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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1 상중편몽 :: [미애]만나다
  2. 2009.01.25 T.U.L 입단글 :: [일반인] 한하현

光峨 美哀 01


무엇을 위해

written by. 我捐

 

 

 


이름만 들어온 사막이라는 곳을 찾았다. 사막마저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는 도원에 조금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공격하듯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과 숨 막히는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자 마치 그 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바람이 온 몸을 옭아매는 것 같았다.

“이런 곳이구나.”

어쩐지 즐겁다. 소리 내어 웃어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몸에 밴 겸양이 누가 보기라도 하듯 머리를 긁적이게 했다. 코만 마르지 않는다면 계속 여기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마르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냄새에 둔해지는 생소한 감각이 재밌었다.

“덥다.”

산책을 하듯 사막을 걷는다. 모래 속에 발이 푹푹 빠지고 숨쉬기조차 어려운 메마른 공기에 빠르게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무의식중에 혀를 내밀었다가 모래를 한바가지 씹었다.

‘물을 가져올 걸 그랬나.’

처음 찾은 사막인데다 시간감각 없는 것은 어디서도 마찬가지여서 미애는 지금 자신이 얼마를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발자국이라도 남아있으면 얼마나 왔는지 짐작이라도 해보련만. 거센 바람에 지형이 바뀌는 곳에서 걸어온 흔적을 되짚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확실한 것은 슬슬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본래 개이기 때문에 땀이 적은 편인데도 온몸이 물기로 축축했다. 뜨거운 태양열에 현기증이 일었다.

“돌아가야 하려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째서인지 돌아갈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아도 거리가 가늠되지 않는다.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려 그나마 가까운 거리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코는 바싹 말라 마비된 지 오래였다. 앞으로 더 간다고 뭔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가고 싶은 곳은 없었고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에서 목적지가 있다한들 도착할 수 있을 리도 없었지만……,

“돌아가야지.”

그리고 걸었다. 보통은 한걸음 내딛으면 풍경이 바뀌는데 변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의아하긴 했지만 계속 걷는다. 언젠간 바뀌겠지.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몸은 그리 느긋한 상황이 아닌 모양이었다. 목이 타는 것도 열을 받아 온몸이 뜨거운 것도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듯 했지만 생각대로 현실이 바뀌어주진 않았다. 세상이 흔들렸다.

“어?”

얼굴에 닿은 모래가 뜨겁다. 쓰러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의식이 까맣게 꺼져 들어가는 때였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낯선 천장. 일어나려는 것을 제지당했다.

“누워있어. 아직 어지러울 거다.”

베이스 톤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이마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눈만 돌려 바라보자 시원스러운 미소의 청년이 눈에 들어온다. 미애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는 일어나려다 다시 막혔다.

“어허, 안된다니까.”

여전히 기분 좋게 웃는 얼굴에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말투였지만 어쩐지 거역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미애는 일어나기를 포기하고 조용히 사과부터 했다.

“죄송합니다. 폐를 끼친 모양이네요.”

그러자 청년이 어이없다는 듯 허, 하고 웃었다.

“제일 먼저 하는 말이 그런 거야?”
“뭔가 잘못됐나요?”

보통 저런 질문을 할 때는 당황이라거나 호기심이라거나 하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의 뻣세 보이는 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미애는 웃었다. 그러자 청년의 입 꼬리가 더 올라간 것 같았다. 미묘한 변화라 확실하진 않았다.

“보통은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이 먼저 아닌가? 내가 누구냐, 던 가.”

그 말에 미애가 오히려 웃었다. 아, 물론 아까부터 웃고 있었다. 다만 조금 진심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습니까.”
“그렇지.”

보통은 그렇다는데 할 말은 없다. 그리고 청년 쪽에서는 말이 없었다. 대화의 흐름을 끊어버린 것 같아 조금 당황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어 미애는 화제를 바꾸었다.

“죄송합니다, 물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미는 물 컵에 잠시 대꾸할 말을 잃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다시 웃는다.

“일어나겠습니다.”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머릿속이 핑글 돌았지만 무시하고 그가 내민 컵을 받아 쥐었다. 깔깔하던 목에 미지근한 물이 넘어가자 조금 긍정적인 기분이 되는 것도 같다. 물 좀 마신다고 그렇게 된다면 살아오며 지금까지 한 모든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테지만. 한 모금씩 꼴깍꼴깍 마시는 것을 참을성 있게 지켜본 청년은 미애가 절반정도 마시고 더 이상 컵을 입에 댈 기미가 안보이자 곧장 컵을 빼앗아 가더니 미애의 어깨를 잡았다. 똑같이 웃는 표정인데 뭔가 단호하다.

“자, 도로 눕자?”

이런,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미애의 난처한 표정은 못 본건지 못 본 척 하는 건지 청년은 컵과 수건을 적시던 대야를 들고 방을 나가버렸다.

“나가면―, 혼나려나.”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돌아섰다. 보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본인이 안 내켜 하는 것을 붙잡을만한 핑계가 없었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서휘도 처음 보는 영물을 끝까지 챙겨줄 정도로 그저 맘씨가 좋진 않다.

“아.”
“왜 그래?”

가볍게 으쓱하고 돌아선다.

"이름 물어보는 걸 깜빡했어."
"뭐?"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상대방의 분위기에 휩쓸린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말이 된다. 따로 상기를 시켜주었는데도 그런가요, 라며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에 또 만나겠지, 뭐."

유휘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시야 안에 들어왔지만 휘휘 넘겨버린다. 거기에 해줄 말은 없는지 그저 고개를 젓고는 긍정의 말을 남긴다.

"그래, 도원에 머무르는 한 곧 보게 될거다."
"그런거지."

유휘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가자 시선이 따라왔다.

"은휘한테 갈건데, 같이 갈래? 아니, 같이 가자."
"질문이 아니네."
"너한테 질문을 하느니."
"너무한데."
"준비…해서 나올테니 기다려."
"그래."

준비하고 나오라고 하려다가 따로 준비가 필요없음을 깨닫고는 말을 바꾸었다. 이 곳이 인간세상과는 달리 태평스럽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또 잊고 있었다. 얼마나 지나면 적응하려나.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도 전혀 변함이 없는 서휘의 뒤로 햇빛이 하얗게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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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쳐다보기만 하는 거, 꼴사나워."
 "응?"

 희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옆에 다가온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심하게 놀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굉장히 많이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가 아무런 표현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다는 리엑션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떄문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청년을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야?"
 "뭐?"

 청년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희란이 되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질문을 하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등을 돌려 성큼성큼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희란은 미처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그저 얼떨떨하니 그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곧 그렇게 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어이, 할 말이 있대."
 "저요?"

 청년이 희란에게 말을 건 것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 상대는 그녀가 몇 일째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바라봐온 사람. 희란은 기겁을 하고 청년의 뒤를 쫓았다.

 "자자자자, 잠깐!! 뭐하는거야!"
 "빨리 말 안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거야. 그 사람들이 오고 있으니까."
 "하?"

 희란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높낮이 없는 무뚝뚝한 어조로 말하는 청년을 그 사람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연고도 없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어놓고 이게 웬 헛소리라니. 희란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청년과 그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그 사람은 함께 걷던 친구와 함께 청년과 희란에게서 멀어져 갔다. 청년은 그것을 막지 않았고, 희란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미친 놈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늦었군."
 "에, 에, 예?"

 그리고 청년은 걸음을 옮긴 후 굳은 것처럼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것은 거리와, 사람 뿐이었지만 그는 어딘가 먼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희란이 아직 당황해있는 사이 말릴 틈도 없이 그는 걸어갔다.

 "아, 저기, 저, 잠깐만요!"

 그 날은 바로 전날까지 따뜻하다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평소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하지만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고 구름 한점없이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청년, 하현은 이름 모를 상대방이 자신을 따라올 여유가 없을 것이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혼령. 세상에 무엇인가 원한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가 그 길을 지나다닌 일주일 동안 내내 한 장소에 서서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걸렸을 뿐이다. 그녀가 세상에 있는 목적은 다른 것이리라. 그 것은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에 해가 되겠지. 그는 조용히 익히 잘 알고 있는 장소로 발을 옮겼다. 어차피 인연이 있는 곳.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하현은 헐렁해져 별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목도리를 가볍게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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