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뚝, 사람이 떨어졌다. 허둥지둥 팔을 휘저으며. 하늘을 날 줄 아는 생물의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멍하니 생각했다. 놀라운 상황이라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떨어진 그는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더니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지 무사히 일어났다. 그는 한참 자신의 몸을 살피며 인상을 찌푸린 체 무언가 말을 했지만 뭐라고 하는 지는 몰랐다.
 그리고 다가온다. 에? 

 "안녕, !@$#^$%^$%" 

 인사 외에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말해야할까? 아, 아?
 그가 내 반응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다행히 그는 그대로 가버리지 않고 다시 말을 걸어주었다. ―사실, 도망가고 싶었지만. 사람은, 무섭다. 착해보이는 사람도 착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사람 같지만, 정령일까? 모르겠다. 이 곳까지 데려다준 그녀는 정령인 줄 알았지만 용이었다. 

 "음, 저$(#&*하나?#(@&^*!)#$#&*린! 리그오빠라고 불러주면#$%%^$^!!#$%$%^돼?"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리그오빠는 말했다. 아까보다 더 아픈 얼굴이었다. 괜찮아? 걱정이었다. 

 "이름, 말해주면 안될까?" 

이번에는 알았다. 이름? 내 이름? 뭐였지? 기억해내는데 한참, 그리고 말하는데 한참. 말하는 것은 어렵다. 

 "……에어트…베레."
 "에어트베레? 예쁜 이름이네. 딸기―라고 불러도 돼?" 

 딸기? 딸기? 그 빨갛고 달콤한 것 이름. 왜 딸기지? 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상냥하게 말을 건다. 

「네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니?」 

 몰라. 근데 누구야? 풍경이 흐릿하다. 리그오빠가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답해야 해. 

 "응." 

그리고 그 짧은 말을 힘겹게 내뱉는 사이 어렴풋이 떠올랐던 영상은 사라져버렸다. 리그오빠가 웃었다. 같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웃어도 되나? 바짝 앞에 앉아서 눈이 맞았다. 리그오빠는 키가 크다. 

 "그런데 다친 데는 없어? 일단 내가 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묻는거야."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내가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을 안 것 같다. 친절한 사람. 리그오빠는 친절한 사람. 

 "다친 데? 아니." 

 고개를 젓는다. 

 "없어."
 "없어? 그럼 다행이다." 

 그리고 리그오빠는 활짝 웃었다. 예쁘다. 같이 웃었다. 어쩐지 마음이 편했다. 괜찮아. 리그오빠는 착한 사람이니까 괜찮아. 에, 근데 착한 사람은 뭐였지? 생각하는 사이 리그오빠가 머리를 붙들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괜찮아? 떨어져서 아픈가봐. 아프면 고쳐야돼. 아파? 아! 

 "팔…."
 "응?"
 "팔에, 피나."
 "아아, 괜찮아. $$%$ 튼튼하거든. 건강하고 %$$^^빼면 시체야. 걱정하지마." 

 그의 팔에 긁힌, 아니 긁혔다기엔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아까 데굴데굴 굴러가면서 생겼다. 뭔가 말하지만, 다 모르겠어. 그치만 아파보여. 아파. 리그오빠는 웃는다. 안 아파? 괜찮아? 시체는 죽은 거잖아. 죽는거야? 

 "치료 해야 돼."
 "괜찮…. 알았어, 알았어. 그럼 저 집에서 치료 받을 테니까 같이 갈래?"
 "같이……?" 

 같이? 같이? 뭐더라? 같이? 리그오빠가 무언가 손짓 발짓으로 설명을 한다. 말은, 거의 못 알아들었다. 미안하다. 

 "#%$^& 갈 데 있다면 #$#% 바이바이 해야겠지만." 

 아냐, 나 갈 데, 없어. 

 "갈 데 없어."
 "그럼 같이 갈래?" 

 아, 같이. 같이. 알았다, 같이. 

 "응."
 "그래. 그러면 가자." 

 같이 가자. 같이 가! 조금 행복해져서, 베시시 웃어서. 얼굴을 숙였다. 못봤나? 리그오빠는 언덕 꼭대기에 있는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가슴이 싸늘하다. 응, 그래도 좋아. 같이 가자.
 문은 닫혀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문을 열까? 물어보려고 리그오빠를 보았다. 리그오빠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문을 두드린다. 똑똑, 하고 나무 소리가 난다. 왜 무서워해? 리그오빠의 얼굴이 굳어있다. 무서워? 이 집 무서워? 나오는 사람도 목소리도 없었다. 리그오빠가 무서워보여서 가자고 할까 했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옷을 잡아당기려고 리그오빠와 잡고 있는 반대편 손을 들었다. 그런데 리그오빠가 다시 똑똑 소리를 낸다. 왜? 그리고 사람이 나왔다. 

 "음…, 저기…."
 "외부인…?"
 "예? 아, 예에."
 
 집에서 나온 사람은 여자였다. 온통 새카맣다. 머리도 옷도 그리고 뒤에 달린 날개도. 정령인가? 날개. 바람의 정령? 하지만 바람의 정령은 까맣지 않아. 그럼 누구지? 용인가? 하지만 그녀는 까맣지 않았어. 

 "들어오세요. 메리아 어머니, 외부인이 오셨어요." 

 그리고 리그오빠는 여자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난 그 뒤를 따라 간다. 무섭지 않아? 리그오빠 얼굴이 더 꽝꽝 얼었다. 아픈데 무서운 데. 괜찮아? 아픈 것 나빠. 무서운 것도 나빠. 나쁘고 나쁜데 괜찮아?
 집 안에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안경을 쓰고 숄을 두른 다정한 얼굴의 아주머니. 무서운 곳 아닌가봐. 하지만 모른다. 날 보고 얼굴이 찌그러지고 화를 낼지도 몰라. 리그오빠 뒤에 꼭 붙어있는다. 

 "어서오세요. 외부인이라고 하셨지요. 나는 암룡술사 메리아. 이쪽은 내 보좌룡인 라루카. 그쪽은?"
 "아, 저는 리버그린입니다. 이쪽은 에어트베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실례? 에? 실례는 음, 잘못했을 때. 왜 실례? 에? 하지만 리그오빠가 하니까. 해야할 것 같아.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리그오빠는 허리를 숙이고 실례합니다, 라고 했다. 

 "실례합니다…." 

 들렸을까? 목소리가 작아서 안 들릴 것 같아. 무섭다. 리그오빠 옆에 더 바짝 붙어 선다. 하지만 아줌마 웃는다. 화 안내? 

 "흠, 두 사람 다 좀 씻는 게 좋겠네요."
 "아하하. 좀 그렇긴 하네요." 

 씻어? 씻는 건 물에 씻는 거. 기분 좋아. 그치만 리그오빠 아파. 

 "리그오빠, 팔."
 "어, 나? 아, 맞다, 맞다. 잊어버리고 있었네. 그러고 보니 다쳤었지." 

 리그오빠 웃는다. 말이 빨라서 알아들었나 몰랐나 모르겠는 기분. 리그오빠 상처는 피가 나서 아까보다 아파보인다. 

 "아프지 않아?" 

 사실은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하는 법 배우고 싶어. 리그오빠가 머리를 토닥토닥 해준다. 오빠도 많이 해줬었어. 응? 오빠? 누구지? 몰라. 잘 기억 안나. 그치만 기분 좋다. 곧 아줌마와 여자가 와서 리그오빠 상처를 치료해준다. 다행이야. 안 아플거야. 옆에 꼭 붙어 있으면 아플 것 같아서 얌전히 있었다. 괜찮지? 하얗고 얇은 옷으로 오빠 상처를 감아준다. 상처에도 옷을 입히는구나. 

 "그럼 두 사람 다 이제 씻도록 하세요."
 "예입. 딸기야. 씻고 와―."
 "리그오빠도…."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건 조금 쑥스럽다. 까만 여자를 따라서 간다. 하얀 방. 미끌미끌하다. 어떻게 해야하지? 물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하지? 

 "왜 그래요?" 

 까만 여자가 말을 건다. 이름이? 이름이? 

 "몰라. 어떻게?"
 "…아…." 

 여자는 잠시 나갔다가 오더니 나를 붙들었다. 에? 왜? 혼나? 혼나? 

 "물은 여기. 비누는 여기." 

 비누?
 눈만 깜빡깜빡. 물로만 여자를 보며 조심조심 씻기 시작한다. 그녀는 잠깐 지켜보다가 말한다. 

 "죄송합니다." 

 뭐가? 잘못했어? 그녀는 나를 잡고, 씻겨주었다. 창피하다. 하지만 기분 좋아. 작게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많이 들었던 노래. 익숙한 노래. 흥흥흥, 소리만 있는 노래. 

 "……."
 "……?"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자 그녀가 어느샌가 손을 멈추고 나를 보고 있었다. 노래 부르면 안돼? 조용히 해. 

 "예쁜 목소리." 

 작게 그녀가 중얼거렸다.
 다 씻고 나가니까 리그오빠가 있었다. 아까랑은 다른 옷. 그런데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지? 모르지만 이상했다. 재밌어 보인다. 나도 해볼까? 하지만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다. 리그오빠와 아주머니는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 빨라. 

 "딸기야―, 같이 갈래?" 

 다른 건 다 못 알아들었지만 이것만은 알았다. 응! 같이 갈래. 

 "응." 

 리그 오빠의 손을 잡는다. 같이 가자. 어디론가 같이 가자.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딸기야, 같이 노래할까?」
「응! 노래! 노래해줘!」

Posted by f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