어 넣었다. 아버지는 곁눈으로 나를 보더니 웃어보였다. 미소가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아서 울 뻔했다.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배는 한참이나 굳은 얼굴로 외면하더니 나를 보고는 웃는다. 비틀린 입가가 뒤틀린 심정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안녕, 후배님. 우습게도 그렇게 말했다. 이 순간 나를 후배라고 부르는 건 선배 나름의 경멸의 표시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순서대로 적기엔 힘들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내 기억도 순서가 엉망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선배는 죽었고, 아버지는 달아났다.

 그들은 모두 마법사라서 내가 준비해간 주머니칼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지팡이를 뺏은 것으로 안심하고 들여보냈지만 나는 그들의 포박을 풀고 미리 준비해간 철사로 선배가 문을 열었다.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다. 셋 중에서 가장 머글 문화에서 거리가 먼 건 나다. 그런 나라도 머글의 수로 마법사를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복도에서 들켰고, 그들이 달아나는 사이 내게는 날 처음 찾아왔던 마녀가 다가와 지팡이를 돌려주었다. 가서 그들을 잡고,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알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숲에서 선배를 만났다. 한때 잊었던 주문이 그때는 어찌나 자연스럽게 떠오르던지 몰랐다. 다리를 묶인 선배를 마주하자 그가 웃었다. 이번엔 화난 것 같지 않았다. 멍하니 서있자 선배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내 손을 잡고 자기 가슴에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금 나는 세레나 브래든.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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