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 도망가버렸다―…."

 검지손가락을 입에 문 체 시무룩하게 중얼거리는 유진을 한번 보고 노엘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 모습에 유진이 발끈 화를 낸다.

 "뭐야, 왜 고개를 저어!"
 "네가 바보 같아서."

 태연자약하게 내뱉는 말이 얄밉다. 유진은 부루퉁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곱슬거리는 금발이 노을 탓에 붉게 빛난다. 아무리 툴툴거려도 자리에 없는 사람은 들을 수 없어서 더더욱 심통이 난다. 불쾌한 것인지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는 하얀 가운의 주인은 아랑곳 없이 어린애처럼 동동 발을 구르며 아쉬운 마음을 토해냈다. 잡으라는 듯 내밀어진 하얀―역시 붉은 하늘 탓에 발갛게 보이는―손이 아니었으면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었을 지 모르는 일이었다. 노엘의 가는 손을 붙잡아 냉큼 몸을 일으키곤 그에게 매달렸다. 비슷한 키 탓에 두 손을 번쩍 들지 않으면 어깨에 양 팔을 얹기는 무리. 하지만 그 덕분에 노엘도 놀라지 않고 유진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는 것이리라. 노엘의 어깨에 뺨을 부비자 살짝 머리에 무게가 실렸다. 기대어온 노엘의 머리에 유진도 고개를 기대어 세모꼴을 만들었다. 여전히 후웅―하며 불만스러운 음색을 토해내는 유진을 무시하고 노엘은 두 사람의 가방을 챙겨들며 엘리엇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가는 길에 리니아양을 한번 찾아 볼게요. 학교 안은 복잡하지 않으니까 금방 돌아올거라고 생각하지만…."
 "괜찮아, 잠시 기다리면 돌아올거다."
 "그럼 다행이지만요."

 아, 노엘이 웃는 듯 했다. 놀라서 돌아보았는데 뒤에 매달린 터라 보이지 않았다. 유진은 아깝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며 괜히 노엘의 목을 더 꼭 껴안았다. 답답한 지 팔을 당기는 손길이 느껴져도 오히려 힘을 주었다. 노엘은 곧 포기하고 다시 선생님과 대화를 계속했다. 유진은 그것을 벌레가 귀 옆에서 웅웅거리는 소리마냥 듣고 있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며 생각에 잠겼다. 노엘의 약간 서늘한 체온이 어린아이의 뜨거운 그것과 대비되어 조금 전의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따뜻했는데."

 댓발 튀어나온 유진의 입은 들어갈 줄을 몰랐다. '좀 더 안고 있을걸,'이라고 투덜거리는 소리에 노엘이 '응?' 하고 반문했지만 유진은 그저 들은 듯 못들은 듯 '아쉬워어―,'라고 했을 뿐이다. 정작 그 대상이 된 사람의 기분은 신경쓰지 않고 손에서 놓친 따스한 온기가 안타까워 그저 떼쓰는 꼬마처럼 칭얼거렸다. 결국 리니아를 찾는 내내 꽁알거리며 노엘에게 매달려있던 유진이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꼭 끌어안았다는 것은 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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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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