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한_캐를_살인했다_치고_살인일지를_써_보자


 Amelia Holmes → Paige Lee

이 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19791월 초 어느 밤 >

그들이 또 찾아왔다. 어둠을 뚫고 내 가슴에 지팡이를 겨누었다.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먹는 자들을 돕기로 했다. 그들은 내게 머글과의 거래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머글 세계의 정보대형 학살과 선전 포고를 위한 것이다를 제공하고 그자에게 충성하기를 요구했다. 꺼림칙하지만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리는 것보다는 틈새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 승낙하고 말았다. 그들이 내게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놀랍다. 앞으로는 감시의 눈이 형형할 테니 그자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뭔가 도움을 주었던 건 아니지만.

 

< 19791월 초 어느 낮 >

빠르게도 그들이 내게 간섭해왔다. 손님처럼 가게에 들어온 마녀가 내게 쪽지를 찔러 넣으며 히죽 웃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페이지 리를 죽여라.’

그 한 문장으로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 충성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것이리라.

 

< 19791월 중반 어느 저녁 >

날짜조차 적혀있지 않은 쪽지를 받고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페이지 리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들이 날 그냥 내버려둘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댈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이 경고해왔다.

가게 문을 닫는데 문 앞에 처참하게 가슴이 파헤쳐진 비둘기가 있었다. 갈라진 심장 사이에 끼워진 쪽지에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페이지 리를 죽여라.’

 

< 19791월 중반 어느 낮 D-7 >

페이지에게 부엉이를 날렸다. 답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떠났던 부엉이는 고작 두 시간 만에 돌아왔다. 특유의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로 내일 점심 때 봐요,’라고 쓰여 있다.

 

< 19791월 중반 어느 아침 D-6 >

페이지에게 다시 부엉이를 날렸다. 중요한 손님이 오니까 내일 저녁에 보자고 했다. 물론 약속은 없다.

 

< 19791월 중반 어느 저녁 D-5 >

페이지가 왔다. 여전히 소심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예뻐졌다. 플린트와는 잘 지내고 있냐고 묻자 헤헤 웃으며 뺨을 붉혔다. 행복해보였다.

저녁은 간소했지만 즐거웠다. 페이지가 뒷정리까지 도와주었다.

죽이지는 못했다.

 

< 19791월 중반 어느 밤 D-4 >

페이지가 무사히 돌아가자 그들이 찾아왔다. 어서 죽이지 않으면 아서네 가족을 죽이겠다고 했다. 아마 아서에게도 같은 협박을 하고 있을 것이다.

 

< 19791월 중반 어느 낮 D-3 >

다시 페이지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번엔 최고의 저녁을 준비할 예정이다.

 

< 19791월 중반 어느 오후 D-2 >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준비를 마쳤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내 쪽에서 연락할 수단은 없으므로 가게에 내걸어야 했다. 잘 전달되었길 바랄 뿐이다.

저녁을 위해 장을 봐왔다. 준비할 것도 있었다.

 

< 19791월 중반 어느 저녁 D-1 >

답이 왔다. 의미는 모호하지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가 찾아왔다. 오늘도 역시 즐거운 만찬이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그녀는 잠에 빠졌다. 쑥을 우려낸 물에 수선화에 뿌리를 넣은 수면제. 잠든 얼굴이 평화롭고 예쁘다.

 

< 19791월 중반 어느 밤 D-0 >

그들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페이지는 아직 잠들어있다. 시체를 만들어야 했다. 그들은 성급하고 멍청하니 속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확인해보지만 않기를 바란다.

 

찾아온 것은 놀랍게도 루시우스 말포이였다. 상상하지 못했던 얼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말포이는 충분히 그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보가트를 이용한 트릭은 손쉽게 들통나고 말았다. 그들이 서점을 헤집었다. 잠들어있는 머글의 책을 내던지고 사납게 날뛰는 마법의 책을 불태웠다. 가치 같은 건 아무 관심도 없겠지. 어리석고 어리석은 자들.

그들은 결국 잠든 페이지를 찾아냈다. 가족의 목숨과 친구의 목숨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그 끝에 걸린 건 내 목숨도 마찬가지리라. 나는 품속에 지팡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후의 일은 별로 서술하고 싶지 않다. 내 곁에 남은 것은 잠든 것 같이 평온한 얼굴인 페이지의 시신뿐이다.

Posted by f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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