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166건

  1. 2009.07.22 해솔원 :: [애러랫/유테] 슬라임 제거제 탈환
애러랫은 고개를 푹 숙인 체 바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심장이 격하게 뛰고 있었다. 이대로 평생 뛰기로 정해진 횟수를 다 뛰고 멎어버릴 것 같이 빨랐다. 실종된 학생회장이 남긴 편지, 학교를 점령한 슬라임들, 학교에서 제작해둔 슬라임 제거제. 그것을 가지고 뭘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그 규모의 거대함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몸이 와들와들 떨려왔다. 어디든지 구석에 숨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다. 사람이 많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봐, 괜찮나?”

“헉……!”


갑자기 팔을 잡아오는 손에 애러랫은 급히 숨을 들이켰다. 눈을 크게 뜨니 해솔원의 교복이 보였다. 고개를 드니 인상을 찌푸린 붉은 눈과 마주쳤다. 애러랫은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매달려버릴 뻔했다 정신을 차렸다. 붉은 눈에 키가 큰 그 사람은 애러랫이 익히 잘 아는 두 사람 중 누구도 아니었다. 동생인 다크군보다도 키가 컸고, 성연양만큼이나 꼬리가 치켜 올라간 눈을 사납게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밤하늘에 녹아드는 새카만 머리칼을 지닌 두 사람과는 정반대로 달빛에 반짝이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의 머리 뒤로 뜬 노란 달을 보고 애러랫은 한순간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고 말았다. 그는 달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달 옆에 세워두기 위해 만들어낸 조각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빛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애러랫은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정말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어울렸다.


“정신 차려. 넋 놓고 있지 말고.”

“아…, 죄, 죄송합니다!”

“…….”


찌푸린 두 눈이 자신을 향하기 전에 작은 소년은 몸을 웅크렸다. 붉은 눈의 낯선 이는 말이 없었다. 굳게 다물려있던 핏기 없는 입술이 빠끔하니 벌어졌다. 잔뜩 움츠러든 애러랫의 어깨에 차가운 손이 닿았다. 아이는 놀라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 손은 애러랫의 어깨를 붙들어 바르게 세울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눈물에 반짝이는 금빛 눈을 바라보던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어 쉬고 잔뜩 인상을 쓴 얼굴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자. 그리고 부탁이니 진정해.”




하야르 유테, 지금은 해솔원의 입학신청생.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내내 미간에 주름이 진 체였지만 의외로 그는 느릿하게, 종종 멈춰가며 이어지는 애러랫의 태도에 화를 내지 않았다. 신경이 예민한 것은 분명해보였지만 그것이 결코 눈앞의 상대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애러랫은 조금씩 깨달아갔다. 공격적인 말투였지만 애러랫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절부절 못하고 금방이라도 뭐라 잔뜩 쏘아붙일 줄 알았지만 오히려 애러랫보다 진득하게 그의 말을 기다려주었다. 애러랫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된 거였나.”

“에, 모, 모르, 셨나요?”

“전혀.”

“그, 방금, 다들, 모인 곳에서, 말씀, 하…셨는, 데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여쭤보려고 했었다.”

“그렇군요…….”


유테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러랫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도 내내 생각에 잠긴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았다. 더듬더듬, 느리게 말이 시작되면 눈을 마주쳤다가 어느 순간 올려다보면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을 듣지 않는 걸까, 라고 당황하면 더 미간을 찌푸린 표정으로 차근히 그 전 이야기를 언급한 후 뒷이야기를 물었다. 화내는 줄 알았으나 곤란함의 표현이었다. 유테에게는 심각한 현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중요한 고민이 있는 모양이라고 애러랫은 생각했다. 애러랫도 호수를 바라보았다. 똑같은 곳을 바라보면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대체 무엇 때문에 유테씨가 슬픈 얼굴로 호수를 바라보는 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아? 무, 무슨, 일이세요?!”

“뭐긴, 가야지.”


애러랫은 갑자기 벌떡 일어선 유테를 따라 섰다. 문득 유테가 크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히 크기는 했었다.


“에, 에, 예?”

“슬라임 제거제를 가져와야 한다면서. 가자.”

“아와, 지, 지금, 요!? 지금, 하, 한밤중 이예요!”

“하?”


붉은 두 눈과 마주한 순간 애러랫은 가슴을 움켜쥐며 고개를 숙였다. 눈빛이 찔러왔다, 그런 기분이었다. 미쳤냐, 라고 되묻는 듯한 시선에, 목소리에 가슴이 욱신, 아파왔다. 문득 눈가를 비비니 물기가 베어 나왔다.


“아, 아니. ……."


작게 발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애러랫이 물러나는 것을 유테가 붙들고 있었다.


“준비하러 가자는 거다. 울지 마.”


그의 찌푸린 눈은 곤란한 듯 애러랫을 마주 보지 않았다.




유테는 옆에 선 애러랫을 한번 돌아보고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을 데리고 슬라임 천국인 해솔원에 들어가서 상자를 구해 와야 했다. 막막한 심정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마법반 선생님께 들러 실드 아이템을 여러 개 구해왔지만 실제로 시험해 본 적이 없으니 어느 정도까지 버티는 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촉박해 실험해볼 수도 없었다. 출발하기에 자꾸만 거리낌이 드는 것은 이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을 멀리서 봐도 노란색으로 가득한 저 곳에 끌고 가도 되는 지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탓이리라. 유테는 조심스럽게 애러랫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뭘 해도 바로 옆에서 천둥이라도 친 듯 화들짝 놀라는 건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일단 들어가면 행동을 같이할 테니까, 위험하니 가능한 내 옆에 꼭 붙어있어.”

“네, 네……."


가늘디가는 몸이 벌써부터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한번 들어갔다더니 그것이 그리도 어려웠을까. 하긴, 무기가 통하지 않는 적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을 것이었다. 더구나 그는 비전투원이었다. 가능하다면 이 떨림을 먼저 진정시키고 출발하고 싶었으나 유테는 자신이 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바람을 일으켰다. 둥실, 몸이 떠올랐다. 본디 순수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자리에 마법이라는 힘을 빌려 설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미묘한 쾌감. 유테의 입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있었다.

계획은 이랬다. 마법반의 D.시드미안 선생님께 지급받은 실드 스크롤을 이용해 두 사람의 신체 주변에 보호막을 치고 마법을 통해 비상해 제 2행정실과 연구반 교실로 직접 돌입하는 것. 공격조가 없는 마법반과 치료반의 두 사람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것만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사람이 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것이 유일하다고 보였다. 실드는 마나를 주입하자마자 시동되는 것으로 유지시간은 풀로 마나를 주입했을 때 약 10여분. 반지름 2미터의 반구형으로 강도는 직접 슬라임과 대치했던 D.시드미안 선생의 말로는 슬라임의 통상 공격에는 깨지지 않는 정도였다. 스크롤은 당연하지만 전부 일회성이며 개수는 총 열한 개. 유테가 일곱 개, 애러랫이 네 개를 챙겼다. 혹시라도 두 사람이 떨어질 경우 애러랫이 전투도 도주도 불가능 하다는 점을 생각해 유테는 애러랫에게 가능한 많은 수의 스크롤을 쥐어주려 했으나 소심하기만 하던 애러랫은 강경한 태도로 그 이상 받는 것을 거부했다.

까마득한 상공을 날아가니 슬라임들의 정황은 보지 않아도 되었지만 대신 애러랫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유테는 핏기가 사라진 애러랫의 어깨를 바짝 끌어당겨 감싸 쥐고 아래를 살폈다. 비행 시의 이동속도는 걷는 것과는 계산이 안 되는 수준이기에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본관 위에 떠있었다.


“여, 여기가 본관, 이예요.”

“제 2행정실이 3층이라고?”

“네.”

“어느 쪽인지 아나?”

“……아뇨, 죄송합니다. 그것까진 모르겠네요….”

“흠.”


마력이 요동치며 실드의 투명한 막이 두 사람을 감쌌다. 비행 고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혹시라도 벽에 달라붙어 있는 슬라임이 있을까, 유테는 신중을 기했다. 창가에 접근하면서 가까이 노란 것이 보이지 않는지 유심히 살폈다. 갑자기 창문에서 슬라임이 튀어나올까, 바닥에서 발견하고 올라오지는 않을까. 3층도 낮은 것 같아 고도를 조금 높게 유지했다. 신경이 끊어질 것 같이 머리가 아파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서 마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버티는 전투는 힘겨웠다.


“여기가 행정실 맞나?”

“어, 아, 저, 저도, 잘…….”

“쯧.”

“죄송합니다!”

“안이나 살펴.”

“네, 넷.”


아래쪽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다른 팀들이 오는 것일까. 슬라임들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뭉치는 것이 보였다. 유테의 심장박동이 가빠졌다.


“안쪽은 괜찮나?”

“예, 에, 아마도…, 으악!!”

“큭?!”


창문이 갑자기 안에서부터 깨어지며 슬라임이 튀어나왔다. 단단한 것이 실드에 맞고 튕겨 나가며 3층높이의 건물에서 노란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젠장, 그냥 간다!”

“으으아와?!?!?”


한계시간이 다다른 실드가 윙,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그 순간 빠른 속도로 유테와 애러랫의 몸이 창을 넘었다. 아직 바닥에 닿지 않은 발 아래로 노란 것이 넓게 퍼져있었다.


“이거, 스, 슬라임이예요!!!”

“내리는 건 안 되겠군. 꽉 잡아라.”

“흐이, 흐이에―!”


쾅, 폭음과 함께 멀리 있던 문과 책장이 터져나갔다. 바닥에 깔려있던 슬라임이 일어섰다. 새로운 실드를 치는 것과 슬라임이 그들을 덮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으악―!!!!”

“시끄러!”


실드가 슬라임을 밀어내고, 쏘아지는 화살마냥 두 사람의 몸이 문 밖으로 튕겨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애러랫은 유테의 팔에 매달려 지금 있는 장소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퍼펑, 다시 한 번 굉음과 함께 몸이 쏘아졌다. 온몸을 잡아당기는 듯 한 감각이 애러랫을 괴롭혔다. 뭔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간신히 이동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애러랫은 유테의 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몸이 흔들렸다. 소년은 서류장을 짚고 서서 어지러움이 가라앉기까지 기다렸다. 그제야 간신히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둥근 벽면이 온통 서류로 뒤덮인 방이었다. 구석에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보였고 평소라면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었을 책상들이 몇 개 보였다. 유테는 그 중 한 책상 위에 놓인 상자를 들추고 있었다.


“그게 슬라임 제거제인가요?”

“응, 쓰여 있다. 친절하게 상표도 붙어있군.”


유테의 손에 들린 병에는 노란 로고가 넓게 붙어있었다. 애러랫은 작게 웃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유테의 시선이 똑바로 애러랫을 향했다. 애러랫은 주춤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렇게 보시죠?”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아, 그, 치만, 목표하던 것도 찾았고, 마, 마음이 놓여서…!”

“저걸 눈앞에 두고 마음이 놓이다니, 대담하군.”

“에?”


잔뜩 찌푸린 유테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자료실로 보이는 작은 방이 보였다. 방안의 물건은 온통 무너져 내려 길을 막고 있었다. 열린 공간이 지극히 좁아 슬라임은 스믈스믈 느릿하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애러랫의 얼굴에서 다시 하얗게 색이 빠졌다.


“저, 저거, 피, 피해야, 하지, 않, 나요?!”

“응, 피해야지. 미안하지만.”

“에에?!”

“들어라. 지금부터 연구반에 갈 때까지 만이라도 놓치지 마.”

“으와악!!”


애러랫에게 대뜸 슬라임 제거제 박스를 안겨준 유테는 애러랫을 옆으로 안아들었다. 여자아이 같은 폼으로 안긴 애러랫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시하고 윙, 다시 실드가 생겨났다. 가볍게 유테의 발이 바닥에서 떠올랐다. 잠시 공중에 둥실 떠있던 몸이 빠르게 계단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래도 슬라임이 그득했다. 어째서 제 2행정실이 비어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귀를 울리는 폭발음이 서너 번 울리고 아까 같이 총알 같은 속도로 두사람의 몸이 쏘아져 나갔다. 유리창은 실드에 닿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났다.


“큭, 저놈이.”


공중으로 높게 날아오르자 후두둑 슬라임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전면의 시야를 가리는 곳에 얇게 슬라임이 붙어 있었다. 곧 슬라임의 일부가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저, 저렇게 가까우면 위험해요!”

“알고 있어.”


비행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뒤를 향하는 바람에 눈이 따가웠다. 슬라임의 송곳이 실드를 뚫기 위해 뒤로 한껏 젖혀졌다.


“왁!!!!!!!”


슬라임이 허공에 노란 점을 찍었다. 유테는 으득, 이를 갈았다.


“아까운 실드 스크롤을 버렸잖아.”


어느 샌가 뒤로 향하고 있던 비행 방향을 돌려 유테는 동관을 향했다. 동관에도 슬라임이 득시글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온통 노랗게 물든 바닥을 보기가 겁나 애러랫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또 펑, 소리와 함께 연구실의 창문이 깨졌다. 슬라임들이 꿈틀거렸지만 아직 높은 곳에 자리한 두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유테가 말했다.


“귀 조심해.”

“네?”


무서운 바람 소리가 귀를 울려 애러랫의 입에서는 비명은커녕 신음도 나오지 않았다. 실드에 한 꺼풀 덮였지만 무서운 속도였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창문을 통해 연구반에 들어섰다.


“여, 여기, 도, 슬라임 천국, 이네요.”

“슬라임이 없는 곳이 없군.”

“그, 그래도 바닥은 멀쩡, 하네요.”

“상자가 저 모양인 게 문제군.”


도구가 들어있으리라 짐작되는 상자가 노란 것에 덮여 있었다.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유테는 태연하게 상자 앞에 섰다. 실드는 사라져 있었다. 유테는 손을 애러랫 쪽으로 들이밀었다.


“열어봐.”

“에, 이것, 제거제?”

“그래.”

“쓰, 쓰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다’쓰면 안 된다는 거였어. 네가 전하고 모르나.”

“그, 그런….”

“어쨌든 열어.”

“네―엣!……."


제거제의 뚜껑이 열리자 안에서 내부 물질이 떠올랐다. 액체덩어리가 공중에 떠있는 것은 신비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뿌연 안개가 끼고, 약이 슬라임 위로 분사되었다. 유테는 슬라임이 사라진 상자를 한 팔로 들었다.


“악! 유테씨, 저쪽!!!”


갑자기 구석에 있던 작은 슬라임이 공격해왔다. 급조한 실드는 한 번의 기습을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유테는 다시 실드 스크롤을 발동시켰다. 조금 늦었다.


“큿.”


퍼퍼펑! 슬라임이 공중분해 되었다. 애러랫의 눈이 동그래졌다. 두 사람의 주위에는 투명한 방패가 떴다. 펑,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연구반을 빠져나왔다. 하늘로 몸이 솟구쳐 올라갔다. 지상이 까마득할 지경이 되어서야 유테는 달아나기를 멈추었다. 애러랫은 눈을 꼭 감고뜨지 않았다. 유테는 나쁘지 않은 속도로 호수를 향해 하강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미션이 끝이 났다. 달이 예쁜 밤, 어제 만났던 그 시각에, 둘은 나란히 침낭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Posted by f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