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하늘을 나는 사이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 꿈을 꾼다. 분홍빛 하늘을 헤엄치는 꿈. 그 곳에는 천사가 날았고 달콤한 향이 났다. 그 환상 같은 꿈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는 손이 있었다. 

 “괜찮니?”

 상냥한 목소리에 아이는 반짝 눈을 뜬다. 코끝에 아직도 감도는 꿈속의 향기.

 “자는 걸 깨워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하나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것은 제대로 눈치 채지 못한 듯 멍한 얼굴로 여인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입. 아이는 입을 벌려 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쉽게 되는 일은 아닌 듯 바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입을 뻐끔거리다 드디어 소리를 낸다. 여인은 그것을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어차피 날아가는 중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는 했겠지만.

 “괜찮아. 안 졸려.”

 더듬거리며 이어지는 말에 여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아이의 목소리는 작고 가늘었지만 카나리아처럼 고왔다. 그녀는 아이를 끌어당겨 머리를 쓸어주었다. 산과 숲에서 혼자 자란 아이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 붙들고 있는 어깨도 다른 손에 닿은 머리카락도 흙투성이였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말 했던가?"

 아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코세르테르로 가고 있어."
 
 "코세르테르?"

 아이의 흙먼지나는 몸에서 유일하게 맑게 제 빛을 내는 금빛 눈동자가 그녀를 주목했다. 여인은 웃으며 설명한다.

 "들어본 적 없니?  거기엔 정령들이 있고 수인과 어린 용들, 그리고 선생님인 용술사들이 있지. 사실 나도 가보는 건 이게 처음이야. 코세르테르에 대해서는 인간 세상에서도 전설처럼 전해온다고 하던데."

 아이는 대꾸가 없었다. 전혀 달라진 것 없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의 눈빛에서 제촉이 느껴졌다.

 "하긴 넌 모를 수도 있겠구나."
 "용, 이야?"

 응? 하고 여인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앞뒤 설명이 없는 아이의 말을 잠시 알아듣지 못한 여인이었지만 곧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나 말이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당황했다가, 이내 웃어버린다.

 "아아, 그러고보니 용을 본 적은 없겠구나."

 그리고는 까르륵 하늘 저 멀리까지 퍼져나갈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이는 얼굴이 발갛게 되었다.

 "바람 정령―, 이라고 생각했어. 날개 없어서 이상했지만…."
 "그럼 날개 없는 바람의 정령이 어디있니."

 그리고 다시 깔깔거리는 웃음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인의 웃음소리가 이어질수록 아이의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한참을 웃다가 서서히 웃음을 멈춘 여인은 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아이가 고개를 들자 여인의 은빛 눈과 마주쳤다. 세로로 긴 동공이 인상적이다.

 "그래, 나는 네가 있던 숲 근처에 살던 풍룡이란다. 내가 널 이대로 데리고 살수도 있겠지만―, 역시 인간의 아이를 데리고 사는 건 마을 사람들이 찬성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얘기하고 여인은 아이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덧붙였다.

 "그리고 너도 적으나마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게 좋겠지."

 아이는 얼핏 듣고 고개를 갸웃 했지만 여인은 이내 아래를 가리켰다. 저 아래, 벌써 코세르테르가 보인다. 자라고 싶었던 장소, 축복받은 땅. 이 인간의 아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가질 수 있을거야. 그녀는 빠르게 땅으로 떨어졌다. 아이가 무서운 지 그녀의 옷자락을 꼭 붙들었다. 가까운 집 앞에 내려주고 이윽고 아이와 작별. 아이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붙들지는 않았다. 이름도 묻지 않고 헤어지는 것은 더 정을 붙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짧은 만남에 큰 아쉬움은 너무 슬프니까.

 아이, 에어트베레라는 이름의 소녀가 처음으로 이름을 말할 상대를 만난 것은 그리고 조금 후. 그녀가 떠나간 하늘에서 떨어진 소년이었다.
Posted by f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