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부유하고 또 부자인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돈 버는 걸 좋아하고 일하기는 귀찮아하는 게으른 여왕님이랍니다. 여왕님은 백성들을 마구 부려먹어서 돈을 많이 벌어들였어요. 그래도 반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 옛날 이야기라면 반란이라던가 정의로운 용사라던가 나와야 하지 않냐구요? 아아, 기대하는 마음은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여왕님은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좋아서 그럴 일은 없어요. 돈 벌어오라고 닥달하긴 하지만 세금은 적정 수준만 걷기 때문에 다들 부자가 되었거든요. 오히려 여왕님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고 감사 인사로 세금도 아닌 보석이나 공물을 한무더기씩 바치곤 한답니다.

 그렇게 모두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라에 어느날 커다란 초록색 용이 찾아왔어요. 한 발로 마을 두세개쯤은 가볍게 뭉갤 수 있는 커다란 용입니다. 그렇지만 뭐, 별일 있어서 온 건 아니고 그냥 친구집에 놀러가는 중이었대요. 그런데 날아가다가 내려다보니 보석을 잔뜩 실은 마차가 세대씩이나 지나가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용은 순간 눈이 번쩍해서는 보석을 몽창 가져가─려고 했다가 그보다는 더 보석을 많이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공주님을 납치하는거예요. 엄마가 공주님을 납치하면 보석을 왕창 가져다 준단다, 라고 가르쳐주었거든요. 용은 냉큼 왕궁에 가서 시종들은 구박하고 있는 조그마한 공주님을 납치했어요. 친절하게 쪽지도 남겨주었답니다.

 『 공주를 되찾고 싶다면 보석을 10,000t 바쳐라! 』

 물론 그렇게 짧은 글은 아니고 아래 어떤 보석을 얼마만큼씩 바칠지 상세하게 써놓기도 했어요. 용은 에메랄드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중에 절반은 에메랄드로 채우라고 굵은 글씨에 밑줄까지 쳐서 강조해놓았답니다. 끝에는 이름과 주소를 남겨주었어요. 기왕이면 우체국 택배를 붙여달라는 추신도 덧붙이고요. 용은 늦잠꾸러기라서 정기적으로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우체국 택배가 아니면 쿨쿨 잠을 자다가 우편물을 분실하기 일쑤였거든요.

 용이 떠나고 나자 시종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공주님이 사라진데다가 공주님이 살던 내궁이 커다란 종이로 덮여버렸거든요. 용은 자기가 쓰기 편한 크기의 종이에 쪽지를 적어서 주고 간거예요. 덕분에 안에 있던 시종들은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는데다가 깜깜해서, 밖에 있던 시종들은 들어갈 수가 없어서 모두 곤혹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웅성웅성 이 일을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소리로 왕궁이 가득 찼어요.

 시끄러운 소리에 여왕님의 동생이자 전속 힐러인 엘리엇 워커가 사무실을 빠져나왔어요. 마침 새로운 약재의 샘플이 들어와서 살피고 있는데 너무 소란스러우니 무슨 일이 생긴건지 확인하러 나온거지요. 사실은 지나가는 시종을 하나 붙잡아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다들 바쁜지 뛰어다니는 통에 물어볼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는 황당한 광경에 고개를 하늘로 향한 체 그대로 얼어버렸어요. 사실 그게 당연하지요. 궁전 하나가 종이로 덮혀버리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요. 잠시 후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은 엘리엇 워커는 급히 여왕님의 집무실을 향해 달려갔어요. 그리고 외쳤습니다.

 "루비의 궁전이 종이에 잡아먹혔어!"

 다급한 나머지 뒤덮였어, 라는 말이 잘못 나온 것도 깨닫지 못하고 집무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엘리엇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상하네요. 평소에는 여왕님인 셀린 W.스펜서와 그 보좌관 몇 사람 뿐 인 집무실인데 오늘은 사람이 많았어요. 다들 궁전을 뒤덮은 종이를 처리하기 위해 모인 걸까요. 여왕님 셀린 W.스펜서가 활짝 웃으면서 엘리엇 워커를 향해 두 손을 벌렸습니다.

 "어서오렴, 동생아."
 "뭐가 어서오렴이야!"

 그렇게 여왕님 셀린 W.스펜서의 하나뿐인 외동딸 사루비아 스펜서 구출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뭔가 얼렁뚱땅이라구요? 에이, 신경쓰지 마세요. 원래 옛날이야기라는 게 다 그렇답니다.




 자, 그럼 자랑스러운 용사들을 소개하지요.




 제 1 멤버, 셀린 W.스펜서.
 본래 여왕이지만 심심함에 뒹굴던 와중에 공주가 납치당하다니, 재밌을 것 같아서 용사 놀이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껏 모은 보석들 주기도 아깝잖아요. 그리고 사루비아 공주는 어디서라도 잘 지낼 것이 틀림 없어요. 그녀를 당할 만한 사람은 드문걸요. 게다가 훌륭한 방범 아이템도 쥐어주었으니 여왕님은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랜만에 검을 들고 대륙을 횡단할 것을 생각하면 두근거리기까지 합니다. 한동안 쓰지 못했던 마법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더더욱 기대중. 여왕님은 대륙에도 몇 없다는 마검사거든요.

 어딘가에서 "그렇다고 저한테 업무를 전부 떠넘기시면 어쩌라는 겁니까, 으아아악!!!" 라고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지만, 착각이겠죠?

 제 2 멤버, 엘리엇 워커.
 위에서도 소개했지만 여왕님의 동생이자 전속 힐러입니다. 유용할 테니까, 라는 이유로 셀린이 끌고 가는 모양입니다만 사실은 제 손으로 키우다시피 한 조카가 험한 일을 겪지는 않을까, 사랑하는 동생이 여왕님을 따라 다니면서 고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은가봐요. 끌고가지 않아도 직접 따라갈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벌써부터 약초며 아티펙트들을 챙기느라 바쁘네요. 전속 힐러라고는 하지만 사실 엘리엇은 공간마법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마법에 훨씬 관심이 많아서 그 방면으로도 상당한 전문가랍니다. 공격 쪽에는 셀린보다 못하지만 보조계열 마법은 누구보다도 뛰어나거든요.

 제 3 멤버, 세실 워커.
 여왕님과 엘리엇 워커의 사랑하는 막내동생, 세실 워커입니다. 사랑받는 만큼 이래저래 고생도 많은 모양이지만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요. 국가 연금술사로는 드물게 조용조용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서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연금술사입니다. 연금술로서의 재능은 종종 차를 끓이거나 음식을 하는데도 쓰인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솜씨 좋은 요리사이기도 하고 집안일도 훌륭하답니다. 연금술사로서의 능력은 물론이고 여행 중 일행의 건강과 생활 편의까지 봐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 4 멤버, 리니아 워커.
 세실 워커의 양딸이자 연금술 조수인 귀여운 꼬마아가씨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비해 굉장히 똘똘하고 부지런한데다 책임감 있는 어른스러운 아가씨예요. 아빠를 닮아서 요리도 잘하고 순수하고 착해서 아빠는 물론, 깐깐한 삼촌에게도, 고모인 여왕님에게도, 사촌인 공주님에게서 마저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아빠랑은 달리 사랑받아도 고생하지 않는 것이 다행. 아직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분위기 메이커로서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일행의 기운을 북돋아줄 거예요!

 제 5 멤버, 유진 바르비에.
 왕실 멤버들과는 별 관련이 없지만, 공주님을 구출하기 위해 파견된 신전의 기사님입니다. 전사로서도 프리스트로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님. 금발에 하얀 갑옷이 눈부십니다만―이거이거, 너무 덜렁대네요. 어디 용이 있는 곳까지 제대로 걸어가기나 하겠어요? 신나게 뛰다 넘어지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만발. 리니아 워커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종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세실 워커도 삼촌인 엘리엇 워커도 표정이 심상치 않지만 눈치채지 못한건지 그저 행복해 보입니다. 이봐요, 용잡기 전에 늑대 사냥하게 생겼어요. 정신차려요.

 제 6 멤버, 노엘 바르비에.
 이 까맣고 하얀 소년은 성기사 유진 바르비에의 동생이자 왕궁의 정원사랍니다. 평소에는 말 없이 꽃 사이에 파묻혀 있기만 하는 조용한 소년이지만 사고뭉치인데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형 때문에 종종 잔소리꾼이 된답니다. 땍땍거리고 말을 쏟아내면 주변의 정령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노엘 바르비에는 주변의 모든 정령들과 대화를 나누고 부탁을 할 수 있는 정령사의 재능을 타고 나서 정령들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깔끔한 성격의 그는 아마도 세실 워커를 도와 일행의 뒷바라지를 도울 수 있을거예요.

 제 7 멤버, 미츠 웨버.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그는 세실 워커의 죽마고우입니다. 한두살 많은 모양이지만 정말 친한 친구 사이에 그런 것은 아무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 호쾌하고 다정한 성격은 모두의 의지가 되어줄 것이 분명해요. 뿐만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만큼 섬세한 손재주의 소유자이이기도 합니다. 세밀한 손놀림이 아니면 활솜씨는 전혀 기대할 수 없지요. 저 멀리 날아가는 새도 한번에 맞출 수 있을만큼 훌륭한 궁수랍니다. 그 손재주는 활 뿐만 아니라 수리라거나 자잘한 소품만들기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길어질 여행에 큰 도움이 될거예요.




 이 제각각 용사들이 함께 모여서 과연 어떻게 공주님을 구해낼까요. 사루비아 공주님은 편안한 잠자리도, 맛있는 쿠키도, 세실 삼촌과 리니아 언니도 없는 생활에 진저리를 내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공주님을 구해주세요! 늦으면 어떤 보복을 당할 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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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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