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와 변함없는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잤다.
 언제나와 변함없는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잤다.
 언제나와 변함없는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잤다.

 언제나와 조금 다른 하루였다. 하늘을 날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늘을 보는 것. 울창한 나뭇잎을 해치고 올라가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 땅에 내려오면 아직 어두운 숲 속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다. 천천히 걸으면서 구석구석 살피다보면 먹을 것이 있다. 나무 뿌리 사이에 숨은 버섯, 먹을 수 있는 꽃, 나무 열매. 아직 여름이 깊지 않은 때여서 종류만 잘 가리면 풀이나 나뭇잎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낮이 되면 적당히 배를 채운 후 햇볕이 따뜻한 자리에서 노곤노곤 낮잠을 잔다. 요즘은 아직 덥지 않아서 낮에 움직이는 것이 훨씬 먹을 것이 많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자는 낮잠을 포기할 수 없다. 이제 여름이 되면 더워서 할 수 없을테니까.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흔드는 손에 눈을 뜨니 눈앞에는 나무의 정령. 요 몇일 뿌리를 배게삼아 잠들었던 나무의 정령이었다. 그의 옆에는 성인 여자의 모습을 한 바람의 정령이 있었다. 한참 빠르게 말하는 것을 쳐다보고 있으니 나무의 정령이 천천히 말을 걸어왔다.

 「혼자 살지?」

 끄덕 끄덕.

 「사람들하고 같이 살고 싶지 않아?」

 도리 도리.

 「왜? 사람들하고 같이 살면 안 굶어도 되고 편하잖아」

 도리 도리.

 「왜? 힘들면 천천히 말해봐」
 「으…」

 두 정령은 기다려 주었다. 천천히 말을 찾을 수 있었다. ―말한 것이 언제적 일이더라?

 「무서…워」
 「무서워? 사람이?」

 끄덕 끄덕. 무서워. 사람들은 무서워. 그러니까 마을에는 가면 안돼.

 「무슨 일이 있었니?」

 사람들은 침을 뱉고, 때리고, 무서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니까 무서워. 그렇지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설명을 하려다가 무서워졌다. 정령들은 자기들끼리 빠르게 무언가를 얘기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얘 떨고 있어요」
 「그럼 그만 두죠. 이정도면 괜찮다고 보는데. 이대로 혼자 생활하게 두는 것도 불쌍하니까 데려가 주세요」
 「그러게요. 이런 모습을 보고 이대로 두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죄겠지요」

 그리고 여자가 다가왔다.

 「나랑 같이 가자. 혹시 높은 곳 무서워해?」

 도리 도리.

 「자, 그럼 손 잡고」

 여자의 손은 따뜻했다. 조금 신기하고 어색해서 손을 움츠리자 더욱 세게 잡아왔다. 여자는 나무의 정령에게 인사를 하더니 나와 눈을 맞추고 웃었다. 예쁜 사람이었다.

 「가자」

 하늘을 날았다. 처음으로 가까워진 하늘은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날아갈 수 있다면 금방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하늘은 높고, 또 넓었다. 바람이 시원했고, 꼭 잡은 여자의 손은 따뜻했다. 발 아래 넓은 세상은 아래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숲도 도시도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 그 커다랗던 나무가 내 발보다도 작아보였고 도시의 사람들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비행하는 동안 나뭇잎 아래서 보던 것과는 달리 뚜렷하게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높디 높은 산맥을 넘어 도착한 작은 마을에는 상냥한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그 날은 처음으로 행복을 느낀 날이자 처음으로 무섭지 않은 사람을 만난 날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것은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만남이자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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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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